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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게 외교야" 英외무에게 한 수 가르친 美국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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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유튜브 캡처]

이런 게 외교야, 보리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19일(현지시간) 옆에 서 있던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을 팔로 툭 치며 한 얘기다. 이날 두 사람은 회동을 마치고 공동 기자회견을 했다. 존슨 장관으로선 외무 장관으로서 첫 데뷔 기자회견이었는데 이례적으로 혹독했다.

존슨 장관이 30여 년간 칼럼니스트로서, 또 최근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선거 운동 과정에서 세계 지도자들을 향해 던진 비난이 고스란히 그에게로 다시 돌아왔다.

AP통신 기자는 존슨 장관이 버락 오마바 대통령에 대해 "부분적으로 케냐인이다", 힐러리 클린턴을 두곤 "정신병원의 가학성 간호사처럼 염색한 금발머리에 삐죽거리는 입, 차가운 눈빛을 가졌다"라는 등의 문제 발언을 열거했다. 그리곤 "이게 당신이 하려는 외교냐"고 했다. 질문에만 90초가 걸렸다. 뉴욕타임스 기자는 케리 장관에게 "터무니없는 과장에 명백하게 거짓말하는 긴 이력의 소유자를 신뢰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케리 장관은 이에 "EU 주재 미국 대사가 옥스퍼드대 시절에 함께 재학 중이던 존슨 장관의 권유로 토론클럽에 들어갔다. 그의 말론 존슨 장관은 대단히 똑똑하고 능력 있는 인물"이라고 두둔했다. 그러자 존슨 장관이 옆에서 "(이런 말을) 참을 수 있어"라고 중얼거렸다. 케리 장관이 아랑곳없이 "영국이 EU와 고도의 협력 관계를 지속할 것이란 확신을 줬다"며 덕담을 이어가자 존슨 장관은 "휴~. 그만해도 된다"고 했고 그때 케리 장관이 한 말이 "이런 게 외교"였다.

존슨 장관은 이날 자신의 발언들에 사과하지 않았다. 대신 "30년간 쓴 모든 걸 얘기하려면 엄청 긴 시간이 소요될 게다. 문맥과 무관하게 인용돼서 어떤 식으로든 오해되곤 한다"며 "그 모든 것에 대해 사과하려면 전 지구를 꼬박 도는 긴 여정이 될 것"이라고만 했다. 그리곤 "대부분의 사람들은 문맥대로라면 어떤 의도였는지 이해할 것"이라며 "이 분야에서 만난 사람들은 그렇더라"고 했다. 그리곤 현재 시리아·예멘 등 위기를 거론했다. 영국 가디언은 "존슨 장관이 급증하는 이집트에서의 위기를 거론했는데 아마 터키를 의도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존슨 장관은 프랑스 대혁명 기념일에 프랑스 대사관에서 열리는 축하연에 참석했다가 야유를 받은 일이 있다.

한편 케리 장관은 앞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도 회동했다. 케리 장관은 "메이 총리가 양국의 특별한 관계에 대한 분명한 헌신 의지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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