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 경영진단 “1조원대 유상증자하면 숨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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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같은 수주난이 계속된다면 삼성중공업이 향후 5년간 8000억~1조6000억원의 자금 부족을 겪을 것으로 전망됐다. 삼정회계법인이 삼성중공업의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의 의뢰로 2개월간 실시한 경영진단 결과다. 삼정회계법인은 19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19개 채권은행 담당자를 대상으로 ‘삼성중공업 경영진단 결과 설명회’를 열어 이런 내용을 공개했다.

삼정회계법인 진단 결과 공개

이번 경영진단은 지난달 삼성중공업이 1조4551억원 규모의 자구안을 산업은행에 제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당시 삼성중공업은 경영진단에서 산출되는 부족자금을 감안해 유상증자 실시 여부와 실시할 경우 규모를 결정하기로 했다.

부족자금 규모 산출은 삼성중공업이 제시한 5년간 수주계획에 따라 3가지 시나리오(예정대로 진행, 일부 차질, 큰 차질)로 진행했다. 여기에 공사지연에 따른 지체상환금(L/D)과 계약변경(C/O)·실행예산·자구계획 등의 다른 변수도 고려했다. 그 결과 수주가 예정대로 진행되더라도 삼성중공업의 경영 자금은 5년간 8000억원, 수주계획에 큰 차질이 빚어지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하면 1조6000억원이 각각 부족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따라 삼성중공업은 유상증자를 통해 부족자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시나리오 추정에는 발주처에서 받기로 한 부유식 원유생산설비(FPSO) 자금 4900억원과 선주와 합의했으나 아직 받지 못한 인센티브 1800억원을 포함하지 않았다.

채권단 관계자는 “FPSO 자금과 인센티브를 합쳐 총 6700억원이 들어오는 것과 최악의 시나리오(1조6000억원 부족)를 가정할 때 1조원 안팎의 유상증자가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삼정회계법인은 “삼성중공업이 제시한 신규 수주 전망은 보수적인 기준을 적용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컨테이너선·유조선나 액화천연가스(LNG) 수송선 등 대부분의 선종에서 외부기관의 전망치보다 적은 수주 물량을 적용했다는 설명이다.

외부기관의 전망치대로라면 실제 부족자금 규모는 지금보다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다. 산은 관계자는 “주채권으로서 향후 삼성중공업의 자구계획 이행 실적과 유상증자 추진 상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19일 삼성중공업 주가는 전날보다 50원 오른 1만650원을 기록했다. 삼성중공업 주식은 8일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이태경·문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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