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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져가는 옛 물건 2만여 점 한 곳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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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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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움박물관 이영화 관장이 1층 전시실에서 박물관의 테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비움박물관]

현대화 과정에서 잊혀져간 민속품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은 박물관이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인근에 문을 열었다. 지난 100여 년간 민초들의 삶과 혼이 담긴 생활용구와 민속품 2만여 점을 전시한 ‘비움박물관’이다.

40년간 전국서 수집한 민속품 전시
광주 ‘비움박물관’, 방문객 향수 자극

비움박물관은 지난 3월 광주광역시 동구 대의동 전남여고 맞은편에 문을 열었다. ‘비어있는 아름다움’이란 명칭과는 달리 방대한 양의 민속품들로 채워져 있다. 종류 역시 방문객들의 입이 떡 벌어질 만큼 많다.

박물관은 ‘세월의 장터’란 주제 아래 1층 ‘겨울’, 2층 ‘가을’, 3층 ‘여름’, 4층 ‘봄’ 테마로 꾸며졌다. 층별로 서민들이 썼던 막사발부터 항아리·빗자루·풍로·망태·솥·그릇·홍두깨·워낭 등 민중들의 손때가 묻은 민속품들을 진열해놓았다. 근대에서 현대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버려지거나 쓸모없어진 물건들이 방문객들의 향수를 자극한다.

전시품들은 관장인 이영화(69·여)씨가 지난 40년간 전국의 풍물시장과 벼룩시장에서 구한 민속품들로 꾸며졌다. 결혼 직후 버려질 뻔한 시증조부의 유품들을 갈무리한 게 전국에서 가장 많은 민속품을 보유하게 된 계기가 됐다.

박물관은 옛 광주읍성의 동문인 ‘서원문터’에 연면적 1653㎡ 크기로 들어섰다. 지역 예술인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찾아온 외지 인사들이 반드시 찾는 명소가 됐다. 박물관을 찾는 문인들도 많아 1층 전시실에선 시낭송회가 열리기도 한다. 입장료는 성인 1만원, 어린이 5000원이다.

이영화 관장은 “조상들의 생활용품을 한 곳에 모아놓은 세월의 장터에서 현대인들이 잊고 사는 삶의 지혜를 배워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경호 기자 ckh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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