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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은 아름답게, 속은 알차게 가꾸는 신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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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워 패턴 셔츠와 스카프로 멋을 낸 정우성(맨 위). 재킷·티셔츠·청바지로 평범하면서도 깔끔한 중년 남성 룩을 완성한 조진웅. ‘아재파탈’ 연예인 순위 상위권을 차지한 황정민·에릭·유지태. 보잉 선글라스와 가죽 재킷으로 스타일을 살린 진구. 블루톤 정장을 입은 이정재, 검정 선글라스와 큰 가방으로 포인트를 준 하정우(위부터 왼쪽 순서대로).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웰메이드·크로커다일·중앙포토]

‘아재’로 불리는 중년 남성이 변하고 있다. 유행에 뒤떨어지는 옷을 벗어던지고 한층 젊고 세련된 패션으로 갈아입었다. 일과 가족에 열정을 쏟고 자신을 위한 투자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외면받던 중년 남성이 훈훈한 아재로 돌아오고 있다.

40~50대 '멋쟁이 아재'족

"유행 따르는 패션 스타일 피부·모발 건강관리 철저 취미생활·자기계발 열중"

최근 한 케이블채널 프로그램에서 20대 오빠보다 매력적인 중년 연예인 명단을 공개해 화제가 됐다. 이른바 ‘아재파탈(‘아재’와 매력적인 남성을 뜻하는 ‘옴므파탈’의 합성어)’ 연예인이다. ‘아재파탈’은 나이가 들어도 매력적인 중년 남성을 일컫는다. 그루밍족(패션과 미용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남성), 꽃중년(경제적인 여유와 젊은 패션 감각을 지닌 40∼50대 중년 남성)에서 한 단계 진화한 신조어다. ‘아재파탈’ 연예인 1위로 배우 정우성이 뽑혔다. 조진웅·에릭·하정우·황정민·진구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특히 영화 ‘사냥’을 통해 짙은 남성미와 압도적인 분위기로 이목을 집중시킨 조진웅은 ‘아재파탈’ 열풍에 불을 지폈다.

배우 정우성·조진웅 매력에 열광
40대 남성 연예인이 드라마·영화 등에서 다양한 매력을 선보이면서 ‘아재’에 열광하는 문화가 생기고 있다. 이들 연예인을 롤 모델로 삼는 중년도 적지 않다. 직장인 김준형(45)씨는 30대로 보인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평소 TV에 나오는 남성 연예인의 옷차림을 유심히 살펴보고 비슷하게 옷을 입기도 한다. 주로 슬림한 디자인의 정장과 티셔츠를 즐겨 입는다. 젊은층의 문화나 요즘 유행하는 유머 코드 등에도 관심이 많다. 김씨는 “요즘엔 잘 꾸미고 다니는 것도 일종의 자기관리”라며 “유행어나 개그 등으로 자연스럽게 얘기를 꺼내면 어린 직원과도 부담 없이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40~50대 아재들이 변했다. ‘아재스러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적극적으로 라이프 스타일을 바꾸고 있다. 우선 패션 스타일이 젊어졌다. 유행에 걸맞은 비즈룩을 입는 것은 기본이고 피부 관리, 탈모 방지를 위한 두피 관리도 받는다. 일에 열중하면서도 철저한 자기 관리를 잊지 않는다. 틈틈이 자신만의 취미 생활에 몰두하고, 지식과 교양을 쌓아 중년의 여유와 중후함을 자연스럽게 풍긴다.
  40~50대 아재들이 자신을 위한 투자에 아낌없이 지갑을 열기 시작하면서 유통업계에서는 이들이 큰손으로 떠올랐다. 20~30대 젊은이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찢어진 청바지’나 캐주얼한 의상을 입는 중년 남성이 크게 늘었다.
  온라인쇼핑몰 G마켓에 따르면 ‘찢어진 청바지’를 구매하는 40~50대가 급증했다. 올 상반기 40~50대 남성의 찢어진 청바지 구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배 이상 늘었다. ‘후드 집업’ 구매는 190%, 후드티 구매는 150%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관련 업계는 ‘아재’ 소비자를 사로잡기 위한 아이템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아웃도어 브랜드 아이더는 비즈니스 캐주얼을 콘셉트로 한 ‘트라비즈’ 라인을 선보였다. 고기능성 소재와 깔끔한 디자인, 다양한 패션 아이템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의류들로 구성해 중·장년층 아재들이 실용적이면서도 중후한 매력을 뽐낼 수 있도록 했다. 남성 캐주얼 브랜드 크로커다일은 정장과 캐주얼에 잘 어울리는 가방·지갑·벨트 등 액세서리 라인을 신규로 선보일 예정이다.
  의류 브랜드 클럽모나코는 지난 6월 롯데 백화점 본점 5층에 바버숍(이발소)를 결합한 ‘클럽모나코 맨즈숍’을 오픈했다. 최근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도 ‘클럽모나코×바버숍’을 선보였다. 김수영 클럽모나코 남성 상품기획팀 팀장은 “스타일보다 실용성을 따지던 중년층 고객이 유행에 민감한 패션 아이템을 구입하거나 바버숍을 찾는 등 소비 패턴이 변화하고 있다”며 “최근 맨즈숍을 찾는 40대 이상의 중년 남성 고객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지난 2월 증축하면서 기존 남성전문관을 발전시킨 ‘멘즈 살롱’을 열었다. 남성 패션 제품뿐 아니라 고급 사무용품, 피규어 등 취미생활과 여행에 필요한 제품을 한곳에서 쇼핑할 수 있다.

남의 말에 귀 기울이는 자세 중요
매력적인 중년 남성이 되기 위해 외모를 꾸미고 옷차림이 젊어지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전문가들은 젊은 세대와 긍정적인 소통을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근 삼성의 디지털 사내·외보인 삼성앤유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움받는 아저씨의 행동 1위는 ‘자기 말이 무조건 옳다며 남의 의견을 무시하는 것’이다. 이어 ‘지나치게 간섭하거나 훈계하는 것’ ‘나이가 나보다 많다고 무조건 반말하는 것’ ‘지나친 개인 질문을 하는 것’ 등이 꼽혔다.
  진정한 아재파탈로 거듭나려면 ‘버럭’ 하는 성질과 ‘거드름’을 피우는 말투 등은 버려야 한다. 자신보다 어린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고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우리 시대 아저씨는 남의 말을 듣지 않고 자기 말만 해 부정적인 시선을 받기 쉽다”며 “친근한 아재로 소통하려면 강압적인 태도를 버리고 부드럽게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한진 기자 jinnyl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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