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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자의 대입자격기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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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가톨릭대학이 신체 장애자 학생을 입학시키기로 최종 결정을 내린데 대해 환영과 찬사를 보낸다.
이러한 결단을 내리기까지 교수들과 학교당국이 몇 차례 진통과 우여곡절을 넘겨야 했음은 이해가 간다. 대학이 학생을 선발하고 가르치는데 독자적인 권위와 권한을 가져야 함은 물론 이다.그러한 권위와 권한은 마땅히 존중돼야 하고 어떤 외부적인 힘의 작용이나 간섭이 배제돼야 한다는 것은 변질돼서는 안될 대 원칙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톨릭대학이 이번 장애자 입학문제를 놓고 국민의 여론을 참작하고 그대로 수용한 것은, 그렇기 때문에 더욱 값진 양보요, 용단이란 점에서 높이 평가받아 마땅하다.
그것은 이 대학이 갖는 종교적 신념에도 부합하는 처사여서 순리에 따르고 조화롭다는 인상을 준다. 다른 대학들도 가톨릭대학의 결단을 거울로 삼아 장애자라는 이유로 낙방시킨 수험생들에 대해 재고가 있기를 다시 한번 촉구한다. 이번 입시파동을 계기로 우리는 장애자에 대한 사회 정책적 현실에 반성과 재정비의 필요성을 절감한다. 우선 대학입학 문제만을 생각 할 때 대학이 장애자의 입학자격기준을 사전에 분명히 했더라면 이러한 소란은 없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전공과목별 특성에 따라 신체장애자의 수학능력은 장애종류와 정도에 밀접한 연관이 있을 것이다. 그러한 세부사항을 사전에 면밀히 검토하여 입학요강에 분명히 밝혀둔다면 지원과 입학에서 신체적 조건이 말썽을 빚을 소지는 없어질 것이 아닌가. 어디까지나 획일적인 조치가 아니라 장애자 본인이나 사회적인 이해와 납득이 전제되는 기준이어야 함은 물론이다.
유엔은 지난 81년을 국제장애자의 해로 선포하고 「함께 산다」는 구호를 장애자에 대한 인류공통의 이념으로 내세웠다. 장애자도 인간으로서 평등한 인권을 누리고 보호받아야할 권리가 주어져 있으며, 이를 위해 정상인들과 차별 없이·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도 이에 동참하여 뜻을 같이하면서도 우리사회가 과연 얼마나 이 명분에 걸 맞는 행동을 실천해오고 있는가는 깊이 반성해야할 일이다. 과연 우리사회가 장애자의 입학을 거절하는 대학에 대해서만 일방적으로 비난과 야유를 보낼 만큼 장애자에 대해 떳떳한 도리와 대접을 다하고 있는가 말이다. 전국의 신체장애자가 약 1백만 명에 이를 것이라는 막연한 숫자만 나와있을 뿐 정확한 실태파악조차 안되고 있는 실정은 무엇을 말하는가. 장애자를 위한 편의시설의 태부족은 말할 것도 없고, 취업희망자의 50%이상이 생계유지가 막연한 상태다.
취업하고 있는 장애자들은 일을 통해 사회에 공헌하고 있다. 이들은 자기 자신의 삶에 보람과 희망을 되찾고 있을 뿐만 아니라 건강한 사람들의 노동의욕과 활기를 자극해 준다고 한다. 직종에 따라서는 신체적 핸디캡이 오히려 다른 부문에서 우수한 기능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사회참여에 장애요인이 되고있는 것은 사회적 편견과 국가적 지원 시책의 불비라고 생각한다. 사회가 보다 더 따뜻한 눈길로 이들의 고통을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정부가 이들을 위한 편의시설 확충에 힘쓴다면 장애자들에 대한 취학과 취업의 길이 훨씬 넓어지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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