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사진과 영 다르네, 어떤 남자 좋아하나…갑질 면접관에 취준생 65% “불쾌 경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실물이 자기소개서 사진과 너무 달라서 엉뚱한 사람이 온 줄 알았네.”

“직무 무관한 모독성 발언” 최다

“(신발 벗고 발가락을 만지며) 어떤 스타일의 남자 좋아하나?”

대학 졸업 후 2년째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강소민(26·여)씨는 지난해 면접 과정에서 이런 얘기들을 들은 뒤부터 ‘면접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인신공격에 가까운 막말성 발언부터 직무와 상관없는 질문까지 태연하게 쏟아내는 이른바 ‘갑질 면접관’들 때문이다.

김씨는 “지난해 8월 대형 보험회사의 영업직군 최종면접 당시엔 정말 뛰쳐나가고 싶었다”고 말했다. 어떤 스타일의 남자를 좋아하느냐는 면접관의 질문에 답하자 대뜸 “그럼 나 같은 남자 만나고 싶어 하겠네”라며 윙크를 했다는 것이다. 이후에도 성희롱성 발언이 이어졌다고 한다.

문제는 수많은 취업준비생이 면접 과정에서 갑질과 비인격적 대우를 경험하지만 항의하거나 불만을 표현할 수 없다는 점이다. 채용권한이 있는 면접관이나 인사담당자에게 불만을 표시할 경우 감점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실제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와 청년희망재단이 지난달 10일부터 나흘간 면접 경험이 있는 19~29세 구직자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4.8%가 ‘면접 도중 불쾌한 경험을 한 적 있다’고 답했다. 면접이 불쾌했던 이유로는 ‘직무와 관계없는 개인적인 질문이나 인격모독성 발언’이 26%로 가장 많았고 면접관의 태도 불량(19.2%), 면접 결과 미통보(18.6%) 등이 뒤를 이었다. 최종 합격 통보를 받은 뒤에 ‘회사 사정상 채용계획이 변경됐다’는 이유로 합격이 취소된 경험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도 4.3%에 달했다.

취업준비생들은 면접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큰 고충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준비생들이 면접 준비 과정에서 가장 부담을 느끼는 요인은 스피치 기술과 이미지 관리법 등 ‘면접기술’(43.3%)이었다. 내가 원하는 기업의 채용정보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응답자도 39.3%에 달했고, 면접 비용(8.6%)과 외모관리(8.8%)가 면접 부담 요인으로 뒤를 이었다.

취업준비생들의 고충 해결을 위해 청년위원회와 청년희망재단이 이달부터 ‘착한 면접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자기소개서 작성과 면접 교육을 위한 ‘명품취업스쿨’, 스피치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실전 PT 프로그램 지원사업’ 등을 통해 취업준비생들을 지원하는 게 목표다. 박용호 대통령직속 청년위원장은 “스펙보다는 능력 중심 취업 문화를 만들고 면접관과 구직자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착한 면접’을 정착하는 데 일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