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중앙 언론-부패 추방 대대적 캠페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홍콩=박병석 특파원】중공 당 지도층이 연초 당·정·군 간부 8천 여명을 참석시킨 가운데 개방 정책 옹호 및 대대적인 부패 추방 조치를 발표한 이후 인민일보·대공보·문회보 등 중공 신문들이 열흘이 넘도록 계속 주요 간부들의 연설 전문을 수페이지에 걸쳐 전재하는 등 대대적인 부패 추방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특히 20일에는 당 정치국원 교석과 중앙위 서기 호계립이 고위 공직자의 부패에 언급하며 『중죄를 범한 자는 일벌백계를 위해서 반드시 처형돼야 한다』고 가장 극단적인 표현을 함으로써 반 부패 캠페인은 절정을 이룬 감이다.
인민일보 등 중공 매스컴들인 지난 11일 호요방 당 총서기의 연설문 전문을 2페이지에 걸쳐 전재한 것을 시작으로 전기운 부수상, 왕조국 서기처 서기, 양상곤 정치국원의 연설문 전문을 잇달아 게재해 왔다.
이는 등소평 등 개혁파들이 중공 내부의 정책 노선을 둘러싼 권력투쟁에서 상당한 수세에 몰려 있다는 것을 뜻하는 것으로도 보인다.
등소평 등 개혁파는 지난 7년간 당내 보수파의 저항을 누르고 개방 정책을 추진하는 한편 대대적인 개혁 운동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그에 따른 생필품 가격 인상, 심각한 무역역조에 따른 외환 보유고 부족, 당 관리의 부정부패, 자본주의적 퇴폐풍조의 만연 등으로 주민들의 심한 불만을 자아내고 있으며, 특히 근래 보기 드문 거센 학생 소요 사태를 유발했다.
이렇게 상황이 심각해지자 등소평 일파는 부패 풍조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11일 당·정·군 간부 8천명이 참석한 회의에서 「중앙기관단정당풍령도소조」를 신설했다.
이것은 개혁파가 부정부패 만연을 내세워 개혁파를 견제해 온 보수파를 누르고 당풍 쇄신 작업을 주도하려는 의도인 것으로 해석하는 중공 전문가들이 많다.
부패 조사 책임을 맡고 있는 보수파의 대표적 인물인 진운의 당기율위원회 역할을 유명무실하게 만든 조직이기 때문이다.
특히 진운을 비롯한 등력군·호교목·팽진 등 보수파들은 83년 반 정신 오염 운동을 전개한바 있으며 지난해 8월에는 해남도 부정 사건 폭로 등으로 개혁 세력을 난처하게 했고 진운의 경우 지난해 9월 임시전당대회에서 등소평 노선을 정면으로 공격하기도 했다.
해남도 사건이란 당 고위 관리와 군부가 TV 3백만 여대, 자동차 8만대 등을 밀수한 중공 사상 최대의 부정 사건이다. 경제 개발 자금 명목으로 마구 사들여 본토에 팔아 넘긴 사건이다.
개혁파들은 보수파들의 퇴진이 예상되는 내년 13차 당 대회까지 이런 부정부패 만연을 이슈로 한 보수파들의 공격을 잘 무마할 필요가 있다.
한편 홍콩의 친 중공계 인사들 중에는 이런 권력투쟁의 측면과는 달리 개방의 속도를 빨리 하느냐, 다소 늦추느냐에 대한 이견은 있지만 보수파니 개혁파니 하는 구분은 적절치 않고 최근의 언론 캠페인은 올해부터 시작되는 7차5개년 계획을 위해 사상 무장을 강화시키려는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중공은 62년 1월 11일에도 북경에서 당·정·군 등 각계 대표 7천여명을 소집, 국민 경제 난국 타개 결의를 한바 있다.
20년만에 다시 열린 8천인대회의 의미나 상황은 7천인대회 때와는 달리 고도의 정치적 복선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