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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여학생폭력단이 더 무섭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남의 애인을 넘보다니, 건방진 것. 무릎 꿇어!』 『네가 사귀고 있는 줄 몰랐어. 용서해 줘.』
지난해 11월 l일 하오5시쯤 경기도 광주군 서부면 학암리 야산 중턱.
겁에 질린 이모양(14·서울K중 2년)이 같은 학교 강모양(14) 등 동급생 7명에게 둘러싸여 발길로 채는 등 린치 당하고 있었다.
강양 등은 남녀공학인 K중학교에서 남학생들도 슬슬 피하는 문제의 여학생들.
이양은 이날 멋모르고 강양의 남자친구인 같은 학교 3학년 김모군(15)과 함께 학교 앞 빵집에 앉아있다 적발(?)돼 버스 편으로 학교에서 10여km 떨어진 산 속까지 끌려온 것. 이양은 뭇매를 맞아 머리가 터지는 등 전치 3주의 상처를 입고 실신했다.
구랍 8일 하오7시 서울 압구정동 한양쇼핑센터 앞길.
짙은 화장을 한 채 앞서가는 퍼머머리 여학생들을 흘끔거리던 박모군(16·서울S중3년)이 바로 그 여학생들에게 뒷덜미를 잡혀 골목길로 끌려갔다.
『왜 쳐다봐, 못마땅해? 이×× 죽여놓을까 보다. 주의해. 알았어?』 여학생들은 어이없어하는 박군의 코를 잡아 비틀며 발을 걸어 넘어뜨린 뒤 유유히 골목길을 빠져나갔다.
이들 네 여학생들은 강남일대에서 여학생 폭력서클로 명성이 자자한 서울I여상 3학년 「사군자」파.
각각「매」 「난」 「국」 「죽」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이들은 수틀 릴 경우 맥주병까지 깨들고 남학생들과의 일전도 불사한다.
여중 2학년 때부터 5년째 팀웍(?)을 다져온 이들은 인근 남자고교 교내폭력서클과 손을 잡고있어 이들 앞에서는 남학생들도 맥을 못춘다.
『언니라고도 못 불러요. 「큰언니」라고 해야돼요. 학교화장실에서 담배도 피우고…』같은 학교 유모양(17)의 말.
「요즘은 여학생들이 더 무섭다」는 말처럼 몽둥이와 깨진 병까지 마구 휘두르는 등 갈수록 난폭해지는 학원 내 여학생폭력.
서울 K여고의 「나이키」파·「프로스펙스」파, C여고의 「7공주」파, S여고의「손오공」파 등 서울시내에서만 10여 개의 소문난 여학생폭력서클이 학교 안팎에서 학생들을 위협하고있다.
지난해 8월 25일 상오8시쯤 서울 청량리 C중학교교정.
등교하던 이 학교 2학년 김모양(14)이 학생들 틈에 끼여 학교에 들어온 S여중 최모양(16·3년)에게 운동장 구석 화장실로 끌려가 협박을 당하고 있었다.
『소리치면 얼굴을 그어버리겠어. 삥(돈) 내놔.』
김양은 최양이 손에 들고 있는 길이5cm가량의 연필깎이 칼을 보고 질겁을 해 버스비까지 털어 1천3백원을 건네주었다.
청량리일대 여학생들 사이에서 「쫄랑이」로 통하는 최양이 동료 3명과 함께 폭력서클인 「쫄랑이 군단」을 조직한 것은 84년 10월.
최양은 자신이 군단장으로 행세하며 나머지 3명을 행동책으로 조직, 지난해 10월 말 경찰에 붙잡힐 때까지 몽둥이까지 휘둘러가며 청량리역 부근 여중생 등을 상대로 10여 만원 상당의 금품을 갈취해온 무서운 소녀. 경찰 조사결과「졸랑이 군단」은 부모 중 어느 한 쪽이 없는 이른바 결손가정 자녀들로 밝혀졌다.
지난해 5월 31일 하오5시30분쯤 서울 명일동 S여고 앞 버스정류장.
집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던 김모양(18·S여고3년)이 뒤쫓아온 양모양(18) 등 같은 반 여학생 5명에게 머리를 낚아 채여 길바닥에 쓰러졌다.
『건방지게 우리 앞에서 고개를 쳐들고 다녀.』 양양이 쓰러진 김양의 얼굴을 짓밟았다.
교실에서 자신들과 눈이 마주치면 눈을 내리깔아야 하는데 김양이 이를 어긴 것이 죄목 (?)이었다.
버스정류장 주변에 있던 여학생들은 이들의 서슬에 김양의 얼굴이 피범벅이 되어도 모른 체 했다.
『차라리 남학생들은 여학생들에게 함부로 하지 않는 것 같아요. 여학생 폭력배의 대부분은 자신들보다 얼굴이 예쁘거나 성적이 좋은 학생을 골라 괜히 트집을 잡아 주먹을 휘두르죠.』 양양 등에게 맞아 2주일간 입원까지 했던 김양의 말이다. <최천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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