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과 35초 덕담…박 대통령, 132명과 일일이 악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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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이 8일 악수를 하면서 35초간 덕담을 나눴다.

“오랜만에” “지혜롭게 잘 할 것” 대화
유 의원, 작년 맨뒤 이번엔 옆줄 앉아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초청 오찬을 마친 뒤 1시간20분(오후 1시25분~2시45분) 동안 참석자 전원(의원 126명, 원외 비대위원 6명)과 일일이 악수했다. 유 의원과도 한동안 대화가 오갔다. 유 의원의 바로 뒤에 있던 장제원 의원과 지상욱 대변인에 따르면 대화 내용은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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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8일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 및 국회의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영빈관에서 오찬을 함께했다. 박 대통령이 헤드테이블 뒤쪽에 자리 잡은 유승민 의원(뒷줄 오른쪽 넷째) 등과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찬을 마친 뒤 참석자 전원과 일일이 악수하며 짧은 인사를 나눴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박 대통령=“오랜만에 뵙습니다. 어느 상임위세요?”

▶유 의원=“기획재정위로 갔습니다.”

▶박 대통령=“아… 국방위에서 기재위로 옮기셨군요. 대구에서 K2 (공군) 비행장 옮기는 게 큰 과제죠?”

▶유 의원=“지혜롭게 잘하겠습니다.”

▶박 대통령=“대구시민에게도 잘 얘기해 주시고, 항상 같이 의논하면서 잘하시죠.”

민경욱 원내대변인은 “35초면 다른 의원들보다 대화가 긴 편이었다”고 말했다. 지 대변인은 “박 대통령이 1시간20분 동안 개별 인사를 나눈 건 청와대에서도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한다”고 전했다. 공교롭게 이날은 박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 발언으로 인해 유 의원이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난 지 1년째 되는 날이었다.

국회 상임위순으로 자리를 배치한 까닭에 오찬에서 유 의원은 박 대통령이 앉은 헤드테이블 뒷줄(5번 테이블)에 앉았다. 지난해 8월 오찬 때는 국방위 소속이라는 이유로 맨 뒷줄에 앉았지만 기재위로 옮기면서 거리가 가까워졌다. 여권 관계자는 “청와대에서 오찬 자리 배치로 골머리를 앓다가 유 의원을 의도적으로 뒤에 앉게 했다는 말이 안 나오도록 국회법상의 상임위순으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김무성 전 대표에게는 악수를 하면서 여름휴가 계획을 물었다고 한다. 친박계로부터 당 대표 경선 출마를 권유받고 있는 서청원 의원에겐 “8선 의원으로 의장직도 포기하시고, 당의 중심이 돼 잘해 주시는 게 감사하다”고 말했다고 서 의원과 가까운 이우현 의원이 전했다. 당 대표 불출마를 선언한 최경환 의원에겐 “당 화합을 위해 어려운 결단을 해 주셨다”고 말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 반기문 총장과 회동=박 대통령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4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에서 별도 회동을 했다고 청와대가 8일 밝혔다. ‘극비 회동’이란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청와대는 “오픈된 장소인데 극비로 만나는 게 가능하겠느냐”고 일축했다.

신용호·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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