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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 부인의 골프장 수백억 지분, 재산공개 땐 3억 신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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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우병우(49) 청와대 민정수석의 부인이 어머니·자매 등과 함께 1700억원대 골프장을 공동 소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 수석의 재산공개 내역에는 이런 사실이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주회사의 비상장 주식으로 갖고 있어 보유 주식 수와 액면가로만 신고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법인의 비상장 주식 등의 형태로 우회 보유한 재산을 시가로 신고하는 쪽으로 현행 공직자 재산 공개제도를 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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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금융감독원의 공시 자료 등에 따르면 우 수석의 부인 이모씨와 처제, 장모 김모씨 등은 경기도 화성 소재 골프장 기흥컨트리클럽(기흥CC)을 운영하는 삼남개발을 2008년 무렵부터 실소유하고 있다. 2008년 6월 사망한 장인 이상달 전 정강·중기건설 회장으로부터 상속받은 재산이다. 이 전 회장은 삼남개발 지분을 재향경우회와 50%(각각 15만 주)씩 갖고 있었다.

비상장법인이라 액면가만 신고 의무
“공직자 재산공개 제도 허점 고쳐야”
우 수석 가족회사 ‘정강’ 93년 설립
법인세율 적용 작년 9000만원 절세

그가 숨지고 2개월 뒤 아내와 딸 넷 등 5명은 에스디엔제이홀딩스를 설립해 자신들의 지분을 회사 소유로 돌렸고 현재 지분을 각각 20%(1인당 2200주)씩 나눠 갖고 있다. 삼남개발은 매년 발생하는 당기순이익을 전액 경우회와 에스디엔제이홀딩스에 배당하고 있다. 2008년부터 7년간 에스디엔제이홀딩스가 가져간 배당금만 191억원에 달한다.

기흥CC를 운영하는 삼남개발의 2015년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회사 보유 토지(222만㎡)의 장부가액은 165억원이지만 공시지가 합계액은 1722억원이다. 부동산 업계에선 골프장의 시가를 공시지가의 1.5~2배 정도로 추정한다. 하지만 이런 내용은 우 수석의 재산 신고 내역에 담기지 않았다.

우 수석은 2015년 405억원, 2016년 393억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예금·채권·부동산이 대부분이었다. 우 수석 부인 이씨가 보유한 에스디엔제이홀딩스·정강 등의 비상장 주식은 액면가(총 3억1000만원)로만 반영됐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비상장 주식은 액면가 신고가 원칙이라서다. 익명을 원한 현직 세무사는 “지주회사를 세워 상속·증여하는 건 절세 수단 중 하나”라고 말했다.

우 수석 측은 가족 소유의 법인을 통해 세금 납부액을 최소화하기도 한 것으로 분석됐다. 누진세인 종합소득세(최고 38%)보다 단일세율이 적용되는 법인세(22%)의 세금 부담이 더 작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절세 사례로 우 수석과 가족들이 100%(5000주) 지분을 소유한 주식회사 정강이 있다. 정강은 우 수석의 부인이 50%(2500주)의 지분을 보유한 대주주이자 대표이사다. 우 수석은 20%(1000주), 세 명의 자녀는 각각 10%(500주)씩 30%(1500주)의 지분을 갖고 있다. 부동산 매매·임대, 중기 임대업을 목적으로 1993년 설립했다. 정강은 지난해 총 2억5247만원의 임대·금융소득을 올렸다.

세무업계에 따르면 개인이 이 정도 소득을 올리면 최고세율 38%(과세표준 1억5000만원 초과)를 적용받기 때문에 각종 공제를 감안해도 1억원 안팎의 세금을 내야 한다. 그러나 정강이 지난해 낸 세금은 소득세의 10분의 1 수준인 969만원이다. 개인 자격일 때보다 9000만원의 세금을 덜 낼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기본적으로 법인세율 22%를 적용한 데다 중소기업회계처리 특례기준 대상이어서 세율이 6.45%로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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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강은 지난해 급여로 나간 돈이 없다. 그런데도 접대비(1000만원)·차량 유지비(782만원) 등 1억3393만원의 영업비용을 썼다. 법인차량 운행 비용은 회사 경비로 처리돼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법인을 세워 재산을 관리하는 것은 부유층의 전형적인 절세법이라고 지적한다. 고위 공직자의 경우 재산공개 때 신고 재산이 실제보다 축소된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법인에 주는 세금 혜택을 노리고 개인 재산을 법인으로 넣는 일부 자산가의 행태는 조세피난처에 페이퍼 컴퍼니를 만드는 행위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이태경·하남현·황의영·이유정 기자 uni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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