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지도자' 자오쯔양 "성장은 경선으로 선출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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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톈안먼(天安門) 시위 진압에 반대하다 실각했던 '비운의 지도자' 자오쯔양(趙紫陽·1919∼2005) 전 중국 공산당 총서기의 미공개 발언과 서한·강연문 등을 모은 문집이 20일 홍콩에서 발간됐다. 총 4권으로 발간되는 자오쯔양 문집은 자오 전 총서기의 당정 내 연설과 강연·서한·지시문 등 498편으로 구성됐다. 대부분 중국 공산당이 공개를 허용치 않던 문건들로 자오 총 서기의 추종자들이 입수해 홍콩에서 출판하기에 이르렀다.

새로이 공개된 발언록에 따르면 자오 총서기는 지방 단위에서는 성 정부의 최고지도자가 경선으로 선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자유 경쟁에 의한 선거 제도 도입을 옹호한 것으로 드러났다.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문집의 내용 가운데 일부를 소개했다. SCMP에 따르면 자오 전 총서기는 1987년 공산당의 내부 토론회에서 "성(省)급에 경선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성장과 부성장, 성 인민대표대회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선거로 뽑는 게 문제 될 게 뭐 있냐"고 말했다. 그는 "지난 선거는 선택권이 없는 선거였다"며 단독 입후보자에 대한 찬반 투표로 진행되던 선거를 비판하며 "이는 진정한 민주주의라고 하기 어렵다"고 발언했다. 중국은 지금까지도 하위 행정단위에서 부분적으로 선거를 실시하고 있지만 완전한 경선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중국 최고 실권자였던 덩샤오핑(鄧小平)에 의해 발탁된 자오 전 총서기는 중국의 권력 집중이 너무 과도하다는 판단아래 정치적 자유를 확대하는 개혁을 시도했으며, 특히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의 권한을 강화를 주장했다고 SCMP는 전했다.

하지만 자오 전 총서기의 정치개혁 구상은 2년후 천안문 사태에 따른 실각으로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민주화를 요구하는 학생 시위에 동정적인 태도를 보였고 군대를 동원한 강제 해산에 반대한 그는 유혈 진압 후 총서기직에서 실각했다. 그는 2005년 숨질 때까지 가택연금 생활을 했으며 지금도 중국에선 그의 이름을 거명하는 게 금기시되고 있다. 문집 발간에 관여한 우웨이(吳薇) 전 공산당 중앙위원회 연구원은 "자오 전 총서기의 정치 개혁 토론회 발언 등 중국 정치에 매우 가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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