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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민정 대표 회견 요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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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오늘 본인은 전두환 대통령이 국정 연설에서 밝힌 「큰 정치」의 실현을 위한 우리 민주정의당의 구상과 금년도 정국 운영의 주요 방향에 대해 밝히고자 한다.
대통령은 향후 3년 동안의 국가적 대과제로 첫째 평화적 정부 이양, 둘째 86아시아경기와 88올림픽의 성공적 개최, 셋째 전쟁 공포로부터 벗어나는 남북 관계의 확립, 넷째 경제 활력의 회생 문제를 제시하고 이 같은 중요시기에 헌법 논의에 골몰하는 것은 국론을 분열시키고 난국을 자초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국가적·대 과제가 달성된 이후인 89년에 가서 이를 논의함이 순서라고 밝혔다.
대통령은 「큰 정치」 「대도의 정치」라는 용어를 썼다. 「큰 정치」의 구체적 의미는 무엇이겠는가.
국가 대사를 외면한 채 파당적 이해에 입각하여 아옹다옹하는 것이 「작은 정치」라면, 거시적 시각에서 장래를 내다보고 민족과 국가의 운명이나 과제를 안목에 두고서 소이를 버린 포석을 하거나 국력을 모으고 민족 자산을 늘려 나가는데 이바지하는 정치를 「큰 정치」라고 생각한다.
「큰 정치」를 이렇게 볼 때 우리 정치인들이 1차 적으로 생각해야 할 것은 국가적·민족적 차원에서의 정책 과제가 무엇이냐 하는 것이며, 이 과제를 어떻게 달성할 수 있을 것이냐 이다.
첫째는 88년 2월로 예정되어 있는 평화적 정권교체의 실현이다.
야당은 88년의 평화적 정권교체의 실현 가능성을 의심하다가 이제 그 전망이 명백해지자 그 역사적 의미를 과소평가 하는데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우리 헌정사를 돌이켜볼 때 임기 만료와 더불어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가겠다는 대통령의 결단은 참으로 소중한 전통의 확립이 아닐 수 없다.
둘째는 86아시아경기와 88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다.
셋째는 전쟁 공포의 불식이다. 1950년 봄여름 내내 국회가 개헌 논쟁을 벌이다가 6·25남침을 자초했던 쓰라린 경험을 이제 되풀이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러한 국가적 대사들을 앞두고 「큰 정치」의 전개를 가로막아 온 장애가 있었다. 그것은 야당과 일부 국민 사이에 제기된 헌법 문제에 대한 시비의 계속이다.
이 장애물을 제거하고 국가 대사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기 위해, 그리고 88년에 평화적 정권교체가 실현되고 올림픽이 성공하고 나면 국내 정치적 여건과 경제적 역량이 보다 성숙될 것이므로, 그때 헌법 문제를 논의하자는 것이다.
우리 민정당은 이것을 단순한 헌법 논의의 유보라고 보지 않는다. 오히려 그 속에 개헌 논의를 포용하는 적극적인 의미가 담긴 것으로 보고 우리는 그때의 헌법 논의에 있어 그 내용과 결과에 대해 개방적인 태도로 임할 용의가 있다는 점을 밝히고자 한다. 일단 헌법 논의가 시작되면 비단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국민들이 관심 가질 수 있는 모든 문제들이 활발히 논의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야당이 주장하는 개헌 논의의 시기로부터 불과 몇 해의 시차를 두고 헌법 문제의 논의가 본격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그 동안에라도 정쟁적 논의를 위한 것이 아니라 연구의 장으로서, 그리고 그 논의가 사회적 확산의 대상이 되지 않는 한에서 국회에 헌법연구특위를 두는 것은 좋다고 생각한다. 헌법에 관한 모든 논의를 유보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나 이왕에 여야 사이에 얘기가 있었던 것이고, 야당이 「큰 정치」에 동참하는 한 헌법에 관한 연구가 문제될 것은 없다고 본다. 그러므로 본인은 야당이 애국적인 입장을 취한다면 국가적인 대사를 치르는데 협조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큰 정치」를 하자는 것은 당리당략을 위한 구실 때문이 아니라 민족적 과업을 달성하기 위한 대국적 안목에서 나온 것임을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우리 민주정의당은 이상 말한 평화적 정권교체를 비롯한 국가적 대사를 성공적으로 수행해야 한다는 시대적 상황 인식 하에 「큰 정치」실현을 위한 실천 과제로 첫째, 개헌 주장에서 비롯된 국력 낭비적인 여야의 첨예화된 대결 양상을 88년까지 상호 자제하는 「전면적 정쟁 지양」과 둘째, 국가적 단합 속에 86아시아경기와 88올림픽을 효과적으로 지원하여 양대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도록 모든 정파는 물론, 우리 국민 각계각층의 대표를 망라한 가칭 「86·88거국지원협의회」구성을 제의하는 바이다.
야당은 이제 「큰 정치」는 물론 대외 무역 문제·농어민 문제·노사문제 등 민생 문제를 중심으로 하는 국정 운영에 동참하면서 선의의 경쟁을 통해 수권 능력을 함양하고 89년의 헌법 논의에 대비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
이와 같은 기조 위에서 우리당의 금년도 정국 운영의 주요 방향에 대하여 말씀드리겠다.
금년도 국회 운영은 의회 민주주의 본령을 준수하면서, 지난 정기 국회시 필요성을 절감하면서도 처리하지 못한 중소기업 창업지원법 등 민생 법안의 처리를 위하여 봄에 한차례, 또 아시아경기의 개최로 정기국회의 회기 단축 가능성을 고려하여 여름에 또 한 차례 등 2회 정도의 임시국회 개최를 구상하고 있다.
국회 운영과 관련하여 경제 활력의 회복과 대외 경제 마찰 문제 등을 극복하기 위한 민생경제운용특위와 남북대화의 효과적인 지원을 위한 남북대화지원특위의 구성 문제를 야당과 진지하게 협의해 나갈 생각이다.
의사당 폭력 관련 의원 기소 문제는 일단 기소된 경우 사법부의 심판을 기다리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의사당내 폭력 사태의 재발을 제도적으로 방지할 수 있는 내용으로 여야 합의하에 국회법 개정이 이루어진다면 국회 차원에서 관대한 처분을 위해 노력하는 분위기 마련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지난해 경제는 다소 성장이 둔화되고 투자를 기피하는 등 고용·외채 문제와 함께 성장 속에서의 상대적 빈곤감과 경제력 집중화 등이 우리의 경제사회에 어려움을 주기도 하였다.
우리 당은 경제정책에 있어 민생을 의한 투자 활성화 및 고용 증대와 함께 성장의 혜택이 전국민에게 고루 돌아갈 수 있도록 농어민·도시 영세민·저소득 근로계층을 중점 지원하는데 보다 더 노력해 나갈 것이다.
우리사회는 급격히 변동하는 사회이며 따라서 국민들의 기대 수준은 그 실현 가능성에 관계없이 높아만 가고 욕구도 다기 다양해지고 있으며 모든 사물을 부정적 시각에서만 보려는 불신 풍조도 있다.
아울러 조국 분단의 책임도, 여러 가지 현실 불만의 원인도 모두 기성세대의 책임으로만 생각하는 등 세대간 가치관의 부조화 현상 또한 노정 되고 있다.
이러한 인식의 바탕 위에서 우리 당은 「현대사의 재조명」이라는 어려운 과제에 과감히 도전하고 있다.
우리도 한번 민족의 대사나 과제 앞에서 소이를 버리고 대 단합을 이뤄 내는 역사 체험이 없고서는 이 어려움을 헤쳐 나갈 수 없을 것이다.
「정쟁 지양」은 근세 민족사에서는 처음 체험하는 일로서 이를 달성하면, 장차 도래할 민족 흥륭의 빛나는 선례로서 민족사 전진의 촉매제가 될 것이다.
우리 민족사회도 대사를 앞에 하여 파쟁을 유보하는 민족적 지혜를 이제 한번 발휘할 때가 도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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