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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다드 함락 100일] 각국 복구사업 언제쯤 시작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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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지난 5일 군정 임시행정처 기자회견장에서 폴 브레머 행정처장에게 직접 물었다.

"많은 전문가들이 이라크 경제재건을 위해 국제 기업들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언제쯤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의 기업들이 전후 복구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가. 과도통치위원회가 구성된 이후인가, 아니면 과도정부 출범 이후인가."

브레머 행정처장의 답변은 기대 이하였다. "외국인 투자 및 이라크 진출문제는 현 상황에서 쉽지 않을 것이다. 사담 후세인 전 정권의 외국인투자법이 너무 많은 제한사항을 두고 있어 투자가 어려운 것이다. 과도통치위원회가 출범하면 이 외국인투자법을 개정하고 보완할 것이다."

종잡을 수 없는 내용이었지만 역설적으로 현재 군정이 추진하는 경제재건 작업의 현주소를 명확히 말해주는 답변이기도 했다.

유엔과 국제구호단체들에 의한 이라크 사회간접시설 복구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이라크인들도 자비를 들여 부서진 가옥과 상점을 수리하고 있다. 최근 이라크에서 가장 호황을 누리고 있는 생산시설은 벽돌공장들이다.

한국과 달리 기름을 연료로 진흙.모래, 그리고 시멘트 약간을 섞어 구워내는 벽돌공장의 굴뚝은 시커먼 연기가 24시간 솟아나고 있다.

군정 행정처도 경제재건을 추진하기 위해 불철주야 현황을 파악하고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라크 경제재건을 위한 '이라크 원조국회의' 개최도 10월로 결정됐다. 이처럼 복구와 재건을 위한 노력은 보인다. 그러나 경제재건에 대한 일정은 공식적으로 발표된 적이 없다.

군정의 '늑장'은 이라크인뿐 아니라 외국 기업인의 원성도 사고 있다. 현대건설의 바그다드 사무소 이영철(54)소장은 "아직은 군정으로부터 재건사업 참여를 공식적으로 허가받지도 못했고 경제재건의 일정표를 받은 적도 없다 "고 말했다. 李소장은 "가장 시급한 것이 발전소 복구인데 왜 아무런 얘기가 없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치안 문제와 법제도 개정 등 많은 현안이 걸려 있어 앞으로 수개월은 더 기다려야 경제재건의 '로드맵'이 윤곽을 드러낼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많은 전문가는 10월에 열릴 이라크 원조국회의 이후에나 경제재건 사업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바그다드=서정민 중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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