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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은 조선이 이겼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사극이 역사 그 자체는 아니지만 대중의 역사 교과서 구실을 할 수도 있으므로 내용 전개와 인물 묘사가 사실에 근거해야함은 물론, 작가가 어떤 역사의식을 갖고 쓰느냐가 중요한 문제가 된다.
요즘 MBC-TV의 사극『임진왜란』이 화제 속에 방영되고 있다. 정교한 미니어처 제작촬영으로 해전과 경복궁화재장면을 재현했는가하면, 제작비가 20여억원에 이르고 매회 1천여명의 엑스트러가 동원될 정도의 대형 드라머로 극적인 재미를 더하고 있다.
그러나 3월말까지로 예정된 방영횟수 40회의 반이 넘도록 왜병에 패하는 전쟁과정이 주로 묘사돼 극의 흐름과 방향이 잘못돼 가고 있지 않느냐는 비판도 있다. 26회째인 지난 7일밤 방영프로에서야 겨우 3대첩의 하나인 진주성싸움이 다뤄졌다.
임진왜란(1592년 4월∼1598년11월)하면 조선군의 대패인양 알려진 것은 「식민지사관」의 표본이며, 실제로는 전체 80개월 중 6월의 평양성 함락에 이르는 초전 2개월 동안만 조선군이 패한 것으로, 결코 우리가 패한 전쟁이 아니라는 게 최근 우리 역사학계의 지배적인 견해다.
따라서 앞으로 극의 전개가 전란을 극복하는 민족의 힘과 슬기쪽으로 강조되어야 한다는 시청자들의 목소리가 높다.
이에 대해 작가 신봉승씨는『시간의 경과에 따른 극의 흐름상 전반부의 지는 장면은 어쩔수 없다』며『3대첩과 강화교섭을 둘러싼 갈등과 백성들의 고초, 일본에 잡혀가서도 찬란한 문화의 꽃을 피운 선조들의 이야기가 앞으로 극의 중심을 이룬다』고 밝혔다.
한편 그동안 사극『임진왜란』이 기존의 영화나 작품과는 달리 백성들의 고초와 의병활동을 자세히 다루었고, 원균·이순신·유성룡등에 대한 새로운 해석등 실록을 바탕으로 사실전달에 노력한 점은 높이 평가되고 있다.
시청자들은 모처럼 마련된 이 대작이 올바른 시각으로 그릇된 통설의 이면에 가려진 허구를 들춰내 주고, 민족혼을 일깨워주는 드라머가 되길 기대하고있다. <양재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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