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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교향악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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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대구시립교향악단이 서울 순회연주회를 가졌다. 21일 하오7시 호암아트홀에서. 1천명의 청중이 만당한 가운데 70여명의 오키스트러 멤버들은 「멘델스존」의 『피아노 협주곡 제1번』 ,「시벨리우스」의 『교향곡 제1번』 등을 연주했다.
주자들도 열연했지만 청중들의 호응 또한 열기에 찬 것을 보면 음악에 대한 열정에 애향심까지 어우러진 것 같다. 어느 쪽이든 흐뭇한 정경이다.
우리 나라 같은 지방문화의 불모지에서 오키스트러를 구성할만한 유수한 멤버들이 이렇게 모였다는 것만으로도 대견하다. 「시립」이면 이들의 대우도 공무원 수준의 박봉일텐데 교향악「단」이 구성되었다는 것은 박수를 받을만하다.
문화의 풍토와 국부의 수준은 다르지만 미국엔 주민이 불과 20만명 정도의 군단위에도 오키스트러가 있다.
연전 플로리다주의 탬파라는 조그마한 마을엘 갔더니 세인트 피터즈버그 심퍼니 오키스트러가 정기연주회를 갖고 있었다. 인구 20만명의 소읍이었다.
미국엔 지금 연예산 2백만 달러가 넘는 오키스트러가 28개, 1백만 달러에서 2백만 달러 사이의 예산을 쓰는 중급 교향악단이 75개, 그밖에 시골 오키스트러까지 합치면 1천개도 넘게 있다.
서독 같은 나라에도 공립오키스트러가 80개, 사설(재단법인)이 30개, 역시 시골교향악단이 상당수 있다.
물론 이들 도시교향악단 가운데는 미국의 보스턴 교향악단이나 시카고, 클리블랜드, 뉴욕 필, 필라델피아 등 세계적 명성을 가진 명문심퍼니도 있다.
서독 역시 베를린 필은 너무도 유명하고 벤베르크, 뮌헨 필 관현악단 등도 성가가 높다.
우리 나라의 대구시립교향악단은 벌써 21년의 연조를 갖고 있었다. 그 동안 1백37회의 정기연주회를 열 정도면 얼마나 활발하게 연주활동을 해왔는지 알 수 있다.
상임지휘자(우종억)도 대구에서 나서 대구의 대학에서 음악 공부를 하고, 다시 석사과정을 밟아 일본에서 지휘자 코스를 거친 대구산이다.
이번 서울 호암아트홀의 연주에는 서울 출신의 피아니스트를 초청, 협주까지 했다.
대구시향이 연주한 「시벨리우스」의 『교향곡 제l번』은 핀란드 고유의 향토적인 개성이 강한 민속음악의 무드를 곁들이고 있어 세계 어디에서 연주되어도 청중들의 향수를 자아내준다. 각지의 순회연주를 위한 선곡같기도 하다.
결국 애향심이란 미묘하고 섬세한 것이어서 풍광이나 음율 같은데서 애틋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지방문화가 갖는 독특한 무엇이 있다.
우리 나라도 언필칭 중진국이 되었으면 지방마다 오키스트러가 하나씩 있음직도 하다. 예산이야 들겠지만 문화투자란 수지보다 더 중요한 정신적 가치가 있다. 인간의 발아, 인정의 발견은 돈주고도 살수 없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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