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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외」나는 이렇게 본다|학부모·교수 등 각계 의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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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정부당국자의 완강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과외의 부분 부활설은 전국민을 과외논쟁으로 이끌고 있다. 과외란 과연 필요악인가, 아닌가. 여성단체·학부모·교육학자들의 솔직한 의견을 모아봤다.
▲조춘실씨(37·주부·서울강서구 방화동)=어떤 부유층의 딸은 친구 한사람과 함께 각자 30만∼50만원을 주고 1주일에 두번씩 1류대학생 집으로 가서 비밀과외를 한다고 들었다. 얼마전 성적이 중간정도인 우리 아이에게도 월15만원의 .2류대학생 과외를 시키라는 제의가 들어왔으나 거절했다. 과외란 어떤 경우에도 부모의 경제적 능력에 따라 돈으로 아이를 키우는 셈밖에 안된다. 이렇게 자란 아이가 어떤 인물이 될지 궁금하다.
▲차경수교수(서울대·교육학과)=학생에게 공부를 시키는 것 자체는 나무랄 일이 아니나 과외의 부작용이 너무 큰 실정이다. 또 정보화사회를 살아갈 학생들에게는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는 능력을 중점적으로 길러줘야 하는만큼 .과외공부는 자율적 학습이 아니라는 측면에서 전근대적 교육방법이라 하겠다. 장차 우리사회에 올바른 교육관이 확립되고 부모들도 자녀의 자율적 학습능력에 가장 큰 관심을 기울이게 된 후라야 과외금지조치를 풀어도 별다른 부작용이 없을 것이다.
▲손홍원씨(52·학부모·서울중구초동)=교육의 원칙으로 보면 과외금지는 옳지 않다. 그러나 사회문제까지 되어 금지한 것이니만큼 다시 부활하는 것은 성급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보다 앞서 그 공과를 차분히 따져야 할 때인 것 같다.
▲황응연교수(이화여대·교육학)=80년 7·3교육개혁때 과외를 전면 금지했던 것은 과외가 비교육적이고 사교육비가 엄청나다는 등의 충분한 이유가 있었으리라.
그렇다면 지난 5년동안 과연 상황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잇점과 결함은 무엇인지 충분히 검토한 후에 정책을 바꿔야 한다.
나 개인의 의견은 개인차는 있게 마련이고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은 보충해주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하나 문제는 방법이다.
▲김천주씨(대한주부클럽연합회장)=5년전 과외를 전면금지하고 일제히 단속하는데 대해 반대했었다. 그러나 그동안 과외를 하는 사람을 역적 몰 듯 하다가 아무런 납득할만한 명분도 없이 하루아침에 풀어놓는다면 이것은 누가보아도 설득력이 없다.
중·고등학교와 대학교가 연계를 맺어 별도의 과외지도를 받지 않으면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학생을 선별하고 과외수입이 없으면 학업계속이 곤란한 불우대학생에게 지도를 받게하는 식의 과외은행운영이 과외혼란재발을 막는 방법이라 생각된다.
▲김숙희씨(한국여성단체협의회 사무처장)=고3짜리 아들이 있는 관계로 과외문제에 상당히 과민한 편이다.
우선 나의 개인의견은 과외전면 금지에는 반대다. 입시공부를 하다보면 뒤지는 과목이 있게 마련이고 그런 경우 기초부터 다시 다져줘야 한다.
그러나 오늘처럼 한반 60명이 넘는 과밀학급에서는 불가능하다. 뒤진 부문은 어떤 형태든 보충해줘야 한다.
또한 과외가 등록금·생활비를 벌어 써야하는 대학생들의 아르바이트거리라는 것도 중요하다. 과외에 따른 문제는 수정해 나가야지 전면금지로 해결할 것이 아니다.
▲정수현씨(41·주부·서울강남구개포동 미도아파트)=요즘 고3들은 한과목에 80만원이 드는 비밀과외를 받는다는 소문이 공공연히 나돌아 지레 걱정된다.
중1짜리 아들을 방학때마다 지방의 삼촌한테 보내 너무 뒤지는 과목들을 보충받게 하고있는데 그러고나면 성적이 한결 나아지는걸 보면 평소에도 모르는 부분을 배울 경우 한결 효과적일 것같다.
입시제도나 학교교육환경여건은 그대로 둔채 과외만 막는다면 비밀과외는 점점 더 심해지고 그런 「모험」을 못하는 부모들은 더욱 불안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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