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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스로열린운영위 단상단하|열기가득…밤새운특위공방 정략 타협 부용…적기 아니다 여|도덕적기반 갖춰야 난국수습 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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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7일하오2시 열릴 예정이던 국회운영위는 여야간의 엎치락 뒤치락하는 이견으로 밤10시30분에야 가까스로 개의,27일새벽 6시15분까지 철야 강행군.
27일 밤10시 회의를 위해 이치호·안영화·정동성의원등민정당 운영위원들이 회의장에 들어서자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위원회회의장으로서는 최대가 될 1백30여의원과 1백여 보좌관및 국회직원,40여명의 보도진이 몰려열기를 더했고 관계자들은 장내정리에 진땀.
방10시21분 입장한 이세기위원장은 10시 30분 개의선포를 한뒤『하오2시 열기로했던 회의가지금에서야 열려 유감』이라며 지연경위를 설명.
이위원장은 또 3당이 사전에의사절차에 합의하지못하고 개의하게 됐으니 회의진행중 3당간사들이 일정에 합의해달라고 부탁.이어 이위원장은 개헌특위안에 대한 질의개시를 선언했으나민정당측은 야당에 기회를 주지않기위해 아무도 질의에 나서지 않았다.
그러나 신민당의 장기욱의원이나서 국민당측 제안자인 신철균의원에게 묻는다며『신민· 국민당의 제안은 근본에있어 대통령직선제라는 골격을 같이 함으로써같은게 아니냐』고 질의.
이어 신민당의 유준상의원은『민정당에서는 질문할 사람이 없는것 같아 우리당의 제안자인 김동영총무에게 묻는다』며 질문유도를 위한 발언을 하자 이의원장은 제안자끼리의 질문은 안된다고 제지.
민정당측의 질의기피로 질의순서는 불과 10여분만에 끝나고 회의는 곧바로 찬반토론에 돌입.이때 민정당에서는 이상익중앙위의장·정순덕사무총장·박준병국책조정위원장·김종호예결위원장·정재철정무장관등 30여의원이,신민당에서는 이민우층재등 70여 의원이,국민당에서는 이만섭총재등10여 의원이 들어와 참관.

<주도권선제에 역효과>
○…질의가 끝나자 신민당의 신순범수석부총무는 신상발언을 신청, 간사회담 결렬에 대한자신의 입장을 설명했으나 이것이민정당의 정시채수석부총무의 즉각적인 반격을 불러일으켜이날회의의 주도권을 선제하는데 역효과를 야기.
신부총무는『여야의 약속은 신의와 믿음으로 지켜져야한다』고전제한뒤『따라서 양당 간사간에오가거나 합의된 사항은 동시에 발표함이 기본상식이자 룰이거늘 민정당은 이런 기본을 파기했다』고 비난.
신부총무는『정부총무가 일방적으로 내용을 발표한것을 규탄한다』고 열을 올리며『보도전에 건네주는 한마디도 사안의 중요성에 비춰 사전합의했어야 했다』고 주장.
이에정부총무는『26일간사회담에서는 2개항을 합의했고 1개항은합의를 보지 못했다』면서 『미합의된 것은 발언자수로 우리는 3·3·1을,신민당은 5·5·1을주장해 국민당이 4·4·1이라는 중재안을 제시했다』는등 조목조목 해명.
정부총무는 또①토론은 종결치않고 계류시킨다②토론은 27일에한한다는 2개항의 합의사항까지제시.
정부총무는『국민당의 강경식간사도 함께 있었을뿐 아니라 신부총무와 같이 3명의 기자에게브리핑을 했다』고 덧붙였는데『그래놓고도 사기니 작태니 하면 되겠는가』고 반문.

<너무당연한 국민적합의>
○…질의에 이어 첫 반대토론에 나선 이치호의원(민정)은현행헌법이 정통성이 없다는 야당측 주장과 관련,『10·26이후의민의는 정국안정을 바라고 유신헌법을 개정해 1인장기집권을종식,평화적 정권교체에 있던것이지 대통령선출방식이 직선이냐,간선이냐에 있었던것은 아니다는 논리를 펴면서 △대통령은우리손으로 뽑는 직선제만이 국민적 정당성을 가지고 있다△현행헌법으로는 평화적 정권교체가불가능하다는 야당측의 논리를조목조목 반박.
찬성토론에 나선 김형내의원(신민)은『이 정부는 유신의 부정위에서만 가능한데 통대의원이 서거인으로,장충체육관이 잠실체육관으로 바뀐것밖에 달라진 것이없다』며『있다면 사람얼굴과 당이름만 바뀐것 뿐이며 그렇다면더 질나쁜 유신의 재판』이라고주장.
김의원은 또 5·17이전 국회개헌특외에서 여야합의사항으로 대통령직선제개헌시안을 발표했던 일을 상기시키면서『직선제는 너무도 당연한 국민적 합의』라고 역설.
강경식의원(국민)은 찬성토론에서 제5공화국 헌법은 민의에기반을 둔 정당한헌법으로태어난것이아니며『대다수 국민들은 현행 대통령 선출방법을 민주적인것으로 믿지 않는다』면서『민의와 대치되는 간선제 보다는 대통령이 국민의 손에의해 직접 선출될때에만 도덕적 기반을 가질수 있게되고 정부 또한 난국의수렁을 벗어날수있다』고 주장.

<감성적 정치현상에불과>
○…김형내(신민)·강경식(국민)의원에 이어 발언에나선 김정남의원(민정)은『지금 이나라는 헌법이 잘못되어 나라가 잘못되고 민주주의가 잘 안되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잘못』이라며『지난날 우리가 선택했던 어떤헌법도 그대로 지키지 못했던 불행한 역사가 민주주의에대한 시비를 아직도 낳게하고있는 것』이라고 호헌론을 개진.
김의원은 이어『우리사회 일부에서 개헌논의가 달콤하게 먹히고 있는 점을 인정한다』면서『그러나 그것은 다분히 감성적 정치현상이며 역사적 반동작용으로생각한다』고 주장.
장기욱의원(신민)은 찬성토론에서『피를 먹어야 꽃을 피운다는 민주주의나무에 아래로는 국민학교학생에서 위로는 현직대통령의 피까지 바쳤지만 그 나무에아직 꽃이 피지 않고 있다』고주장.
장의원은 이어『국민으로부터승인을 받는 절차를 생략한채 계엄령속에서 이루어진 현 헌법은무효』 라고 역설하고 참정권제한하에 헌법적 근거가 없는 국가보위 입법회의가 만든 현행헌법은 법실증주의에 입각해서도 성립이 불가능한 헌법이라고 비판.

<당내의견조정부터 하라>
○…긴장감마저 감도는 분위기속에서 다시 반대토론에나선 안병규의원(민정)은 이민우신민당총재의「산께이」회견과 관훈클럽연설이 앞뒤가 맞지않은점과 두김씨의 직선제안합의사실을 들어『소위 재야나 신민당의 개헌안은 일부의 정략적 타협의 산물이며 또다른 야당중진들은 방미중 의원내각제를 주장함으로써특위구성제안에 앞서 당내의견조정을 먼저 하라』고 야당내의 의견불일치를 비판.
안의원은 그러면서『대통령직이란 국민과의 계약으로 전세낸 자리인데 전세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전세입주자를 그자리에서 물러나라든지 다음 계약때 입주자의 아들이나 가족은 안된다고 미리부터 떼를 쓰고 나온다고 할때 과연 상식적으로 용납되겠느냐』고 기발한 비유를 들어 야당을 공박.
김정수의원(신민)은『대통령선거가 국민의 관심밖에서,체육관에서만 이루어진다는것은 국민을모독하는일』이라며『유신독재이후대통령선거인단에 의한 간선제가갖는 어용적 작태에대한 배신감·혐오감·증오감의 응어리가 분출된것이 2·12총선의 바람이었다느고 주장.

<정치는 믿음이 가장중요>
○…28일 새벽4시20분 속개된회의에서 첫번째 반대토론에 나선 현경대의원(민정)은『신민당의 개헌방향이 혹시 소외 과격학생의 삼민헌법을 포함하는 것인지 두려하지 않을수 없다』 며『그 실현방법도 비민주적·폭력적 정부전복이 돼서는 안될 터인데 개헌발의 정족수도 안되는신민당이 지금 어떻게 하겠느냐.13대에 다수당이 돼서하라』고 원론적 주장.
김경광의원(신민)은 자신의발언에 앞서 현의원의 발언이 지나친 형식논리라면서『5·17후국회는 탱크와 중무장한 군인들로가득찼는데 어떻게 계엄해제요구를 할수 있었겠느냐』고 반박.
김의원은 이어『현행헌법이 그자체만으로는 법률상 문제는 없지만 그 실제운용상 1당지배만가능하게하고 있기때문에 문제』라면서『국민이 이헌법을 꼭지켜야겠다고 생각지 않고 있는것이개헌의필요성을말해준다』고역설.
김용채의원(국민)은『언제까지제5공화국이 정통성이 없느니하는 소리를 들으며 부당한 정권유지를 해나갈것이냐』고 반문하고『우리대통령은 내가 직접 붓뚜껑으로 찍은 대통령을 뽑겠다고 하는 절실한 요구를 충족시키면서 민정당이집권한다면 누가정통성운운하겠느냐』고강조했다.
정동성의원(민정)은『야당이현행헌법개정을 요구한다면 제5공화국에 동참을 하지말았어야 할것』이라며『현행헌법은 민주발전과정에 적절한 헌법」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밤 토론은 김정수의원까지 7명(민정3, 신민3, 국민1)의원의 토론이 끝난후 새벽 2시40분 휴식을 위해 1차정회.
쉬는 동안 신민당의원들은 소회의실에 모여 즉석라면으로 밤참을 때웠으나 민정당의원들은 운영위원장실에서 대책회의만을 한뒤 새벽4시쯤 곧바로 회의장에입장.
이때부터 민정당의원들은『회의를 빨리 진행하라』고 채근했고신민당의원들은『밤참이나먹고하자』고 미뤄 회의시작때와는 정반대의 상황.

<"돌았나" "누가돌았나">
○…상오4시20분 회의가 속개된후 현경대(민정),김형광(신민),김용채(국민)의원의 발언까지는 그런대로 넘어갔으나 정동성의원(민정)이『정권야욕에불타는…』운운하며김대중·김영삼씨를 일체의 경칭없이 공격하면서 소란이 일기 시작.
야당의원들이 일제히 이를 성토했고 여당측도 이를 맞받아쳤는데 정의원의 발언이 끝난후에도 계속 옥신각신하다 결국 새벽6시15분에 정회.
정의원은 호헌논리를 전개하면서 가끔『12대들어와 야당의원들이 정부에 대해 가한 각종 모독은 과거정권같았으면 가만놔두지 않았을것이나 지금은 이로인해 연행되거나 탄압받은 사람이없지않느냐』『우리 야당만큼 자유롭게 의사표시를 할수있는 나라가 세계에어디있느냐』고 공격.
정의원이『정의감은 나도 누구못지않다』면서『야당여러분의 개헌주장이 옳다면 따르겠다』고 할때는 야당의석으로부터『고맙습니다』라는「인사」까지 일단 듣기도했으나 곧 『개현방법이 합법적이아냐』『의원들이 학생이나 선동하고…』라며「본론」으로돌아가자야당의원들은『무슨소리냐』며고함.
이어 정의원이『김영삼은…』『김대중은…』하며 두 김씨의 행적읕 비난하자 신민당의원들이 일제히 폭발.
정의원의 발언이 끝나자 신순범의원등이 의사진행발언을 달라고 아우성쳤으나 사회를 보던 정시채의원(민정)이 이를 묵살하며『다음 토론자인 유준상의원에게 발언을 하라고 하자신의원과 정의원간에 고성이 교환.
유의원은『정치대선배인 민주인사에게 경칭도없이 발언하는 저의가 무엇이냐』『국회를 어디로끌고가려고 하느냐』며 성토한후 느닷없이『김형내의원이 한곡조할수 있게 해달라』고 정의원에게 요구해 폭소.
정의원은 이를 거부했고 이에신의원이 다시 격렬한 어투로 항의하자 정의원은『그러는게 아니야』하며 맞고함.
또 조기상의원(민정)과 김정수의원(신민)등 여야의원간에는『돌았나』『돌긴 누가 돌아』라며 서로 고함.
결국 발언권을 얻은 김형내의원은『원내총무만 10년넘게 한 분과 대통령후보까지 지낸 분에게피의자 부르듯이 할수 있느냐』며 속기록삭제를 요구.
이에 이치호의원(민정)이 나서『두 김씨는 존경받아야 하나그것은 그쪽 동네 사정』이라고 못박고『「내가 존경하니 너도 존경하라」는 식의 강요는 있을수없다』고 반박한후『 「씨」자를 붙이지 않았다는것이 속기록 삭제요건이 될수 없다』고 역설.
그러자 야당의원들이 다시 의사진행발언을 요구, 장내가 소란해졌으며 정위원장대리는정회를 선포.

<각자 자리옮겨 결과평가>
○…28일 새벽6시15분 정회가선포되자 민정·신민의원들은 각각 총무실로 자리를 옮겨 회의결과를 평가.
민정당의원들은 김대중·김영삼씨를 원색적으로 매도한 정동성의원이 들어오자 일제히 박수를치며『얼마든지 하자, 밀어붙여』라면서 기세를 올렸고 정의원은외부의 전화를 받고는 『계속하겠읍니다』라고 큰소리.
반면 신민당의원들은『시원하게했다』고 자찬했으나 참관한 다수의원들은 논전에서의 열세를 안타까와 했으며 박종률의원 같은이는『개헌은 말싸움으로 하나』라고 자위.
신민당은 곧 정동성의원의 발언부분 속기록을 입수,두 김를 비난한 부분에 대한 삭제와사과를 받기로 결했으며 김동영신민당총무는 이세기민정당총무에게 전화를 걸어 상오10시까지정회를 요청.
○…27일 운영위 개의에 앞선민정당측의 작전계획은①일단 회의를 연다음 의사일정 미합의를이유로 유회시키는 안②당초 민정당이민정당3·신민당3·국민당1명의 토론을 제안한만큼 7명의 발언까지는 들은뒤 산회하는 안③의사일정 미합의를 이유로 아예 회의를 시작않는안등3개안.
그러다가 밤9시30분 노태우대표위원·정순덕사무총장·이세기원내총무가 참석한 대책회의에서 이총무가『자신있다. 27일 판을 벌여주겠다고 약속한 이상 지켜야한다』고 고집, ②안이 채택됐다는 후문.
그러나 모포까지 들고 두툼한외투를 입은 신민당의원들이 속속 국회로 모여들자 민정당안에서는 한때 ③안대로 하는것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우세했고 심지어 ①안을 주장하는 의견도 나왔지만 이세기총무가 고집을 꺾지않았다는것.
밤 10시35분 회의가 열리자 김동영신민당총무는 여당이 회의장의소란을 핑계로 회의를 중단시킬지도 모른다고 지레짐작,방청의원과 소속운영위원들에게『지나친 야유나 소란을 피우지 말라』고 누차 당부.
이때문인지 회의는 개의전의높은 관심과는 달리 비교적 차분히 진행됐고 정시채민정·신순범 신민당수석부총무간의 설전을빼놓고는 순간순간 맥빠진 분위기가 역력.민정당은 이같은 분위기에다 신민당 의원들이「예습부족」으로 논전에 밀리는 기색을 보이자 발언자를 7명에 국한하기로한 당초의전략을바꾸었다.
심지어 신민당의 K모의원은 자신에게 발언 차례가 올것같자 황급히 옆방으로 나와 새삼 문안을 다듬느라 부산을 떨었고『농성이나 할게 뻔한데 회의를 열어 뭣하겠느냐』고 이세기총무의작전에 회의를 가졌던 일부 민정당의원들은『공연히 겁먹었다.얼마든지 하자』고 기세.<허남진·안희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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