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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이몽의 대좌…성과는 의문|미·소 정상회담…서울∼워싱턴∼파리 삼각국제전화 긴급진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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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레이건」미대통령과「고르바초프」소공산당서기장이 19일부터 제네바에서 역사적인 미소정상회담을 시작한다.「카터」와「브레즈네프」가 79년 빈에서 만난지 6년반만에 이루어지는 미소 두 초강대국 정상들의 대좌다. 이번 회담에 임하는 미소양국의 입장은 어떤지, 동서양진영 대표들은 무엇을 논의할 것이며 그 전망은 어떤지 등을 알아보기 위해 본사 김건진 외신부장과 장두성 워싱턴특파원·주원상 파리특파원이 3각 국제전화를 통해 긴급진단을 해보았다.
▲핵단추 한번 누르면 전인류를 멸망으로 밀어넣을수 있는 위치에 앉은 미소초강대국의 두지도자가 오랫동안 서로 외면하다가 대좌를 하게 됐다는 사실만으로도 다행스러운 일이라는 분위기속에 온세계의 이목이 제네바에 쏠리고 있읍니다.
미국기자만 5천명, 거의 같은 수의 세계각국기자 등 보도진만 1만여명이 제네바에 몰리는 분위기입니다.
▲「레이건」대통령은 과거 어느 미국 대통령보다도 반소의식이 강한 보수주의자이며 미소관계를 「선악의 관계」로 단순하게 보아온 인물입니다. 「고르바초프」는 오랜만에 소련 지도력에 활기를 불어 넣으려는 야심가입니다.
그는 노인지도체제 아래서 정체되어온 소련외교를 활성화시키면서 국내 경제를 복구하려하고 있습니다. 이와같은 두 지도자의 특성은 이번 정상회담의 중요성을 더욱 높여주고 있습니다. 서로 「만만찮은 적수」입니다.
▲이번 회담의 의제는 26가지로 정해져 있는데 최우선 순위는 역시 핵무기감축 문제입니다. 그 다음이 양국이 다같이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지역분쟁, 미소간의 쌍무문제, 그리고 인권문제 등입니다.
그러나 뉴욕 타임즈의 시사해설가 「윌리엄·새파이어」가 『초강대국끼리의 만남은 두마리의 문어가 엉켜붙은 것과 같아서 모든 문어발이 서로 닿게 마련』이라고 지적했듯이 모든 문제들이 문어발식으로 논의될게 분명합니다.
다만 핵무기에 관한 협상에서조차 접근이 어려운 상황이어서 한반도문제를 논의는 하되 어떤 합의가 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될것 같습니다.
▲「고르바초프」가 정상회당에 응한 것은 미국이 추진중인 이른바 「우주전쟁」(SDI) 연구개발을 저지하기 의한 것이고, 미국측은 소련이 보유하고 있는 지상발사용 장거리 탄도탄의 수를 줄이는 것을 주 목표로 삼고 있어요.
그러나 미국이 한사코 SDI는 협상대상이 될수 없다고 버티고 있고 「고르바초프」는 SDI연구개발활동의 중단을 요구하고 있어 양자간에 절충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합의가 거의 확실한 분야는 KAL기 참사가 있은 북태평양 항공로의 안전취항을 위한 협정, 뉴욕과 키에프에 상호 영사관을 설치하는 협정, 운동선수·과학자 및 예술가의 교류에 관한 문화협정 등입니다.
「슐츠」미국무장관은 모스크바에서 예비접촉을 끝내고 돌아와서 『11월에 모든 생명이 끝나는건 아니다』라는 함축성 있는 논평을 했는데 이 말은 이번 회담에서 극적인 합의가 없더라도 양국간의 교섭이 계속될 것이라는 것을 암시한 것입니다.
▲정상회담의 전초전이라 할만한 미소간의 「신경전」도 만만치 않았지요. 지난 9월13일 미공군의 위성요격미사일(ASAT) 실험성공, 「고르바초프」의 방불, 「고르바초프」와 미타임지와의 회견, 「레이건」대통령의 소련기자 4명과의 인터뷰, 소련비밀경찰 KGB고위관리 「유르첸코」의 역망명사건 등이 제네바정상회담을 앞두고 일어난 「사건」들입니다.
특히「유르첸코」의 역망명사건 등에 대해선 「레이건」대통령이 지난 6일 회견에서 「소련의 책략」이라고 비난했읍니다만 회담이 회담인지라 양측의 신경전이 대단합니다.
▲「레이건」과「고르바초프」는 다같이 이번 정상회담에 임함에 있어서 자체의 내부적 한계를 안고 있읍니다.
미국쪽에서는 핵무기 제한문제를 놓고 국방생의 반발이 대단합니다. 그래서 이번에 「와인버거」국방장관이 제네바에 동행하지 않는 것입니다. 「와인버거」는 여러번 「레이건」대통령에게 자기가 동행해야된다고 직소했지만 「슐츠」국무장관과 「맥팔레인」백악관안보담당보좌관이 이걸 막았다는 이야깁니다. 만약 「와인버거」장관이 현장에 가면 엉뚱한 발언을 해서 회담을 망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국방생은 이 시기에 미국이 핵무기를 감축해도 안되고 SDI연구개발을 양보해도 안된다는 강경한 입장입니다.
「레이건」대통령은 오래전부터 있어온 국무성과 국방성간의 이견을 방치한채 중요한 정상회담에 임하게 되었다는 비난을 미국내에선 받고 있어요. 따라서 「레이건」은 국무성과 국방성의 견해차이가 충돌하지 않는 범위안에서 협상해야되는 제약을 안고 있읍니다.
▲파리의 유력일간지 르몽드는 최근 사설에서 워싱턴과 모스크바의 선전담당자들이 제네바정상회담에 임하는 자신들의 지도자가 제각기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수 있도록 하기 위해 『체면치레가 되는 것이면 모두 내놓고 있다』고 꼬집었읍니다.
이즈베스차지가「레이건」대통령과의 회견문을 게재한 일(회견기사가 실린 이 신문은 현재 클렉셔너들의 귀중한 수집대상이 되고 있다고도 합니다), 「사하로프」박사에게 미국에 있는 가족과의 전화통화를 허가한 것, 주미소대사관에서 있었던 「유르첸코」의 기자회견 등이 모두 상징적인 제스처라고 말한 이 신문은 이같은 제스처들이 실제로 정상회담을 앞두고 해결한 일은 아무것도 없다고 지적했읍니다.
▲「고르바초프」도 고민이 있어요. 그는 기존 세력판도의 반발을 무릅쓰고 국내 경제개혁을 추진하는 동안 외교위기로 시간과 노력을 빼앗겨서는 안된다는 계산에서 대미긴장완화를 바라고 있읍니다. 또 긴장완화의 결과로 자원을 군사비에서 빼내어 민간부문으로 전용할수 있는 여유도 얻을수 있읍니다.
그러나 그의 세력기반이 아직 튼튼하지 못하기 때문에 긴장완화를 절실히 원하기는 해도 큰 양보는 할수 없는 입장입니다. 「고르바초프」는 정치국은 어느 정도 개편했지만 중앙위원회개편은 내년 2월25일에 있을 당대회에서야 자기 사람 중심으로 개편할수 있습니다. 다음 대회에서는 중앙위창의 40∼50%를 재임명하게 되어 있어서 그때가 되면 그의 세력기반은 튼튼해집니다. 그러나 아직도 『권위는 있어도 세력기반은 없다』고 한 소련전문가는 분석하고 있어요.
▲소련내부에서 외교정책상 이견이 있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대미 외교의 원노인 「그로미코」는 계속 모든 세계문제를 미소 세력권의 테두리에서 다루어야 된다고 고집하고 있는 반면 「고르바초프」는 외교대상을 다양화해서 일본과 서헐로 초점을 분산시키고 중공과도 화해를 하는 것이 소련에 유익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건 브루킹즈연구소의 「제리·하우트」교수의 소론인데 이에 따르면 만약 이번 정상회담이 실패할 경우 「고르바초프」는 『봐라, 미국은 믿을게 못돼』라며 「그로미코」를 밀치고 외교정책의 다변화를 추구할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BBC방송과의 회견에서 「레이건」대통령은 제네바정상회담에서 인권문제를 너무 강조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지만 이 문제도 논의되겠지요. 「유르첸코」의 역망명사건이 바로 제네바정상회담에서의 미국측의 인권문제 거론을 봉쇄하기 위한 소련측의 「함정」의 하나였다고 보는 견해도 많지 않습니까.
▲파리의 르 몽드지는 「모스크바와 제네바정상회담」이란 사설에서 「고르바초프」는 미국의 스타워즈계획 저지에 모든 것을 걸고있다고 논평했읍니다.
그러나「레이건」대통령은「별들의 전쟁」은 이번 회담의 협상대상으로 삼지않고 5개분쟁지역 문제해결에 중점을 둘 것이 확실하다는 것이 지배적인 견해여서 군축협정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봅니다.
▲결국 지금까지의 움직임으로 보아 양측의 기본입장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봐야합니다.
그러나 과거의 예로 봐서 강대국이 정상회담을 가질때 주변소국들은 자기들 이익이 도매금으로 희생되지않나 경계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이번 경우 한반도문제가 구체적으로 논의될 가능성은 작지만 그런 희생의 씨앗이라도 뿌려지지 않나 주시해야 될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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