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자금 공개' 3色] 與 "먼저 할 용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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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이상수(李相洙) 사무총장은 18일 대선자금 공개 논란과 관련, "시민단체와 국민들이 공개를 요구하고, 우리가 먼저 공개함으로써 야당도 공개할 개연성이 높아진다면 민주당이 먼저 공개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선에서 선대위 총무본부장을 맡아 선거자금을 관리했던 李총장은 "오늘 고위 당직자회의에서 정대철 대표에게 이 같은 생각을 말했고, 오는 21일 당에 공식 제안해 결정되면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李총장은 또 "대선자금 공개 제의에 대해 鄭대표는 상황을 보면서 결정하자고 했다"고 전했다.

李총장은 이어 "현행법상 후원자의 실명을 공개할 수는 없도록 돼 있지만, 이니셜을 사용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의 후원금 세부내역을 공개해 법에 어긋나지 않은 범위에서 정면 돌파할 생각이 있다"며 "꼭 야당의 확약을 받고 하겠다는 게 아니라 국민적 요구에 의해 민주당이 먼저 공개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李총장의 이날 발언에 대해 청와대는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유인태(柳寅泰)정무수석은 기자들에게 "여야가 대선자금을 공개할 것을 먼저 합의하고 그 다음에 민주당이 공개할 수 있다는 것이지, 확실한 약속 없이 달랑 민주당만 먼저 공개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태영(尹太瀛)청와대 대변인도 "대선자금 공개는 여야가 동시에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청와대의 한 참모는 "李총장이 말하는 공개 수준이 선관위 신고내역 정도를 밝히는 것이라면 무의미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여론의 비난을 받을 수 있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盧대통령의 취지는 대선자금 외에 다른 정치자금에도 면죄부를 주는 특별법을 하자는 것이어서 면책 등에 대한 여야 합의가 없으면 민주당이 고해성사를 할 수 없을 것"이라며 "그래서 여야 합의를 강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자신들의 정치자금에선 전혀 문제가 없으므로 구태여 공개할 필요가 없다는 반응이다.

최병렬(崔秉烈)대표는 한나라당 대선 자금과 관련, "무슨 문제가 있어야 검토할 게 아니냐"며 "전혀 생각해볼 필요도 없다"고 했다.

대신 박진(朴振) 대변인은 "이번 사건은 민주당의 불법 대선자금이 드러난 것인 만큼 여당은 무조건 진실을 밝혀야 하고, 특히 당사자는 盧대통령인 만큼 盧대통령이 직접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용호.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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