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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키즈] 어린이책 인기작가 황선미 '일기 감추는 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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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한 작가의 작품을 읽고 가슴이 따뜻해진 뒤 후속작을 기다려본 경험은 누구나 있을 터. 어린이책은 특히나 그렇다. 요즘은 성인 문학계 못지않게 일군의 어린이책 작가들의 팬층이 두텁다.

이런 인기 작가의 신작과 이전 작품을 비교 분석하고, 그의 작품 세계에 더 깊이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그 첫번째 대상을 작가 황선미(40.사진)씨로 삼았다.

황선미를 이야기할 때면 가장 먼저 꼽는 책이 '마당을 나온 암탉'(사계절)이다. 1995년 단편 '구슬아, 구슬아'로 아동문학 평론 신인문학상을 받은 그이지만, 대중적 인지도를 확 올려준 작품은 '마당을…'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알만 낳고 그 알을 품어보지 못해 서러운 암탉 '잎싹'의 이야기다. 자유를 갈망하고, 모성을 부러워하는 잎싹은 여느 동화 속 주인공과는 다르다. 족제비에게 물려 죽고마는 비극적 설정 또한 다른 동화와 차별되는 점이다.

그런데 그 '다르다'는 느낌이 이 책의 성공 이유였다. 국내 어린이 문단에서는 좀처럼 찾기 힘들었던 소재를 선택하고 줄거리를 끌고 나가는 세심한 심리 묘사가 탁월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황선미의 동화가 비장미 가득한 '마당을…'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의 작품들은 아이들의 학교 생활을 주제로 한 '나쁜 어린이표' '초대받은 아이들'(웅진닷컴), 가족 사이의 관계를 그린 '꼭 한가지 소원'(낮은산)'들키고 싶은 비밀'(창작과비평사), '마당을…'처럼 동물을 의인화해 세상살이를 표현한 '과수원을 점령하라'로 나눠볼 수 있다.

이번에 나온 '일기 감추는 날'은 전형적인 학급 동화. 마음 약한 동민이가 같은 반 친구 경수와 갈등을 겪는 이야기다. 이 책도 이전 작품의 장점들을 반복한다.

주인공의 심리를 따라가며 미묘한 감정 변화까지 잡아냈고, 부모와 선생님은 주인공의 갈등에서는 한발짝 물러선 채 약간은 무심한듯한 태도를 보이며 책의 결말 부분에서도 갈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다는 점 등이다. 한바탕 눈물바람을 하는 카타르시스나 등장인물들의 화해가 없기 때문에 미진하다 여겨질지 모르지만, 그게 현실의 모습이라는 것이 작가의 입장이다.

그런데 작가의 작품 수가 많아질수록 등장인물의 성격과 상황이 정형화되어가는 듯하다. 주인공의 경우 맞벌이 부부 사이의 외로운 아이, 학원 '순례'에 바쁜 아이, 직장 잃은 아버지의 방황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아이 등으로 압축되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인물을 창조해내려는 작가의 치열함이 덜해져서인가, 아니면 요즘 아이들이 실제로도 쳇바퀴 도는 생활을 하기 때문일까.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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