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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장·간사따라다니며「기습」대비|야 농성으로 밤새운 국회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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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9일하오 재무위의 조감법날치기통과이후 국회는 혼란과 농성장으로 변했다.
모처럼 정상화됐던 예결위와 운영위가 정회되고 신민당은예결·법사위의 회의장을점거, 농성하면서 예산안과세법안처리를 실력으로 저지.
개헌특위안의 찬반토론을계속하려던 운영위는 이바람에 뒷전으로 물리고 여야의원들은 예결·법사위부근에서 밤새 옥신각신을 벌였다.

<예결위>
○…재무위의날치기통과소식이전해진후 정회에 들어갔다가 밤8시20분열린 예결위계수조정소위는 전병우위원장이 좌우손바닥으로 탁자서 두드리며 산회를 선포하는 해프닝속에 9시38분 종료.
이세기민정당총무는 전위원장에게 1천억∼1천5백억원내에서는 야당측과 삭감타협을 할수있다는 지침을 주었으나이택희신민당간사가 최종적으로 3천2백억 삭감이아니면 타협할수 없다는 최종안을 제시하자 밀어붙이기로 결정.
타협이 안되자 정남의원(민정)이 표결을 동의했고전병우위원장은 이를 전격적으로 받아들여 표결을 선언.
이에 박실·이철·반형식의원등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전위원장의 회의진행을 방해했는데박·이의원등이 옆 뒤에서 잡아 끄는 바람에 전위원장은 뒤로 밀려나며 허공을 치다가 좌우손바닥으로 겨우 탁자를 치며 가까스로 가결을 선포.
전위원장이 오른손으로 두차례 두드리자 박의원이 이를 붙잡았고,전위원장은 다시왼손바닥으로 세차례를 치는등으로 도합 여섯차례나 두드리는 진기록이 수립.
또 전위원장이 『찬성하는의원은 기립하시오』할때 야당의원들이 위원장 제지를위해 모두일어서 있었으므로 「만장일치」가 된셈이 됐으나 「명백한 정황」을 감안,기록에는 7대6으로정리.통과칙후 이중재·강삼재·김태조의원등이 밀어닥쳐 가세,위원장석의 책상을 밀치는바람에 전위원장은 물컵과 서류를 뒤집어 쓰는등 난장관.
○…소위에서 예산안이 통과됐다는 소식을들은 박용만의원(신민)은 민정당예결위원들이 대책회의를 열고있던 예결위원회소회의실에 들어가김종호위원장에게 『날××이××』이라는등 원색적 용어를 써가며 김위원장에게 거세게 항의.
이에 민정당의원들이 『무슨말버릇이 그러냐』며 고함쳐한때 험악한 분위기가 조성됐으나박규식(민정)·김동욱(신민) 의원이 말려 간신히 진정.
이에 신민당의원들은 다소안도의 표정을 지으면서 민정당의원들과 과일을 들며 환담을 나누기도 했는데 김위원장이나 전간사가 자리를 뜨면 이들에 대한 「근접방어」를맡은 김봉조·안동선의원등도 같이 자리를 뜨는등 경계태세를 풀지않았다.
○…민정당이 처음으로 예결위전체회의를 개의하려고했던것은 이날 하오11시.
김위원장은 하오10시15분쯤 『11시에 회의를 개최한다고안내방송을 하라』고 관계관에게 지시.
밤 11시가 되어 김위원장이 이날밤 시종 그의 경호역을 맡은 박규식의원등에 둘러싸여 회의장에 들어오자 장내는 한층 긴장되고 팽팽한분위기로 돌입.
이미 이날의 주전장인 예결위 회의장에는 신민당의 이민우총재·김수한부총재·이철승·조연하의원등과 김동영총무·홍사덕대변인등 당직자와국민당의 이만섭총재등 야당의원 50여명이 위원장석·국무위원석 할것없이 여기저기포진했다고
미리 전화통고를 받고나와의원실에 대기하고있던 민정당의원 30여명도 들어와앉아장내는초만원.
위원장석옆 입법조사관석에앉아있던 김동영총무는 김위원장이 들어오자 『이게 정의사회구현이야』 『양심을 가져봐』라고 고함.
이중재의원도 『또 날치기를하려는거냐』 『국무위원들 나가요』라며 흥분.
김동영총무등 신민당의원들이 『협잡질한 ×들』등 욕설을 하자 민정당의석에서는 가끔 『말조심해』라며 반응이있었으나 오히려 야당이 더거세게 반격.
결국 김위원장등 여당의원들은 15분만에 회의장에서 철수하고 김위원장은 이세기총무등과 국무위원대기실에서회의를 가진데 이어 노태우대표위원과 당직자들에게 가서 상황을 보고.
○…회의장에서 나가신민당의원들의 물샐틈없는 감시속에 예결위원장실에 모여있던민정당의원들은 자정을 넘겨새벽1시4분 전병우간사를선두로 회의장에 재진입. 당시 신민당의원들은 즉석라면등으로 밤참을 들고 있다가여당의원들을 맞았다.
그러나 이때도 상황은 마찬가지.
김총무는 신병현부총리가들어오자 『나가세요. 망신 당해요』 『공화당때 44명만으로도본회의장에서의 통과를 막았는데 지금 우리는 1백2명이야』라며 기염.
박관용의원(신민)은 위원장석옆에 있는 사회봉울 들고있기도했는데 민정당의석에서 『내려와라』고 고함.
결국 25분만에 다시 회의장을 나온 김위원장은 우대표를 재차방문, 대책을 논의한후 『민정당예결위원들을 노대표가 격려하겠다고하니 이들만 남고 나머지 의원들은귀가하기로 했다』고 선언.
그러나 신민당의원들은 『야당의원은 격려해주면안되나.같이가자』고 끝까지 의심의눈초리를 견지.
일부 신민당의원들은 민정당예결위원들이 노대표의 격려를 받는 민정당의원실까지들어갔는데 이중재의원은 『그만 나가달라』는 요구에 『한번 속고도 두번 속으면 바보』라고 큰소리.
결국신민당의원들을 내보낼수없다고 판단한 김위원장은 『민정당예결위원도 분과위원장만 남고 다 들어가도록 하라』고 지시.
그러나 1백%마음을 놓지못하겠다는 판단에서 신민당의 노승환·유제연의원등 30명의 의원들은 회의장안에서취침.

<법사위>
○…30일상오10시 법사위에서 유상호위원장과 민정당소속 법사위원들이 회의장안에 들어가려다 회의장을점거하고 있던 신민당의원들에 의해 제지당했다.
이날 신민당의원 30여명은전날에 이어 회의장과 위원장실에 나누어 대기하며 회의개의을 적극 방해.
이들은 회의장의 위원장책상을 뒷벽에다 옮견놓고 사회봉도 숨겨놓는가하면 출입구 앞 뒤쪽을 막아 민정당의원들이 들어가지 못하도록철저한 예방.
한편 여야 법사위원들은 위원장실에 모여 『회의를열자』 『못연다』며 계속 고전.
유위원장을 비롯, 여당의원들은 여야 만장일치로 통과한농지개량조합육성법부터 다루자고주장하며 『오늘 아침9시에 개의하기로 합의하지않았느냐. 회의장 출입을 방해하지말라』고 항의.
신민당 법사위원들은 하오4시부터 유상호위원장실에들어가 자리를 뜨지않았고 의총이 끝난후엔 몰려든 의원20여명의 응원부대와합류.
신민당의원들은 일부는 회의장에서 만약의 사태에 대비 포진했고 일부는 위원장실에서 유위원장및 민정당의원들이 개의를 못하도록 방해작전.
여야의원들간에 『법대로 하자』 『날치기도 법이냐』라는입씨름이 계속되는 동안 신민당의 김동주의원은 유위원장을 그림자같이 붙어다니며화장실까지 동행.
밤11시쯤 민정당의원20여명이 응원부대로 회의장에 들어서자 긴장감이감돌기 시작.
부산출신 곽정출의원(민정)이 술에 약간 취해 위원장실과 소회의실을 왔다 갔다하며 『부산 고법설치문제를 빨리 다루지않고 뭘하느냐』고 마구 고함을 쳐 다소 감시가 소홀해진 틈을 타민정당법사위원들이 하나 둘씩 회의장에 입장.
그러나 유위원장은 김동주의원등 신민당의원 5∼6명에 둘러싸여 위원장실은 나왔으나 소회의실에서 반연금상태.
이때 좀 취한듯한 민정당의 이종률의원이 들어와 허경만의원(신민)과 언쟁을 별였는데 시선이 여기에 몰린틈을타 유위원장이 탈출(?)을 시도했으나 문을 나설무렵 이를본 신민당의원들이 밀고 잡아당기는 바람에 좌절.
11시50분쯤 유위원장은 다음날인 30일 상오9시 개의하자고 일보후퇴.
이에 신민당의원들은 이를찬성하면서도 『소위부터 열자』고 단서를 붙여 시비가계속되는도중『회의가 개의됐다』고 누군가가 고함.
신민당의원들은 『위원장이여기 있는데 그럴리가 있느냐』면서도 신순범·김정수부총무와 장기욱의원등이 달려가 문을막아선 국회직원들을제치고 회외장으로 돌진.
민정당측 간사인 임두빈의원이 신민당의원들이 소회의실에 신경을 쏟고있는 사이위원장석에앉아 『위원장이연금상태이므로 간사가사회를맡는다』며 개의를 선포한것.
순서에따라 박봉국입법조사관이 현황보고를 초스피드로읽어가던중 신민당의원들이뛰어들어와 회의장은 순식간에 난장판으로 돌변.
임의원이 질린 표정으로 『정희를……』라고 말하려는순 장기욱·김정수·송간영의원등이 임의원을 사회석에서밀어내고 사회봉을 집어내던지며 『위원장과 내일 9시에열기로 합의했는데 무슨짓이냐』 『뭣하는 거야』 『이따위로할테냐』는등 격앙된목소리로 고함.
곧이어 유의원장이 목요상·신기하·김동주의원등에게 둘러싸여 회의장에 들어와선 사회석에 서지도 못한채 『내일은 방해하지말아달라』며 상오9시개의를 발표.
신순범·김동주의원은 민정당이 다른 장소에서 변칙처리할지도 모른다는 우려속에 유위원장을 좇아 의사당부근 맨해턴호텔까지 동행.
이때문에 민정당에선 이들이 유의원을 납치했다는 소문이 퍼져 이영일 의원이 찾아나서 유위원장을 데리고다시 국회로 돌아으는등 해프닝까지 연출. 이날밤 신신민당 부총무는 김종호예결위원장과 전병우민정당간사를 집까지 미행, 집에 들어가는데까지 확인하는등 극성.

<재무위>
○…12대국회의첫「날치기」법안통과는 재무위에서 이루어졌다.
한은특융의 근거를 제공할말썽많은 조세감면규제법개정안을 통과시키기위해 민정당은 결국 이같은 변칙수단을동원한것.
28일방 조감법통과를 강행하려다가 여야총무합의로 회의가 29일로 연기되자 민정당의원들은 『이제는 말썽없이통과시키기가 곤란해졌다』면서이날 아침부터 대책을 숙의.
여야총무합의로 회의가 하오3시부터 열리도룩 예정되자 민정당의 일부의원들은 『신민당측이 운영위와 예결위에서의 실점을 만회하기위해 재무위에서 조감법저지에총력전을 펴지않겠느냐』고 걱정하면서 『하오3시전에 해치우자』고 제안.
민정당측은 상오11시30분쯤 일단 회의를 열 모든 준비를 갖추고 속기사까지 회의장에 대기시켰느데 『만약 하오3시이전에 통과시키면 여야합의위반이라는 비난에 꼼짝없이 당한다』는 반론이나와 일단 하오3시 개의라는 여야합의는 지키면서 최단시간에 끝내기로 결론.
○…하오3시 가까이 민정당소속 재무위의원 대부분이회의장 바로 옆에있는 소회의실에 집결했는데 물정을 모르고(?) 나타난 최재구의원(국민)은 재부부의 한관리가 데리고 사라졌고, 신민당 간사인 이재근의원이 위원장실에 나타나자 김용태위원장과 민정당측간사인 김영귀의원이 이들을따돌리고 『민정당의원들은 소회의실에서회의를하겠다』고 소회의실로 갔다.
김위원장등 민정당의원들은하오3시가 되자 소회의실에서 곧바로 회의장으로 들어갔고 법사위에 가있던 곽정출의원을 불러 하오3시1분민정당의원들만 모인 가운데개의를 선포.
이때 한 재무부관리는 재무부직원에게 『문을 닫아라』고 지시.
김위원장은 법인세법에서조세감면규제법개정안까지 7개법안이름을 일사처리로 낭독하고 일괄상정, 정책질의를생략해버린채 『1항에서 3항(방위세법)까지는 정부원안대로 의결하고자 하는데 이의가 있느냐』고 문고, 민정의원들이 『이의없다』고 하자의사봉을 두드려 통과를 선포하는 식으로 모든 법안을처리, 2분만에 모두 통과.
금위원장은 조감법의 원안과다른 대안부분을 설명하지않고 서면으로 대신.회의도중 민한당소속 손태곤의원이 회의장에 들어와 어리둥절한표정으로 자리에앉아유일한 타당참석자가됐다.
○…김위원장과 민정당의원들은 법안처리를 끝내자 상기된 표정으로 급히 밖으로나갔는데이때 달려온 이재량의원(신민)이 『이건말도안돼』 『사기다.사기』라고 고함.정종택의원(민정)이 『3시에 회의하기로 약속했잖아』라고 하자, 이의원은 『그래서왔는데 왜 연락을 안해주였느냐』고 억지로 짜낸 목소리로 항의.
그러나 김위원장등은 곧바로 이세기민정당총무실로 가처리경과를 보고하고 이어 노태우민정당대표위원에게로 가서 상황을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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