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 레터] 보수의 변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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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의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때문입니다. 그는 공화당 대선후보 지명 수락연설을 하면 보호무역주의를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외국과 체결한 무역협정을 전면 재검토할 태세입니다. “TPP는 우리 제조업을 파괴할 뿐 아니라 미국을 외국의 결정에 종속시킬 것”이라며 오바마 정부의 무역정책을 싹 무시하고 나섰습니다. 공화당은 전통적으로 보호무역에 반대하며 자유무역주의를 옹호해 왔습니다. 이를 트럼프가 뒤집은 것입니다.

외교안보에선 종전처럼 신고립주의를 표방합니다. 앞선 언론 인터뷰에선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정책이 트럼프 개인적 소신이라면 별 문제 아니지만, 그게 미국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는 공약이라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미국 유권자들이 정말 보호무역과 고립을 원한다면 심각한 일입니다. 세계 최강국이 ‘제로섬 내셔널리즘’으로 흐른다면 어떻게 될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영국의 보수당 역시 과거와는 다른 노선을 가려 합니다. 메이 총리가 보수당 총리답지 않게 노동자를 위한 정책에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선언하면서입니다. 과거 대처의 보수당 정부와는 완전히 다릅니다. 마치 노동당의 정책을 연상시킬 정도입니다. 같은 보수정당의 변화(또는 변심)이지만, 미국 공화당과 영국 보수당은 서로 엇갈린 평가를 받을 듯합니다.

▶관련기사‘일자리 만들기·조선 구조조정 지원’에 추경 11조원

정부가 추경안을 확정했습니다. 11조원의 재정을 구조조정과 일자리 지원에 집중 투하한다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지방교부금 등에 3조7000억원, 국채 상환에 1조2000억원이 배정됐습니다. 당초 추경의 취지에 부합하는 액수는 6조1000억원입니다. 또 이 가운데 1조4000억원은 국책은행 출자에 쓰입니다. 나머지를 가지고 구조조정도 지원하고 일자리도 만들어야 합니다. 쉽지 않은 일입니다. 정부는 추경 집행으로 올해 성장률을 0.1~0.2%포인트 끌어올릴 수 있다고 봅니다. 그나마 신속하게 집행돼야 그런 효과가 나옵니다. 더민주당은 추경안과 지자체 누리과정 예산 지원을 연계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로 여야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 추경안 처리도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추경은 타이밍인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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