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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 조 루소 감독이 말하는 마블 영화의 비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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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서 11억 달러(약 1조2500억원)를 벌어들인 올해 상반기 최고 흥행작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4월 27일 개봉, 이하 ‘시빌 워’). 그 눈부신 성공 뒤에는 전작 ‘캡틴 아메리카:윈터 솔져’(2014)부터 수퍼 히어로 장르에 새로운 스토리텔링을 시도한 루소 형제(앤서니 루소·조 루소) 감독의 활약이 있었다. 이 중 동생 조 루소(45) 감독이 7월 8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콘텐츠 인사이트’ 세미나(주최 한국콘텐츠진흥원)에 참석해 스토리텔링 강연을 했다. 강연 내용과 그와 나눈 대화를 토대로, ‘시빌 워’의 성공 비결과 수퍼 히어로 영화의 미래를 네 가지 포인트로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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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스토리텔링은 캐릭터에서부터


“마블 영화가 성공한 이유는 캐릭터를 만드는 데 오랜 시간을 투자했기 때문입니다.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 같은 수퍼 히어로들은 각 캐릭터의 단독 영화에서 각자의 매력과 히스토리를 보여 줬어요. 그렇지 않았더라면 관객이 그들의 감정에 공감하기도, ‘시빌 워’ 한 편에서 수많은 캐릭터를 다루기도 몹시 어려웠겠죠. 스토리텔링에 있어 캐릭터가 차지하는 비율은 생각보다 커요. 캐릭터의 가치관과 능력, 성격에 따라 이야기는 얼마든지 다양하게 전개될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 형제가 만드는 ‘어벤져스:인피니티 워 파트1’(2018년 개봉 예정)에는 ‘시빌 워’보다 훨씬 더 많은 마블 히어로가 등장합니다. 캐릭터로 스토리텔링을 시도한 마블 스튜디오의 전략이 적중한 덕분이죠.”

2. 공감이 곧 매력이다



“국가 간 장벽이 사라진 지금, 할리우드 영화 산업의 타깃은 전 세계 관객입니다.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미국 영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겨우 3분의 1에 불과하죠. 지구촌은 무척 밀접하게 연결돼 있기에, 영화에는 전 인류가 보편적으로 경험하고 공감할 수 있는 ‘사람 사는 이야기’가 필요합니다. 언어나 문화가 달라도 누구나 매력을 느낄 이야기들 말이죠. ‘시빌 워’를 만들면서 우리 형제는 친구 간의 갈등처럼 관객이 공감할 만한 일상적 이슈를 다루려 노력했어요. 수퍼 히어로 영화라 해서 무조건 어린 관객의 눈높이에 맞출 필요는 없습니다. 어린이들 역시 성인 못지않게 캐릭터의 감정을 이해할 능력을 충분히 갖췄으니까요.”

"수퍼 히어로 영화 만들려면 네 가지만 기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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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 스틸컷 [중앙포토]


3. 원작의 톤은 창작의 원천이다



“어릴 적 만화책을 여러 권 수집하며 각 만화 고유의 톤을 기억해 뒀어요. 마블 만화를 영화로 각색할 때도 원작의 톤만큼은 그대로 영화에 계승하려 했죠. ‘어벤져스’ 시리즈(2012~)나 ‘시빌 워’는 마블이 공들여 만든 ‘모자이크’ 형식의 새로운 스토리텔링입니다. 여러 수퍼 히어로의 능력과 개성을 영화 한 편 안에 어떻게 엮느냐에 따라 이야기가 변하죠. 앤트맨(폴 러드)과 스파이더맨(톰 홀랜드)의 농담이 심각한 상황에서 숨통을 틔워 주기도 하고, 워 머신(돈 치들)의 부상으로 영화의 분위기가 어두워지기도 해요. 이렇듯 수퍼 히어로 영화는 톤을 변주하는 것만으로도 액션과 스릴러, 코미디 장르를 넘나듭니다. 관객 입장에선 다양한 코스 요리를 맛보는 셈이죠. 그게 바로 마블 영화의 매력입니다.”

4. VR은 장르의 미래다


“수퍼 히어로 장르는 이미 포화 상태에 도달했어요. 그렇기에 이 장르에 신선한 자극을 줄 스토리텔링이 필요합니다. 현재 영화 산업은 VR(Virtual Reality·가상 현실) 기술로 유례없는 변화를 겪고 있죠. 우리 형제와 ‘스타트렉 비욘드’(8월 개봉 예정)를 연출한 저스틴 린 감독은 함께 콘텐트 회사 불릿(Bullitt)에서 VR 기술을 영화 스토리텔링에 적용할 다양한 방법을 연구하고 있어요. VR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언젠가 우리는 VR 세계 속에서 어벤져스 군단과 함께 지구를 지키거나, 캡틴 아메리카와 친구가 될지도 몰라요. 누구도 가 보지 않은 미지의 영역으로 눈을 돌리세요. 참신한 스토리텔링이 이어진다면, 관객은 오랫동안 수퍼 히어로 영화에 열광할 것입니다.”

고석희 기자 ko.seokhee@joongang.co.kr
사진=라희찬(STUDIO 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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