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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영국 템스강엔 ‘통일의 꿈’이 흐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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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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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익중 작 ‘집으로 가는 길’의 런던 템스강 설치 스케치. 한지 등에 로봇을 올렸다. [사진 강익중]

멀티미디어 아티스트 강익중(56)씨는 공공미술의 기능이 ‘치유’와 ‘연결’에 있다는 믿음을 작품으로 입증해왔다. 강 씨가 오는 9월 한 달, 영국 런던 템스강에 띄울 3층 건물 높이 연등 ‘집으로 가는 길(Floating Dreams)’도 분열된 오늘의 세계를 이어 껴안으려는 그의 의지를 보여주는 작업이다. 실향민이 그린 70X70㎝ 손바닥 그림 500장을 육면체로 만들어 조명등을 설치한 이 프로젝트는 20년째를 맞은 런던의 대표 야외 문화축제 ‘토털리 템스’의 핵심 행사다. 강(江)과 관련한 150여 개 프로그램을 기획한 아드리안 에번스 예술 감독은 “강 작가의 ‘집으로 가는 길’이야말로 내가 꿈꾼 최적의 설치물”이라고 말했다.

실향민이 그린 그림 500장 연결
강익중, 3층 높이 연등 만들어 띄워

13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작품 설명회에서 강씨는 “난민 문제로 앓고 있는 전 세계 상황을 보면서 진짜 난민은 바로 내 곁에 있는 이산가족이라 느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내가 가장 잘 아는 남북 분단의 문제를 국제화하고 싶었다”며 “영국이 유럽연합에서 탈퇴하는 저간에도 난민 문제가 크게 작용했음을 알기에 이번 작업이 더 뜻있다”고 말했다. 에번스 예술 감독은 “‘브렉시트’가 이번 프로젝트에 득이 될지 실이 될지는 두고 볼 일”이라고 내다봤다.

강씨는 육면체 위에 세운 로봇 어린이를 “실향민의 과거이자 우리 모두의 미래”라 소개했다. 작품을 낸 뒤 돌아가신 실향민도 있는데 “그 분들은 어린아이로 돌아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그림으로 토해냈다”는 것이다. 아이는 손전등으로 멀리 통일의 꿈을 비춘다. 작가는 “통일의 꿈이 템스강을 타고 흘러 고향을 떠난 모든 이에게 치료의 백신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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