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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턱 낮춘 검찰 "주민곁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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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권위주의의 상징처럼 비치던 검찰이 지역주민에게 다가가 봉사하는 변화된 모습을 잇따라 보여 호평을 받고 있다.

지체 높은(?) 검사장이 직접 민원실로 내려와 민원인을 맞는가 하면 아동 및 여성 전담조사실을 설치하고 지역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모니터링제도 운영한다.

◇수원지검=崔모(65)씨는 폐기물 업자에게 밭을 빌려주었지만 임차 기한 종료 후 임차인이 폐기물을 치워주지 않는 바람에 6백여만원을 들여 대신 치워야 했다. 마땅히 하소연할 곳을 찾지 못한 崔씨는 지난달 2일 수원지검 종합민원실을 찾았다.

민원전담관실로 안내받은 崔씨는 "법률구조공단 수원지부로 가 법률구조신청을 하는 방법이 있다"는 조언을 받았다. 공단은 崔씨를 대신해 폐기물 사업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해 주었다. 崔씨는 "당초 기대하지 않았던 실질적이고 친절한 도움의 덕분"이라고 감탄했다.

수원지검은 윤종남(尹鍾南)지검장이 부임한 직후인 지난 5월 1일부터 바뀌었다. 우선 종합민원실을 대대적으로 수리, 쾌적하고 아늑한 분위기로 꾸몄다. 조사과장을 민원전담관으로 지정, 종합민원실 내 민원 전담관실에 상근하면서 법률상담을 하도록 했다.

게다가 민원인이 희망할 경우 검사장이 직접 만나 애환을 듣고 해결방안을 모색해 준다.

이 같은 제도 덕분에 수원지검의 민원상담 및 처리는 지난 2개월여 동안 4백여건에 이를 정도로 호응을 얻고 있다.

수원지검은 이 밖에도 권위주의적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각종 개혁조치를 시행하기 시작했다.

尹수원지검장은 "'겸손하면서도 엄정한 검찰' '지역주민에게 봉사하는 검찰' 등을 운영방침으로 정하고 민주적이고 봉사하는 검찰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고양지청=서울지검 고양지청은 지난 10일부터 성폭력이나 아동학대 피해자 조사 등을 전담하는 '아동 및 여성 전담조사실'을 전국에서 처음으로 마련했다.

아동과 여성이 조사.재판 과정에서 반복 진술과 신원노출로 이중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다. 성폭력 사건.여성 관련 범죄의 피해자 또는 참고인이 13세 미만의 아동이거나 여성일 경우 이 곳에서 조사받는다.

이 때 여성 계장이 입회하거나 조사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조사실 내부는 나무 책상과 밝은 색의 소파, 어린이를 위한 장난감과 동화책 등을 갖춰 편안한 분위기로 만들었다.

특히 폐쇄회로(CC-TV)를 설치, 본인 및 보호자 동의 아래 조사 장면을 촬영한 뒤 향후 재판 과정에서 증거로 제출하는 시스템도 갖춰 불필요하게 법정에 출두하지 않아도 되게 했다.

김인호(金仁鎬)지청장은 "앞으로도 권위주의적으로 비춰질 수 있는 부분을 하나씩 개선해 진정으로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새로운 검찰로 거듭날 각오"라고 말했다.

정찬민.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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