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인천시 신청사는 남동구 구월동에, 서구·남구엔 행정타운 등 조성

중앙일보

입력

인천시가 장기 과제로 추진 중인 신청사 건립 부지가 현 청사가 위치한 남동구 구월동으로 결정됐다. 신청사 유치를 희망했던 서구와 남구에는 교육청 등 공공기관이 들어서는 행정타운 등이 조성될 예정이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14일 기자회견을 열어 '신청사 건립 마스터플랜 수립을 위한 기본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유 시장은 "인천발전연구원에 의뢰해 업무 효율성·미래 발전성·사회적 비용 등 9가지 항목을 기준으로 후보지들을 분석한 결과 구월동이 모든 기준에서 가장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앞서 인천시는 1985년 완공된 현 청사가 낡고 협소하다는 이유로 신청사 건립을 추진했다. 사무공간 부족으로 시청 본청 공무원의 21%인 376명은 송도 미추홀타워와 G타워에서 분산 근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지난해 2월 인천발전연구원에 의뢰해 남동구 구월동과 남구 도화지구, 서구 루원시티, 부평구 부평공원,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등 5곳을 대상으로 신청사 건립 타당성을 조사했다.

시는 이날 신청사 건립에 대한 구상안도 제시했다. 우선 시청 인근에 있는 중앙공원 부지에 신청사를 짓는 것이다. 10만7404㎡ 부지에 37층 규모의 청사를 건설하는데 총 사업비는 3738억원(청사 건축비 1838억원)이 투입되는 것으로 예상됐다. 시는 시청 바로 옆에 있는 시교육청을 서구 루원시티로 옮기고 시청과 교육청 청사 부지 등을 매각(총 매각비용 4194억원)하면 재원 마련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시교육청 부지에 신청사를 건설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시교육청을 루원시티로 옮긴 뒤 교육청 부지(10만8506㎡)에 24층 규모의 청사를 조성한다는 것. 현 청사는 문화시설로 사용할 예정이다. 사업비로는 청사 건립비 2279억원을 포함해 총 4179억원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됐다.

이와 함께 시의회 쪽에 있는 운동장 부지를 활용하는 방안도 내놨다. 이 부지는 운동장이 조성되긴 했지만 주차장 등으로 주로 사용되고 있다. 시는 2148억원을 들여 10만8419㎡에 17층 높이의 건물을 지을 계획이다.

현 청사도 리모델링해 청사로 사용하기로 했다. 중앙공원과 시교육청 부지의 경우 접근성이 좋은 데다 건립 기간에 대체 사무공간을 찾을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인재개발원과 건설본부 등을 매각하면 사업비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시교육청이 루원시티로 이전하는 것에 동의해야 추진할 수 있다.

유 시장은 "시교육청 청사도 건립된 지 30년이 지났다"며 "시교육청과 과거부터 이전에 대한 사전 논의가 됐다. 공식적으로 다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시청 운동장은 부지 확보 등 절차 없이도 추진이 가능하지만 지하철역 등과 멀어 접근성이 떨어지는 데다 재원 마련이 문제다.
신청사 완공 시기는 미정이다. 시는 전문가와 시민 의견을 수렴하고 시의회·시교육청 등과 협의를 거쳐 신청사 부지를 확정할 계획이다. 건립 이전을 위한 행정절차 이행에 2년, 건립에 2∼3년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신청사 유치를 강력하게 희망했던 자치단체를 위한 대안도 마련했다. 서구 루원시티에는 시 교육청과 인천발전연구원·인재개발원 등 공공시설이 대거 입주하는 교육행정타운을 조성할 계획이다. 남구 도화지구에는 산업단지와 교육기관·연구소·행정기관 등이 들어서는 산업집적지구와 중앙행정기관타운이 들어선다.

그래도 각 자치단체들은 아쉽다는 분위기가 강했다. 서구 관계자는 "주민들이 신청사 유치를 강력하게 희망했던 만큼 아쉬운 결과"라며 "시가 장기적인 발전 계획을 고려하지 않고 현재 여건만 고려해 신청사 위치를 결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남구 관계자도 "지역 정치권을 중심으로 '구도심 활성화를 위해 도화지구에 신청사를 건립해야 한다' 는 주장이 나와 공감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시의 발표에 공식적인 입장을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치권은 성명서를 내고 신청사 건립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새누리당 이학재(인천 서구 갑) 의원은 "인천시의 미래 비전과 균형발전, 장기간 방치되고 있는 루원시티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신청사가 서구에 들어와야 한다"며 "인천시의 발표를 납득하기 어려운 만큼 제3의 전문 연구 기관이나 전문가에게 검증을 맡기자"고 제안했다. 새누리당 홍일표(인천 남구 갑) 의원은 "시교육청을 이전해 교육청 부지에 신청사를 짓는 방안은 찬성하지만, 시교육청이 교육 행정 중심지인 도화지구가 아닌 서구 루원시티로 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남구갑지역위원회도 "인천시청은 교육과 지리의 중심에 있고 구도심과 신도심의 균형발전을 담당해야 한다"며 "신청사의 최적지는 남구 도화지구"라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인천시당은 "교육청을 루원시티로 이전해 교육타운을 조성하고 현 교육청 부지를 활용한 시 청사 증축은 지난 총선 당시 우리 당에서 내건 공약"이라며 "신청사 서구 이전은 이학재 의원이 총선용으로 내건 억지 주장이고 유시장이 이에 맞장구치면서 지역 민심을 갈라놓은 만큼 공개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인천=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