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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교실안도 「성역」은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구랍 3일 낮 서울 대방동S고 2학년2반 교실.
체육시간 당번으로 혼자서 교실을 지키던 최모군(18)이 이모군(19)앞에서 무릎을 꿇은채 협박을 당하고 있었다.
『지금부터 머리 쳐들지마. 쳐들면 그냥 바숴버리겠어』
한학기전 집단 편싸움 끝에 퇴학당한 이군은 최군이 지켜보는 앞에서 여유있게 학생들의 책가방과 옷을 뒤져 현금·시계등 금품을 모조리 챙긴뒤 유유히 교실을 빠져나갔다.
학교 안을 발칵 뒤집어놓은 「대낮 강탈」사건.
그러나 이날 한번에 그친 사건은 아니었다. 주먹질로 별(전과) 1개를 단 이군은 1주일 전에도 교련시간에 2학년 교실을 뒤지다 달갑지않은 태도를 보인 당번을 의자로 후려쳐 초죽음시켜놓고 달아났고, 그밖에도 수시로 학교에 들어와 학생들을 위협해 「삥」(돈)을 뜯어간 사실이 학교측 조사결과 밝혀졌다.
이군은 결국 학교측이 서울 노량진경찰서에 신고, 현재 수배를 받고 있다.
이보다 한달전쯤인 지난해10월28일 밤8시 서울Y고교 3학년2반 교실.
대입학력고사를 불과 20여일 앞두고 학생들이 늦도록 자율학습에 열중하던 교실안에서 담임교사(40)와 한 펑크형 머리의 10대 사이에 격투가 벌어졌다.
허리춤을 잡는 교사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고 교실 뒷문으로 달아나는 10대 역시 이 학교 자퇴생.
자주 학교에 나타나 학생들을 괴롭힌 덕(?)으로 학생들 사이에 「큰 성님」으로 군림하는 김모군(19)은 교사들이 교실을 비운 자율학습 시간을 노려 교실에 침입했다가 때마침 들어온 담임교사에게 들켰던것.
『교실안도 무서워요. 그 형이 나타나면 꼼짝없이 있는 돈을 다 내줘야 돼요. 안그러면 팔뚝의 상처를 내보이면서 시퍼런 재크나이프를 휘두르거든요 』김군이 나타날 것을 대비(?)해 항상 1천∼2천원의 비상금을 갖고 다닌다는 이모군(18) 의 말.
학원폭력배 앞에 여지없이 무너져버린 학교울타리.
학교 안이라고 해서 결코 성역이나 안전지대가 될수 없는 폭력현장.
지난해 11월31일 밤8시 서울 신사동S고 1학년12반 교실의 살인극 현장.
『짜샤, 군기가 빠졌어. 선배는 하느님과 동격이라 이거야』
이학교 2학년 오모군(17)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오군과 김모군(17·2학년)의 살기어린 주먹이 오석창군(16·1학년)의 얼굴·가슴·배등에 사정없이 날아든다.
2명의 선배로부터 뭇매를 맞고 쓰러진 오군은 병원에 옮겨졌으나 끝내 숨지고 말았다. 서클에 들었으면서 선배말을 잘 듣지 않았다는 것이 집단 구타의 이유.
서울 Y공고 화장실. 이곳은 학교폭력서클「화장실 동문회」의 아지트. 쉬는시간·점심시간은 물론 수업시간중에도 이들이 진을 치고 있는 화장실 주변은 살기가 감돌고, 새학기초에는 예외없이 「신고식」이라는 이름의 몽둥이집단구타가 이뤄진다.『화장실에서 담배 피울 사람은 동문회멤버에 신고하고 몽둥이 10대에 5천원씩을 바쳐야해요. 그래도 담배피우는학생은 신고식을 꼭 해요』 서울노량진역앞 B경양식집에서 만난 이 학교 박모군(16)의 말.
교실도 화장실도 학원폭력배에 점령돼 학원폭력은 이제 때와 장소를 가리지않는 상황이다.
지난해 6월18일밤 서울O중학교 유모교사(33)의 집대문앞.
『네X때문에 퇴학을 맞아 내 신세를 망쳤어. 한번 당해봐라』
초인종 소리에 대문을 연 유교사는 제자였던 윤모군(19·서울봉천동)의 기습에 그 자리에 고꾸라지고만다. 5년전 전자오락실을 전전하며 금품을 훔치다 퇴학을 당한 윤군의 옛 담임교사에 대한 보복현장.
『생활지도주임(훈육주임)을 무서워 하던것은 옛말입니다. 교사들이 오히려 학교주변 폭력배를 피해 다녀야 할 지경에까지 이르렀어요』서울 N고 생활지도주임 강석명교사(50)의 한탄이다. <고도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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