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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자, 아이폰 부수다” 중국 SNS 인증샷 유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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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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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네티즌이 미국에 대한 항의 표시로 애플의 아이폰을 망치로 내려쳐 부수는 모습. [사진 웨이보]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 아이폰 휴대전화기를 부수고 이를 사진으로 찍어 인증샷을 올리는 행위가 유행하고 있다. 지난 8일 네덜란드 헤이그의 상설중재재판소(PCA)의 남중국해 영유권 관련 판결이 나온 직후 확산되는 미국 상품 배척 운동의 일환이다.

남중국해 판결 후 미 배척운동
언론 “어리석은 애국 지지 못 받아”

안휘(安徽)성의 20대 남성 네티즌은 망치로 자신의 아이폰을 부수는 장면을 촬영한 동영상을 인터넷에 게시했다. 이 남성은 “미국 물건 못쓰게 만들자”고 말하며 아이폰을 망치로 내려치는 장면을 찍어 올렸다.

‘칭이’란 아이디를 쓰는 여성은 “남중국해 정세가 긴장되고 있다. 우리는 다시 미국 상품 배척운동을 시작한다. 먼저 내가 아이폰을 부쉈다”란 글과 함께 액정 화면과 뒷면을 망가뜨린 장면을 촬영해 올렸다. 자신의 직업을 가수라고 밝힌 남성 네티즌도 부서진 아이폰 사진과 함께 “일본과 영토분쟁 때 일본제 카메라를 부쉈던 일을 기억한다. 지금 아이폰과 아이워치·맥북을 부순다. 여러분도 뒤따라주기 바란다”라고 썼다. 웨이보에서 ‘애국자, 아이폰을 부수다’란 문장을 입력하면 비슷한 사례들이 줄줄이 검색된다.

하지만 이런 맹목적인 외국상품 배척운동에 반대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한 네티즌은 “아이폰은 중국에서 가장 많이 만들어지는 상품이며 아이폰 공장은 중국인들에게 일자리를 주고 있다”며 “어리석은 행위를 배척하는 게 미국·일본·한국 상품 배척보다 더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관영 언론은 사실 관계를 일체 보도하지 않는 대신 이성과 자제를 촉구하는 논평을 연일 게재하고 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20일 “다른 사람의 합법적 권익을 보장하지 않은 채 자기의 권리만 주장할 수 없다. 어리석은 애국으로는 세계의 존중과 지지를 받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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