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시험 합격자의 축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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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법조인구는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법치국가에서 많아 나쁠 것은 없다. 법조인의 기본적 사명이 국민의 인권을 옹호하고 불의와 부정을 배격해 사회정의의 현실을 목표로 하고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법조인구가 많아지면 자유경쟁이 치열해져 국민에게 보다 저렴하게 법률서비스를 충실히 제공하게되고 법조의 업무분야가 더 전문화되고 향상될 수도 았다. 더구나 공권력이 지나치게 비대해었고 국민의 인권신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나라일수록 법조인구의 저변확대가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모든 분야에서 선진국 수준을 따라 잡아야하는 실정에서는 변호사의 수가 많은 것이 좋다는 주장도 나오고있다.
변호사수를 보면 일본은 변호사 한 사람이 도맡는 인구가 9천5백여명, 프랑스가 5천4백여명, 서독이 1천6백여명, 미국이 3백74명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3만4천여명으로 담당 인구로 따지면 상대적으로 적은 숫자다.
그러나 이같은 단순한 수자상의 비교만으로는 별 큰 뜻이 없다.
그 나라 역사와 국민의 법실습이나 사회의 성격에 따라 법조인구나 변호사수의 적정선을 운운해야한다는 것이 정론이다.
사소한 언쟁만 붙어도 당장 자기 변호사를 찾고 법정을 드나드는 미국같은 사회에서는 변호사가 많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겸양과 인내를 미덕으로 삼는 우리 사회는 변호사를 찾는 경우가 극히 드물어 이들 나라와 동일선상에서 놓고 비교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
더구나 우리 사회에서는 주변에 법적문제가 발생하면 법이전의 힘에 의지하려는 경향이 짙다. 변호사의 조력을 얻기에 앞서 누구에게 부탁을 하거나 진정서나 탄원서를 통해 하소연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에 더하여 미국등지에서는 변호사가 맡고 있는 사법·행정서사, 부동산매매계약 등의 법률사무를 우리나라에서는 별도의 이종이 있어 분담해 종사하고 있다.
따라서 법조인의 설 자리가 너무 비좁아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으며 과당경쟁 현상까지 빚어진 부작용이 겹치고 있다. 이른바 사건브로커를 광산촌에 보내 광부들을 울리는 악덕 변호사가 나오는가 하면『재판은 소송당사자를 여위게하고, 변호사를 살찌게 한다』는 지탄의 소리도 나오고 있다.
법조인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관한 모든 권익을 보호하는 신성한 기능을 맡고있어 의사보다 더한 품위와 질이 요구된다. 그럼에도 법조인의 품위와 자질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은 법조인구의 지나친 양산과 무관하지않다.
이런 점에서 대법원과 법무부가 81년부터 3백명씌 선발해오던 사시합격자수를 2백명선으로 줄여줄 것을 총무처에 요구한 것은 이해할만하다.
현재 전국에는 1천2백88명의 변호사들이 개업하고 있다. 그러나 사무실 임대료정도라도 제대로 낼 수 있는 변호사는 절반쫌밖에 되지 않아 자격증을 갖고도 개업을 않고 있는 변호사가 수두룩하다. 더우기 해마다 사법연수원에서 배출되는 3백명의 법조인중에서 반·검사로 임용되는 수는 1백여명에 불과해 서울등지는 포화상태를 이루고있다.
도시에 남아도는 변호사문제와 무변촌을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무의촌 해소책과 유사한 시책이 나와야 할 것이다.
또 변호사의 직역확대와 함께 전문화도 시급하다. 국내 무역회사등이 비싼 보수를 지불하며 외국변호사를 대거 채용하고 있는 것을 예사로 보아 넘겨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나라 인구가 일본의 3분의1에 불과한데도 사시합격자는 4백∼5백명을 뽑는 일본의 절반을 넘고 있어 다시 생각해 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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