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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중공군용기 불시착 사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8월 하순 주말, 전북 이리시 신흥동 원신홍마을 농수로 제방에 사상자를 내며 내리꽂혀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중공군용기 불시착 사건.
또 우리영해로 표류해온 중공어뢰정의「긴급피난」여부를 놓고 중공 측과 숨막힌 협상 끝에 공식사과를 받고 승무원 전원을 송환했던 중공어뢰정 사건.
중공상선과 충돌, 침몰한 우리어선에 대해 중공 측이 처음으로 현금보상을 하는 선례를 남기는 등 올해는 유달리 중공과 관련된 사건이 많았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국교가 없는 두나라는 해결을 놓고 복잡 미묘한 절차를 거쳐 이 또한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중공기 불시착 사건=8월26일 중공 산동반도를 이륙한 일류신-28 훈련기에 동승해 생사를 같이할 수밖에 없었던 조종사 초천윤(33)과 통신사 유서의(37)는 불시착 직후「적」으로 갈라서 지금은 각각 대만과 중공에서 전혀 다른 생활을 하고있다.
서울지검에 출입국관리법 위반혐의 등으로 불구속 입건됐던 초천윤은 지난9월19일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과 동시에 대만으로 출국, 지난10월29일 대북의 환영식장에서 금 94㎏(싯가 9억여원)을 보상금으로 받고 자유중국 공군중령으로 임관됐다.
통신사 유서의는 지난9월14일 불시착도중 숨진 항법사 손무춘(36)의 유해를 안고 귀국했으나 중공 측이 이들 문제를 어떻게 처리했는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불시착 당시 논일을 하다 비행기에 깔려 숨진 배봉환씨(44·전북 이리시 신흥동231) 유가족들은 정부로부터 5천만원의 사망보상금과 각계에서 답지한 7백여만원의 성금을 모아 고스란히 은행에 넣어 두었다.
『그돈이 어떤 돈인데 한푼이라도 축낼 수 있겠어요.』
미망인 한금자씨(42)는 어린 5남매를 위해 농가의 온갖 궂은일을 남편대신 억척스레 해내고 있다.
3대 독자를 잃은 충격으로 실신까지 했던 아버지 배남식씨(80)는 요즘 손자 성진군(15·원광중3년)의 손을 잡고 아들이 묻힌 팔봉산을 오르는 것이 유일한 낙.
◇중공어뢰정 사건=송환여부를 놓고 진통을 겪던 정부는 이 사건을「긴급피난」으로 인정, 어뢰정 승무원 전원을 중공으로 송환한다는 방침을 정하자 애써 태연한체 하며 송환선박에 오르던 선상반란 주모자 두신립(20·통신사)과 왕중영(19·항해사)은 귀국직후 총살형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중앙통신(CNA)은 지난5월17일 대만입법원국방위원회소속「시아·주이·쳉」의원의 발언을 인용, 두와 왕이 중공 군사법정에서 함상반란죄로 사형선고를 받고 처형되었다고 보도했었다.
당시 총상을 입은 곡진파(33·기관장)와 장유공(24·부정장)이 입원, 치료를 받았던 군산의료원 측은 이들에 대해 의료보험법에 의한 외국인 특별보험 숫가를 적용, 지난4월초 정부로부터 이들 입원치료비 89만여원을 지불 받았으며 생존 승무원 13명이 4박5일간 묵었던 군산관광호텔 측도 이들이 사용한 5층 29개 객실료 1천여만원을 지불 받았다.
◇제11원근해호 충돌·침몰사건=공해상에서 조업중이던 제11원근해호가 1만t급 중공상선 판진하이호에 옆구리를 들이 받혀 침몰한 이 사건은 사건발생 2개월 뒤인 지난 6월19일부터 홍콩에서 손해배상 협상이 열려 7월초 중공 측이 선장 정기태씨(41)등 실종선원 12명에 대한 보상금 29만5천달러와 선주(정갑룡·47)에 대한 선박보상금 17만5천달러를 보상함으로써 중공과의 관계는 일단락 됐다.
유족들에게는 선박사고 관례에 따라 직책에 관계없이 2만4천5백달러(2천2백만원) 씩의 보상금이 지급됐으나 선주 정씨는 아직껏 제11원근해호를 대신할 어선을 들여오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이는 상공부 등에서「선박충돌로 인한 현물보상을 제외한 중고어선 도입은 금지한다」는 현행 관세법상 규정을 들어 정씨가 일본 등지로부터 중고어선을 도입하려는 계획에 대해 난색을 표하기 때문.
현물(중고어선)대신 돈으로 보상을 받은 정씨는 이에 대해『선박충돌사고 보상의 경우 실제로 현물보상은 어렵다』며『중공 측으로부터 현물보상과 마찬가지로 배값과 수입관세·선박등록세까지 보상받았다』며 보상금 17만5천달러를 외환은행 본점에 예치해 놓은 채 4개월째 상공부 등 관계기관을 쫓아다니고 있다.

<모보일·최천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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