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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값 점차 올려 가스로 대체|신인 최창락 동자부 장관의 정책 구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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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취임하신 지도 벌써 10여일 남짓 됐는데 앞으로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이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최 장관=아주 어려운 질문입니다. 에너지 문제는 1, 2차 오일쇼크를 겪으면서 크게 클로즈업 됐는데 어떻게 하면 값싸고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문제인 것 같습니다. 이 문제를 위해 정책을 구상해 펴 나가겠습니다.
-요즘 한참 추운데 올 겨울 석탄 수급은 이상 없습니까.
▲최 장관=매년 11%정도 연탄 사용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무연탄 2백30만t을 수입한 것을 비롯, 2천5백만t을 확보했기 때문에 이상이 없습니다.
-연탄보일러의 증가로 무연탄 소비량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반면 국내 생산은 점점 한계에 다다르는 느낌인데 앞으로 문제가 안되겠습니까.
▲최 장관=올해 연탄 수요량이 2천6백90만t으로 지난해보다 7%정도 늘어날 전망인데 국내 생산량은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2천3백만t을 넘을 수 없습니다. 채탄 조건도 점점 나빠지고 당장 폐광해야 할 광구도 많지만 국내 자원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1천여억원의 재정 보조를 해 가며 서민용으로 연탄을 공급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러나 연탄이 서민용 연료라는 이유 때문에 자유로운 시장가격보다 싸게 할 수밖에 없고 생산량은 늘려야 하기 때문에 동자부 예산의 90%를 석탄 산업 보조에 쓰고 있는 것이 큰 문제입니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계속 석탄 산업에 막대한 재정 보조를 하는데는 문제가 많겠군요.
▲최 장관=석탄 산업을 경제적인 측면으로만 볼 수는 없지요. 여러 가지 사회 정책적인 문제가 있으니까요. 그러나 국내 연탄 생산이 한계에 이른 마당에 무조건 서민용 연료로 연탄을 고집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또 재정 보조를 통한 연탄의 저가 정책도 무작정 계속할 수는 없습니다. 저가 정책으로 혜택을 보는 층도 사실상 연탄보일러를 쓰는 중산층이라는 점도 문제가 됩니다. IBRD같은 곳에서는 연탄 가격을 올려야 한다는 권고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각 유종 및 에너지간의 가격 조정 때 가스·벙커C유의 상대적인 가격인하와 연탄의 점진적 가격 인상으로 가스의 연탄 대체를 노려야 한다고 봅니다.
일본 가정의 주원료가 전기·가스라는 것도 참고 할만 합니다.
-석공탄은 고시가로 놔두고 민영탄은 자율화 시켜 경쟁력 및 증산 의욕을 고취시키고 시장가격으로 연탄 수요를 조정해야 된다는 일부의 주장도 있던데요.
▲최 장관=일리 있는 얘기입니다. 그러나 국내 생산이 수요를 모두 충족시킬 때는 해 볼만한 정책이지만 수입의존도가 높고 소규모 광구가 많은 우리나라 실정에서는 상당히 어렵습니다. 자율화가 곧 큰 탄광에 의한 중소 탄광의 잠식이란 등식으로 나타날 소지도 많기 때문이지요.
-국제 원유가 인하 전망은 어떻게 보십니까.
▲최 장관=기름은 무역 원리에 따라서만 가격이 조정되지 않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점치기가 어렵습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하루에 1천8백만 배럴을 생산, 자기네 시장 몫을 유지하고 비OPEC국가가 OPEC의 감산 제의를 거부했다는 측면에서만 보면 배럴당 5달러 이하 하락도 전망됩니다.
그러나 배럴당 5달러 떨어지면 17.8%나 하락한 셈인데 OPEC국가들은 1천6백만 배럴 생산할 때 보다 2백84만 배럴을 더 생산해야 자기네 재정수입은 같아지게 됩니다. 많이 팔아도 수입은 같아지게 되는데 OPEC가 과연 계속 그렇게 나올 것이냐는 것은 2월초 열릴 OPEC특별위원회 결정을 두고 봐야겠지요. 이 같은 요인을 차치한다 해도 그 동안의 추세는 석유 수요의 계속적인 감퇴로 가격이 연평균 6.1%씩 떨어졌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배럴당 2∼3달러는 떨어진다고 봐야겠지요.
-원유 가격이 떨어지면 국민들은 국내 유가에도 반영될 것이라는 기대가 많습니다만….
▲최 장관=하락 폭에 달려 있습니다.
우선 l달러 정도 떨어지면 환율 인상 등 그 동안의 인상 요인 때문에 국내 유가는 전혀 조정할 수가 없습니다.
3달러 정도 떨어진다면 올해 예산에 이미 반영된 대로 먼저 관세를 1%에서 3%로 올리고 나머지를 수입 기금과 유가 하락에 반영시키게 됩니다. 지난번 가격 조정 때는 원유가 하락 분의 30%만 국내 유가에 반영시켰는데 이번에는 그 이상 반영시켜야겠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그 시기는 언제쯤으로 보십니까.
▲최 장관=워낙 변수가 많아 점치기가 어렵습니다. 2월초 OPEC특별위원회 결과를 보면 예상할 수 있겠지요.
-사우디아라비아가 서방 석유사들에는 이른바 네트백 시스팀(석유 제품 가격에서 운임·정제비를 빼 주는 할인 가격 체계)으로 석유를 싸게 팔면서 우리에게는 할인을 안 해주는데 이에 대한 대비책은 있나요.
▲최 장관=한국뿐 아니라 우리보다 5배 이상 석유를 쓰는 일본을 포함, 동양의 어느 나라도 네트백 가격으로 아직 원유를 사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현재 일본이 사우디아라비아와 교섭 중인데 곧 타결될 것 같습니다. 우리는 그 결과를 예의 주시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탈 석유 정책을 위해 원전은 계속 건설할 생각입니까.
▲최 장관=물론입니다. 올해 11, 12호기 착공을 위한 업자 선정에 들어가는 등 원전을 꾸준히 건설, 91년에는 전체 전력의 53.7%를 원전으로 채울 계획입니다.
지금까지 외국 회사가 거의 건설해 왔는데 이번 11, 12호기 건설에는 기술이전을 첫째 조건으로 내세워 업자를 선정할 계획입니다. 다음부터는 우리 기술로 건설하기 위해 건설비가 더 들어가더라도 기술이전 조건만은 꼭 관철할 생각입니다.
-에너지 절약을 위해 무엇에 역점을 둘 생각입니까.
▲최 장관=절약이 소비자에게 불편을 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유리한 것이라는 관념을 갖도록 정책을 개발, 적극적으로 홍보할 생각입니다.
-개인적인 문제입니다만 오랜 공직생활 중 가장 힘들었던 때와 보람있었던 직책은 무엇이었다고 생각합니까.
▲최 장관=본인의 생각과 다른 정책을 펴 나가야 할 때 가장 괴롭지요. 그런 일이 몇 번 있었습니다. 한국은행 총재는 해 볼만한 자리였던 것 같습니다.
-원서를 1년에 1백권 이나 읽는다는데요.
▲최 장관=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전공 서적을 1백권 이상 읽을 수 없고 별다른 취미가 없다 보니 잡서나마 책을 즐겨 읽는 것이 와전된 것 같습니다. <이석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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