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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DS, 강건너불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세계를 힙쓸고 있는 AIDS(후천성면역결핍증)의 공포가 이제 우리를 엄습할 것같은 느낌이 든다.
우리나라에서도 AIDS양성반응환자가 나왔기 때문이다.
지난 79년 미국에서 발생하여 세계적으로 1만5천여명의 환자가 앓고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 불치의병이 우리나라에서 거론된것은 금년 6월의 일이다.
이때 주한미국인 한 사람이 AIDS환자로 판명돼 본국으로 송환됐고 이어 9월에도 주한미군 1명이 역시 같은 환자로 밝혀져 미국으로 이송됐다.
이때부터 시작된 국내에서의 AIDS걱정은 마침내내국인의 유사한 증세 발생으로 더욱 심화되는 느낌이다.
지난 12일중동근로자가 양성반응을 일으켜 귀국한뒤 병원에 격리된 채 정밀검사를 받고 있다.
아직까지 내국인 가운데 진성AIDS환자로 진단된 사람은 없으나 여러가지 역학적 검사나 진찰과정에서 유사한 세균이나 증상들이 나타나고 있음은 우리에게 이 불치병에 대한 경각심과 경계를 촉구하기에 필요하고도 충분한 조건이 된다.
이 질병은 불결한 성생활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감염경로도 환음와의 성적 접촉이나 감염된 피의 수혈에 의해 이루어 진다고 한다.
그런 조건에서 보면 우리는 AIDS에 대해 거의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다.
우선 수만명의 주한미군이 미국본토를 수시로 왕래하고 있는데다가 1년에 1백만명이 넘는 외국관광객이 드나들고 있다.
AIDS는 미국뿐만 아니라 캐나다·영국·서독·프랑스등 세계30개국에 수백명씩의 환자발생 기록을 갖고 있기때문에 어느 누구에게도 방심할수 없다.
더우기 관광객중 가장 수가 많은 일본만해도 l1월말 현재 확인된 환자가 11명에 이르고 있다.
일본국입예방위생연구소 보고는 불과 수년 안에 일목의 AIDS환자는 1천명을 넘어설것 같다는 예상을 하고있다.
AIDS는 잠복기간이 짧게는 6개월에서 길면 2∼5년간이나 되기 때문에 보균및 감염경로를 쉽게 알수없다.
본인마저도 전혀 눈치 챌수 없다는데 문제가 있다.
그리고 아직까지 면역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다.
따라서 예방이 최선의 방법이다.
우선 보균가능성의 1차적인 대상은 외국인이므로 외국인접객업소 종사자들의 각별한 주의와 청결이 요망된다.
이를 효과적으로 실천하기위해서는 보건당국의 철저한 교육과 대책이 있어야만한다.
우선 당국은 실상을 분명히 국민에게 알려야한다.
섣불리 지레짐작으로 불안감을 주는것도 안되겠지만 혹시라도 환자를 확인하고서도 여러가지로 미칠 불이익을 염려한 나머지 이를 숨기거나 얼버무리려는 행위가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모든 대책은 정확한 사실의 파악으로부터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AIDS를 법정전염병으로 지정하는 일이 앞서야 한다.
이 무서운 불치병을 국가가 관장하여 국민 누구나 부담없이 보균여부를 확인하고 방역과 치료를 할수있도록 정부가 앞장서는일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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