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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입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워싱턴=장두성특파원】「레이건」 미대통령은 국방성이 제시한 리비아내의 폭격대상지 목록까지 검토했으나 결국 무력을 사용하지않고 경제적 제재만 가하기로 결정했다.
미행정부 관리들은 그러나 미국이 무력사용가능성을 전적으로 배제한것은 아니라는 인상을 애써 풍기고 있다.
한 관리는 이번 경제제재조치로 앞으로 다시 도발이 있을경우 남은 길은 무력사용밖에 없다고 말했고, 「슐츠」 국무장관도 9일 기자회견에서 『무력사용에 관해서는 언급할수 없다』면서 마치 무력사용 가능성이 계속 검토되고 있는 듯한 인상을 풍겼다.
무력사용은 군사분야의 최고책임자인 「와인버거」국방장관은 반대하고 「슐츠」 국무장관은 찬성하고 있다. 「와인버거」장관은 월남전의 체험을 뼈저린 교훈으로 삼고있는 군부의 견해에 동조, 명백한 군사적 목표와 국민의 확실한 지지가 확보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군사력을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에 비해 「슐츠」 장관은 『테러리즘을 퇴치하기 위해서는 다소 무고한 인명에 피해가 있더라도 무력을 사용해야 된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이번 결정은 그와같은 고려보다는 리비아에 공격을 가할경우 촉발될 중동전역의 반미감정을 우려한 결과인것 같다.
미국은 이집트·요르단·사우디아라비아등 온건파 아랍국가들을 주축으로 한 중동평화안을 시도해 왔으나 아무런 진전을 보지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미국이 강경파인 리비아에 대해 공격을 가할 경우 아랍국가들의 내부사정때문에 온건파들까지도 미국을 비난하고 리비아를 옹호하지 않을수 없게 되어있다.
이번 경제제재조치에 대해 아랍국가들이 단결해서 미국에 반발한 사실이 이를 입증했다.
이밖에도 리비아가 소련으로부터 받은 지대공 샘5미사일때문에 공격중 미군기가 격추될 가능성, 1천5백명으로 추산되는 리비아주재 미국인의 인질가능성등이 무력사용을 삼가게 한 요인이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레이건」대통령이 취한 겅제제재조치는 일반적으로 실효가 없을뿐아니라 「카다피」의 입장을 오히려 강화시켜줄것이라는 비판을 받고있다.
이와같은 견해에 따르면 「레이건」 행정부는 행동을 요구하는 여론앞에서 무력을 쓸순없고 할수없이 실효없는 경제제재쪽을 택했다는 것이다.
경제적 제재가 실효가 없다는것은 이미 75년 리비아에 대한 첫 보복조치가 시작된때부터 여러번 입증된것이다.
81년과 82년의 경제 제재조치가 실효성 없는것을 입증한것은 서방국가들이 동조하지 않는 한 미국이 아무리 리비아산 석유를 사주지 않느라고해도 리비아는 손해가 없다는 사실이다.
그와같은 사실은 작년 서방국가들이 리비아로부터 수입해간 석유가 55%이던것이 84년에는 90%로 늘어났다는 숫자가 입증해 주고있다.
따라서 미국은 「레이건」 대통령의 발표와 때를 맞춰 우방국 주재 대사들에게 주재국 정부로 하여금 이번 조처에 동조하도록 설득하라고 훈령을 내렸다.
그러나 서구쪽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서독은 공개적으로 동조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고 나머지 서구국가들은 테러리즘에 대한 대응조처로서 꼭 경제적 제재가 합당한가, 또는 경제적제재란 원래가 효과없는짓이라는등 간접적 반론으로 동조를 거부하고있다.
현실적으로 어려운 무력사용과 실효성 없는 경제적 제재및 돌파구를 찾지못하는 미국의 중동평화안의 좌절감속에서 미국이 취할수 있는 행동의 반경은 지극히 좁아져있다.
미국이 제재에 동참할것을 요청한 우방중에는 한국도 포함된것으로 알려졌다.
이 요청에 대해 한국정부는 물론 신중하게 대처하겠지만 이러한 서구제국의 반응과 지금까지 몇차례 있었던 미국의 경제제재조치 결과를 참고해볼 필요가 있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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