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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만 하면 취업 옛말…대학 조선학과 깊은 시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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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양현우(24)씨는 2011년 경남대 조선해양IT공학과에 입학했다. 어린 시절 현대중공업에서 배 만드는 것을 본 뒤 선박 전문가가 되겠다는 꿈을 품었기 때문이다. 그는 입학 뒤 조선업체 입사를 목표로 열심히 공부했다. 성적은 상위권이고 토익도 700점 수준이다.

조선업체 채용 줄줄이 취소·감축
경남·창원대 취업률 50~60% 전망
내년도 신입생 안 뽑는 대학도

그러나 4학년이 된 그는 요즘 조선소 입사의 꿈을 뒤로 미뤘다. 대신 미국에 있는 자동차 부품 회사 쪽으로 해외 인턴을 준비하고 있다. 조선업 불황으로 취업길이 막혔기 때문이다. 양씨는 “상황이 너무 좋지 않아 어쩔 수 없이 타 업종으로 가게 됐다”고 말했다.

경남지역 대학의 조선 관련 학과들이 깊은 시름에 빠졌다. 조선 관련 업체로의 취업 문이 좁아졌기 때문이다. 일부 대학에서는 내년 신입생을 받지 않는, 사실상 폐과를 결정한 곳도 있다.

경남에는 2008년 조선업 호황 때 경남대·창원대·경상대 등에 조선 관련 학과가 줄줄이 신설됐다. 입학만 하면 취업은 보장된다는 말이 나오던 시절이었다. 경남대 조선해양IT공학과(정원 180여 명)는 지난해만 해도 취업률 70~80%대로 공대에서 1위를 기록했다. 창원대 조선해양공학과(정원 80명)도 2012~2015년 취업률 70~100%를 기록했다. 올해는 사정이 달라졌다. 채용 인원이 확 줄었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은 아직 채용 계획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신입사원 채용 절차를 중단했다. 현대중은 지난해 595명의 대졸 신입사원을 뽑았으나 올해는 300명만 뽑았다. STX조선해양 등 중소 조선소도 법정관리 등으로 채용이 힘든 상황이다.

경남 진주에 있는 한국국제대는 2012년 신설한 조선해양공학(정원 120명)과의 내년도 신입생을 받지 않기로 했다. 신입생도 충원도 힘들고 취업 전망도 밝지 않아서다. 경남대와 창원대 조선학과는 올해 취업률이 50~60%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경상대도 75~80%대로 추정한다.

경남대 조선해양IT공학과 박준수 교수는 “조선소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대학원 진학이나 타 업종으로 취업 준비를 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창원대 조선해양공학과 박영호 교수는 “국내 조선업 위기는 세계 경기 부진이 가장 큰 원인이고 조선 경기 사이클은 변하기 때문에 지금 어렵더라도 폐과 등의 조치를 취하기보다는 미래를 생각해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창원=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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