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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세 노모 모텔 방치 사망…60대 한인 부부 기소

미주중앙

입력

몸무게 76파운드(32㎏) '미라' 수준
욕창으로 시신과 침대보 들어붙어

거동 못하는 96세 노모를 모텔 방에 수개월간 방치해 굶어 죽게 한 혐의로 60대 한인 부부가 기소됐다.

부부 중 아들은 모텔을 소유한 지역 유지이자 전 한인회장이다.

유타주의 솔트레이크카운티검찰은 전재주(67).입분(64) 부부를 2급 중과실치사와 3급 노인 학대 등 각각 2건의 혐의로 지난달 말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전씨 부부는 모친 효 신(Hyo Sin.사망 당시 96세)씨에게 물과 음식을 제대로 주지 않고 최소 3개월간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솔트레이크시티경찰국(SLCPD)에 따르면 신씨의 시신은 지난 2월14일 솔트레이크시티 국제공항 근처의 오버나이트(Overnite) 모텔 방에서 발견됐다. 모텔은 전씨 부부가 운영하고 있었으며 숨진 신씨는 5년전부터 이 모텔 방에서 기거했다.

브래드 쿨리 검사는 14일 본지와 통화에서 "숨진 신씨는 대소변으로 얼룩진 매트리스에 누운 채 발견됐다"면서 "시신이 침대보와 들러붙어 있었다"고 당시 처참한 상황을 전했다. 검시 결과 사망 시각은 발견되기 24시간 전후였다. 숨을 거둔 지 하루가 지날때까지 아무도 몰랐다는 뜻이다. 사인은 탈수와 영양실조로 밝혀졌다. 숨진 신씨의 몸무게는 불과 76파운드(32kg)였고, 몸 전체에서 심한 욕창이 발견됐다.

검찰에 따르면 신씨는 3개월 전쯤부터 '자리보전(bedridden.병이 들어 누워 지냄)'을 해왔다. 검찰은 "신씨는 혼자서는 몸을 전혀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다"면서 "사망 전 3개월 동안 정확히 같은 자세로만 누워있어야 했다"고 전했다.

숨진 신씨의 아들 전씨는 경찰 조사에서 "모텔 관리직원에게 모친을 돌보라고 시켰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조사 결과 이 직원은 신씨 돌보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쿨리 검사는 "이 직원은 스패니시만 구사했고, 숨진 신씨는 한국어만 했기 때문에 두 사람은 손짓으로만 의사소통을 해왔다"면서 "그나마도 이 직원이 신씨를 찾은 것은 하루 한 차례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전씨는 지난 2007년 29대 유타 한인회장과 이듬해 한인회 이사장을 역임했으며 16기 평통위원으로도 활동한 지역 한인사회 대표 인사다.

아르헨티나에서 봉제업으로 성공해 10여 년 전 미국 유타로 이민온 뒤 모텔을 운영해왔다.

정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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