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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계사람 널리 만나 의견 듣겠다|김만제 부총리가 말하는 「부총리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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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만제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장관은 취임한지 벌써 3주가 지났다. 그 동안 기획원을 비롯, 경제 부처의 새해업무계획보고도 대충 끝나 「김만제 경제 팀」의 정책방향 윤곽이 거의 밝혀진 셈이다. 남은 문제는 경제부처끼리의 팀웍과 김 부총리의 리더십 등이라 할 수 있다.
팀장인 김 부총리를 만나 부총리라는 자리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그리고 당면경제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자세로 접근하고 있는지 알아본다. <편집자주>
-11년간 KDI원장으로 있으면서 경제기획원 일을 측면 지원하다가 경제운용의 책임을 맡으니 어떻습니까. 또 부총리란 자리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 부총리=취임한지 며칠 되지도 않은 사람보고 부총리론 을 얘기하란 말입니까. 사람들이 욕할 텐데요. 부총리의 주된 기능과 책임은 경제정책의 방향과 목표를 설정하고, 그 수행을 위해 부처간의 조정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각 부처가 호흡을 같이 하면서 하나의 팀으로 일할 수 있도록 분위기도 조성하고 긴밀한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것입니다. 이것이 말은 쉽지만 굉장히 어렵다는 것을 점점 느끼고 있습니다. 그런데 부총리의 일은 부처만이 아니지요. 위로 대통령에 부담이 가지 않도록 해야하고 다른'부처가 꺼리는 어려운 일도 도맡아야 합니다. 그리고 각계 각층과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 건설적으로 만들어 가느냐 도 중요하다고 봐요. 말하자면 부총리로서의 정치적 과제라 할 수 있지요. 그러므로 부총리의 기능이라는 것은 단순한 정책 입안이나 부처간 조정이라는 차원을 훨씬 넘는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대외 개방문제는 그 예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남에게 시비를 거는 쪽에 서게 되는데 이것을 인간관계 또는 정치적 관계에서 마찰 없이 해내기는 쉽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특히 어떤 정책을 내 세우기는 쉬워도 확실하게 차질 없이 집행하기는 어려운 일이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각 부처의 하는 일을 체크하는 일이 나한테는 중요한 일입니다.
예컨대 중소기업을 획기적으로 지원한다고 한만큼 각부처가 말로만이 아니라 반드시 그렇게 하도록 이끌어야 하는 것이지요.
-김 부총리에 대해서는 개성과 추진력이 강하다는 세간의 평이 있는데 자신도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김 부총리=자기가 어떤 사람이라고 얘기 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다만 공직자의 일은 나라의 살림이 좌우되는 중요한 일인만큼 누구나 책임감을 가지고 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경제정책의 책임자가 우리경제를 어떻게 보고 있느냐는 앞으로의 정책결정이나 운용에 중요한 변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경제에 대한 김 부총리의 솔직한 평가를 듣고 싶습니다.
▲김 부총리=누가 뭐라 해도 지난 20년간의 근대화작업은 정당하게 평가돼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의역사적배경·지리적 위치·국제정세 등을 감안할 때 내외의 제약이 적지 않지만 계속 발전 할 수 있는 저력을 갖고 있다고 봅니다. 앞으로 정치적 안정과 정치적 리더십이 경제발전을 뒷받침만 해준다면 멀지않아 이웃 일본을 쫓아 갈 수 있는 실력이 생겨날 것입니다. 그러자면 경제정책 입안자는 우리가 갖고있는 두 가지 자원, 즉 기업과 훈련된 노동력을 잘 활용 할 수 있는 제도발전과 정책을 수립, 시행해야 합니다. 기업은 우리의 1인당 국민소득 2천 달러 수준에 비해 월등 앞서 있습니다. 대기업은 물론이고 중소기업도 그렇습니다. 흔히 기업을 아무나 하는 것으로 알고있으나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우리는 많은 유능한 기업가를 배출할 소양을 갖고 있으며 이것은 큰 재산입니다. 정책이나 제도가 이 자원을 활용할 방법을 강구해야 합니다. 교육받고 잘 훈련된 인력자원이 우리의 자산이라는 것은 이미 상식적인 얘기가 돼 있습니다.
기업을 잘할 수 있는 사람과 훈련된 인력을 결속시키고 의욕을 불어넣어 경제발전에 투입해야 합니다. 앞으로 몇 년을 내다볼 때는 역시 제조업에 집중 투자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지요. 이것이 물가안정을 유지하면서 고도성장을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고 이외에는 딴 길이 없다고 봅니다. 그렇게 해야만 결과적으로 농촌도 발전 할 수 있고 사회간접시설도 갖출 수 있게 됩니다. 처음부터 비 제조업에 투자하면 결과는 더 못해지게 된다고 봅니다. 제조업 투자를 늘리는 것만이 국제수지를 개선하고 고용을 늘리면서 고도성장을 하는 길이지요.
-영·미·일 등 선진국들도 성장과정에는 외채를 졌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지금 우리 나라에서는 외채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 부총리=외채는 크게는 걱정 안 합니다. 물론 외채절감운동은 꾸준히 해 나가야 하고 그래서 정부도 근검절약을 시책목표로 내세우고 있고 각계 각층에 이 운동을 확산시켜 나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우리의 국제수지가 혹자기조로 정착되는 것은 시간문제이므로 당장 큰 문제가 생기는 것처럼 생각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봅니다. 외채문제의 해결은 외채를 줄이는 것 못지 않게 산업을 발전시켜 외화를 벌거나 수입을 대체하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그 때문에 경쟁력이 뒤지는 산업은 계속 합리화시켜 나가고 유망산업은 뒷받침해주어 앞으로의 국제경쟁에 대비해야 합니다.
-정부의 떠넘기기 식 부실기업정리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비판이 나오고 있는데…
▲김 부총리=같은 사물을 놓고 어떻게 보느냐의 차이라고 봅니다. 기업이 부도를 내고 쓰러지도록 내버려두면 어떤 결과가 됩니까. 당장은 문을 닫을 것이고 모든 부채가 동결되므로 실직한. 종업원들의 퇴직금도 줄 수 없게 될 것입니다. 외국에서 빌어온 돈도 같이 동결 될 것입니다. 이것이 바람직한 일이라고 할 있겠습니까. 정부가 취하고있는 제3자 인수방법은 부도를 내지 않고 은행이 제3자에 인수시킴으로써 첫째로 시간을 벌 수 있고, 둘째로 단계적으로 회사규모를 축소 조정함으로써 충격 없이 합리화하자는 것입니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끝장난 회사를 질질 끌고 다니고 자금만 낭비한다고 비난하지만 솔직히 말해 억울합니다.
-그러면 앞으로도 계속 제3자 인수방법을 써야 된다는 이야기입니까.
▲김 부총리=그렇습니다. 사회적 충격이 큰 기업은 부도내는 것보다 제3자에 인수시켜 부도낸 것과 같은 효과를 얻으면서 부작용을 최소화해 나가겠습니다.
자금지원을 한다고 비판하고있지만 부도내는 경우에도 정부가 자금지원을 하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일본의 어느 잡지에 일본국민이 1인당 소득 1만 달러, 대외 순자산보유액 1천억 달러의 부자가 되었으면서도 좁은 집에 살고 일만 하는 것은 의식이 경제수준을 못 따라 가기 때문이라고 꼬집은 것을 본 일이 있는데 같은 시각에서 우리 국민의 의식을 본다면 무엇이 문제라고 봅니까.
▲김 부총리=우리사회의 현황과 경제적 수준에 대한 불만은 결국 우리가 얼마나 가난한데서 출발해 오늘에 이르렀느냐는 데 대한 자각과 인식의 결여에서 온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인당 2천 달러의 실력을 겸허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데 문제가 있습니다.1인당 GNP가 2천 달러인 국민은 1만 달러의 국민보다 임금수준도 낮고 농가소득도 적은 것이 당연한데 우리는 소득보다 씀씀이가 많을 뿐만 아니라 더 쓰지 못하는데 대한 불만이 큽니다. 우리의 위치를 올바로 인식하지 못하는 한 이 같은 불만은 계속될 것이고 지출이 소득을 앞질러 갈 것으로 봅니다.
-부총리는 취임 초부터 「대화와 실천」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구체적 구상이 있습니까.
▲김 부총리=앞으로 금요회라는 형식으로 재계·학계·중소상공인·노조대표자 등 사회각계인사들과 정기적으로 만나는 기회를 만들려고 합니다. 1개월에 2회, 격주로 금요일에 만나 중소기업문제·농촌문제·노사관계·지역개발·기술개발문제 등을 그때그때 의 정책과제와 함께 올려놓고 의견을 듣겠습니다. 관계 장관도 참석토록 할 예정입니다.
-제조업 투자는 기업의 투자마인드가 중요하다고 보는데 위축된 투자마인드를 활성화시킬 방안은 무엇이라고 봅니까.
▲김 부총리=그 동안 정부가 여러 가지 시책을 제시했습니다. 제시된 시책과 제도 안에서도 경기의 부침에 따라 투자도 기복을 보일 수 있는 것입니다. 앞으로는 투자가 활기를 띠게 될 것으로 봅니다.
투자활성화를 위해 돈을 많이 푼다든 가하는 식의 부양책은 생각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여러 차례 얘기한대로 획기적인 지원책을 마련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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