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대처내각이 흔들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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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파리=주원상특파원】「철의 여인」「대처」영국수상의 보수당내각이 삐꺽거리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줄곧 영국매스컴들의 톱뉴스를 장식하고 있는 이른바 「웨스트랜드 사건」이 그 발단이다.
웨스트랜드는 경영난 때문에 외부자본의 도입을 추진하고있는 종업원 1만1천명 규모의 영국 헬리콥터 제작회사. 현재 미국의 시코르스키사와 유럽컨소시엄(프랑스 아에로스파시알, 이탈리아 아구스타, 서독 MBB, 영국 에어로스페이스와 GEC)이 이 회사에의 자본참여(전체주식의 30%)를 위해 각축중이다.
미국회사와 유럽회사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서 이 문제와 관련해 「대처」수상과 견해를 달리하는 「마이클·헤설타인」국방상이 지난 10일 돌연 사임, 일개 민간기업의 경영문제가 정치문제로 비화됐다.
「대처」수상은 친미국회사파. 표면적으로는 시장의 자유경쟁원칙을 내세워 모든 각료들에게 웨스트랜드 사 문제에 중립을 지키라고 지시하고 있으나 내면적으로는 시코르스키사의 영국상륙을 지원하고 있는 「브리턴」상공장관을 지지하고 있다. 「브리턴」상공장관은 웨스트랜드의 경영난 해소를 위해서는 유럽회사들보다 미국회사의 자본참여가 더 유리하다는 입장이다.
「헤설타인」전 국방상의 견해는 물론 이와 반대. 그는 시코르스키사의 자본이 들어오면 웨스트랜드 사는 단순한 조립공장으로 전락하게 되고 영국은 독자기술보유·개발수단을 잃게 된다고 주장, 같은 유럽회사들의 자본참여를 바라고 있다.
「헤설타인」 장관의 사임은 영국정치사상 드물게 극적으로 이뤄졌다.
주례국무회의를 주재하던 「대처」수상이 어느 장관을 막론하고 내각전체의 동의 없이는 웨스트랜드 문제에 개입하지 말라고 지시하자 「헤설타인」장관은 『이런 정부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다』며 회의실 문을 박차고 나가버렸다.
그는 이어 기자회견을 자청, 「대처」수상의 「독선」을 맹렬히 비난했으며 「대처」수상은 지체없이 「조지·영거」전 스코틀랜드담당장관을 후임국방상으로 임명했다. 지난 79년 「대처」수상이 집권한 이후 수상과의 의견충돌로 장관직을 스스로 물러난 케이스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번과 같은 사태는 전례가 없는 일이다.
「헤설타인」국방상의 돌연한 사임이 「대처」수상내각의 존립을 당장 위태롭게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당 내외로부터 그러잖아도 독선과 권위주의 때문에 비판을 받고있는 「대처」수상에게 새로 상처를 입힌 것은 사실이다.
웨스트랜드의 경영난해소에 어느 회사의 자본참여가 유리할지는 제쳐두고라도 「헤설타인」의 주장은 일단 국민들의 구매에 맞을 법하다.
2백명의 보수당소속 하원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도 62%이상이 유럽컨소시엄의 자본참여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웨스트랜드의 경영자들은 시코르스키사의 자본참여를 원하고 있으나 최종 결판은 앞으로 주주총회에 달려있다.
주총결정이 유럽컨소시엄지지로 돌아서면 「대처」수상의 권위가 또한번 상처를 입게될 판이다.
현재 「대처」수상의 보수당내각은 유권자들의 지지도에 있어서 야당인 노동당보다 열세. 33대 38%로 5%의 격차를 보이고 있다.
보수당 안에서 「대처」수상의 후계자로는 「노먼·테비트」당의장(35%), 「피터·워커」에너지상(31%)이 유력시되고 「하우」외상, 「헤설타인」전 국방상(11%)이 뒤를 이어 거론되고 있다. <주원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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