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85)제84화 올림픽 반세기(34)김성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로마 올림픽은 사상 처음으로 개회식용 비롯한. 주요경기 모습이 인공위성을 통해 전세계의 TV시청자에게 중계됐다. 아울러 전광판이 등장, 경기 진행과정이 기록되였고 모든 경기 결과는 전자장치에 수록됐다. 올림픽 무대에도 전자기술의 바탕이 불어온 것이다.,
한국선수단은 출전종목마다 참담한 패배의 연속이었다. 특히 한가닥 기대를 걸었던 마라톤과 역도의 침묵은 이들 종목이 국제무대의 경쟁에서 사양길에 접어들었다는 사실을 확인해줬다.
마라톤은 올림픽을 앞두고 두달동안 합숙훈련을 가질 정도로 파격적인 지원 혜택을 받은 기대 종목이었다. 당초 후보선수를 포함해 4명이 로마에 왔으나 레이스엔 이창훈·이상철· 김연범등 3명이 참가했다.
오후 늦게 로마시청을 출발한69명의 건각들은 옛 기사들이 달리던 유서 깊은 아피안 웨이를 따라 레이스를 펼쳤다. 경기 도중 해가 져 어두워졌으나 가로등 대신 횃불을 밝혀 옛 정취를 살린 것이 특이했다.
경기 초반 선두 그룹을 형성하던 김연범은 13㎞지점을 지나 다른선수들에게 추월당하자 당황해 오버 페이스를 하는 바람에 30㎞를 지나 기권하고 말았다.
이창훈은 l2㎞를 남겨 놓고 54위에서 추격전을 폈으나 20위(2시간25분22초)에 그쳤다. 선두 그룹이 지나간 뒤여서 횃불이 없어 길바닥이 제대로 보이지 않더라는 것이다.
마라톤 우승자는 이디오피아의「맨발의 사나이」로 유명한 「비킬라·아베베」2시간15분16초의 기록은 세계신이었다.
역전의 마라토너 최윤칠코치는 참패의 원인이 한마디로 실력 부족이었다고 자인했다. 최코치는 우리 선수가 바랐던 것은 오직 요행수, 즉 『날씨가 무더우면 몸집이 가벼운 우리 선수가 유리하지 않겠느냐』하는 막연한 기대뿐이었다고 털어 놓았다.
마라톤 경기가 오후 늦게 벌어져 별로 덥지 않았기 때문에 스피드에서 엄청나게 뒤지는 우리선수가 인내력만으로는 빛을 볼수 없었다는 것이다.
최코치는 6·25이후 학도체육이 없어져 마라톤의 인재를 제대로 기르지 못했다고 지적, 중·고교에 육상경기 종목을 필수과목으로 넣어 선수를 육성, 발굴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마라톤의 사정이 이 정도였으니 육상의 다른 종목 성적은 두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7명이 출전한 역도에서는 김해남 (페더급)의 4위 입선이 전부였다. 김은 연습 기록이 메달권에 있어 큰 기대를 갖게 했으나 너무 메달을 의식하고 서두르는 바람에 좋은 성적을 내지못했다.
그동안 세차례의 올림픽에서 거르지 않고 메달을 수확했던 역도가 이제 세계의 무대에서 밀려난 것이다. 최항기감독은 우리선수의 실력 부족을 자인하며 『국가적인 뒷받침이 없이 현재의 상태로 계속한다면 국제적인 선수는 절대 나올수 없다』고 단언했다.
우리 스포츠 수준이 어느 정도 낙후 됐는지 다이빙의 박형천감독말을 들어보면 실감이 난다. 올림픽 수영장은 8억리라를 들여 건설된 실내경기장으로 최신식의 시설이었다.
다이빙대에 오른 이필중선수는 바닥까지 환히 들여다 보이는 수면을 보고 그만 시각에 착오를 일으켜 하이 다이빙에서 실패하고 알았다. 서울운동장 야외수영장의바닥이 안보이는 검푸른 물에서 연습해온 이로서는 기술 발휘 이전 시설에 압도됐을 것이란 사정을 쉽게 짐작할수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