보청기 10배 비싸도 성능은 비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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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성능이 비슷한 보청기의 가격이 브랜드에 따라 10배가량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값이 비싼 보청기의 전지 수명이 짧거나 잡음이 많았다.

소비자시민모임 제품 시험
브랜드 따라 가격은 큰 차이
고가 제품이 수명 짧거나 잡음

시민단체인 소비자시민모임은 시중에서 판매되는 보청기 성능을 시험한 결과를 24일 공개했다. 시장 점유율이 높은 대한보청기·딜라이트·리오네트·스타키코리아·오티콘코리아·지멘스·포낙코리아의 7개 상품을 대상으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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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은 “7개 제품 모두 의료기기 품질기준에 적합했지만 표시가격은 상당한 차이가 났다”고 말했다. 공식 홈페이지나 대리점에서 제시한 가격(표시가격)을 기준으로 리오네트 보청기는 19만원, 딜라이트 보청기는 34만원이었지만, 스타키·지멘스·포낙은 180만원에 달했다. 표시가격와 실제 판매가격의 차이도 컸다. 오티콘 대리점에서 내건 공식가격은 170만원이었지만 실제 팔리는 값은 75만원이었다.

7개 브랜드 보청기 모두 성능이나 안전성에 문제는 없었다. 의료기기 기준규격 허용 범위 안에서 전지 성능이나 잡음의 정도 등에 차이가 있었다. 딜라이트 보청기는 최대 413.33시간 전지 사용이 가능했지만 스타키는 135.42시간에 그쳤다. 잡음 정도를 측정하는 ‘등가입력잡음레벨’ 시험에서도 7개 제품 가운데 딜라이트가 13.4㏈로 잡음이 가장 적었고 스타키가 27.4㏈로 잡음이 제일 많았다.

딜라이트는 저가형, 스타키는 고가형 보청기로 조사됐지만 성능 시험 결과는 반대였다.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보청기 관련 소비자 상담은 412건으로 전체 의료기기 상담 건수의 9.3%를 차지했다.

윤 사무총장은 “본인의 청력상태와 제품이 맞지 않아 ‘만족하지 못한다’는 상담이 굉장히 많다”며 “제품의 성능이 반드시 가격과 비례하지 않으니 본인의 청력 상태에 맞는 경제적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스타키코리아는 “‘Starkey Ignite 20 Power Plus’ 제품은 비교 대상인 다른 6개 브랜드 제품과 비교해 보청기 성능의 핵심 요소인 최대 출력 음압레벨과 최대 음향이득이 가장 높다”며 “고심도 난청 환자에게 적합하도록 제작된 디지털 방식의 보청기”라고 밝혔다. 또 스타키코리아는 “개인용 컴퓨터(PC)를 이용한 개인별 맞춤이 가능하도록 제작된 제품이며 사용자의 요구에 맞춰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부가기능이 장착돼 작동한다”며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고 전지 사용량이 많을 수밖에 없는 타당한 이유가 있다”고 반론을 제기했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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