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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로 돌아보는 ‘Mr. 펀더멘탈’ 던컨의 커리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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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시절 전매특허급 능력으로 불렸던 포스트 업 플레이 중인 팀 던컨. [사진 NBA 사무국]

교과서나 다름없는 골밑 공격, 기복없는 수비로 농구 팬 사이에서 '포스트 플레이어의 교본'이 꼽히는 팀 던컨(40ㆍ샌안토니오 스퍼스)이 19년의 선수 생활을 마감하기로 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NBA 사무국은 “샌안토니오에서 열아홉 시즌을 뛴 던컨이 은퇴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당초 10일 은퇴를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총격사건이 발생하자 계획을 수정했다.

던컨 입단 이후 19시즌 동안 샌안토니오는 1072승438패를 기록했다. 7할이 넘는 압도적 승률(0.710)로 다섯 차례나 NBA 정상에 올랐다. 던컨의 개인 기록은 통산 2만6496득점, 1만5091리바운드(역대 6위), 3020블록(역대 5위). ESPN은 NBA 역사상 최고의 파워포워드로 덩컨을 뽑았다. 19시즌 동안 플레이오프는 단 한 번도 거르지 않았다.

NBA의 전설적 센터 샤킬 오닐(44)은 던컨에게 ‘미스터 기본기(Mr. Fundamental)’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사실 던컨은 스타의 덕목인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선수다. 마이클 조던 같이 개인 드리블 후 미들슛을 성공시키지도 않았고, NBA ‘신성’ 으로 떠오른 스테픈 커리(28ㆍ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처럼 폭발적인 3점슛 능력을 보유하지도 았았다.

그렇지만 던컨은 센터나 파워포워드가 갖춰야 할 기본 덕목인 포스트 플레이에 충실했다. 1990년대만 하더라도 던컨의 키(2m11㎝·6피트 10인치)는 7피트(약 2m16㎝)가 넘는 인간 장대가 즐비한 NBA 포스트 플레이어 가운데에선 작은 키였다. (던컨은 90년대만 하더라도 센터로 분류됐다.)

신장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던컨이 1997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지명받은 이유는 그가 가진 탄탄한 포스트 플레이 능력 덕분이다.

입단 초기부터 던컨은 해군사관학교 출신의 센터 데이비드 로빈슨과 '트윈 타워'를 형성했다.
대학 시절 쌓은 압도적인 수비력, 기본에 탄탄한 포스트 플레이로 샌안토니오를 리그 강자 반열에 올려놨다.

특히 낮은 자세에서 상대 수비수를 등지는 포스트업 후 백보드를 맞춰 득점하는 '뱅크슛'은 던컨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2003~04시즌 이후 뱅크슛 성공 개수를 보면 던컨이 945개로 1위, 2위가 드웨인 웨이드(333개)로 600개 넘게 차이가 난다.

기본기 이외에도 던컨이 가진 진정한 가치는 ‘프랜차이즈 스타’라는 점이다. 던컨처럼 한 팀에서만 19시즌 이상을 뛰고 은퇴한 선수는 코비 브라이언트(LA 레이커스ㆍ20시즌)와 존 스탁턴(유타 재즈ㆍ19시즌) 둘뿐이다. 더크 노비츠키(댈러스 매버릭스ㆍ18시즌)가 뒤를 잇겠지만 앞으로는 누가 이런 기록을 세울지 알 수 없다.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를 사상 첫 우승으로 이끈 ‘킹’ 르브론 제임스(32)만 하더라도 우승 반지를 위해 2011년 마이애미 히트로 이적을 택했다. 당시 르브론은 ‘디시전 쇼’라는 희대의 TV 중계쇼를 통해 “내 재능을 사우스비치로 가져간다”고 발언했고, 이에 클리블랜드 팬들이 제임스의 유니폼 화형식을 벌일 만큼 분노를 표출했다.

역시 우승에 목말라있던 케빈 듀란트(28ㆍ오클라호마시티 썬더)도 지난 7일 자신을 결승전 문턱에서 좌절시킨 ‘숙적’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에 합류했다. 1990년대를 시카고 불스 시대로 만든 마이클 조던, 2000년대 초반 스퍼스 왕조를 구축한 던컨같은 스타를 더는 볼 수 없게 된 것이다.

던컨은 마지막 행보까지 화려함을 선택하지 않았다. 언제나 골밑에서 묵묵히 팀을 위해 희생했던 그의 플레이 스타일처럼 은퇴 경기조차 없이 조용히 코트를 떠났다. 앞서 지난 2014~2015 시즌 은퇴를 선언한 코비 브라이언트, 미국 메이저리그 뉴욕양키스 소속 데릭 지터 같이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은퇴 기념식을 가졌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전성기 시절 맞수였던 샤킬 오닐은 던컨의 은퇴 소식에 “역사상 최고의 파워포워드였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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