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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동창에 달 떠온다"…원무 덩실덩실 | 흥겨운 춤판에 구경꾼도 어깨 들썩 | 9월 보름 충무공의 「명량대첩」 승전기념 잔치로 | 용잡이 놀이·부녀 농요 대회 등 각종 민속 행사 펼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달떠온다 달떠온다 강강수월래 / 동해동창 달떠온다 강강수월래 / 저 달이 누 달인가 강강수월래 / 쌍호방네 달이라네 강강수월래…」
붉은 치마 푸른 치마를 입은 여인들이 손을 맞잡고 둥글게 둥글게 원무를 추면서 앞소리에 따라 강강수월래 노래를 불렀다.
느리게 또 빠르게 바뀌는 가락에 따라 여인들의 원은 부드럽게 또 재빠르게 움직였다.
원무를 이루던 춤이 어느 사이에 뱀 꼬리처럼 꿈틀거리는 모습으로 변하고 춤이 격렬해졌다. 목마 태운 두 여인을 각각 앞세우고 붉은 치마의 여인들과 푸른 치마의 여인들은 마치 전쟁을 치르는 군사들처럼 부딪쳐갔다. 그러나 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부드럽게 화해한 두 무리의 여인들은 다시 손을 맞잡고 원무를 추기 시작했다.
흥겨운 한마당 놀이였다. 임신왜난 때 이순신 장군이 13척의 범선으로 1백 33척의 왜선을 물리친 전남 해남군 울돌목(명량) 바닷가 언덕에서 벌어진 「제3회 강강수월래 향토 축제」 는 강강수월래 춤으로 그 절정을 이루었다.
진도 대교를 건너온 뭍 사람과 진도에서 몰려온 1천여명의 축제 인파가 흥겨운 가락에 함께 어깨를 으쓱거리고 노래를 불렀다.
해남 문화원이 주최한 강강수월래 향토 축제는 「명량대첩 기념 대제」로 불려지기도 한다. 이순신 장군의 승전을 기념하는 의미도 담은 향토 축제인 것이다. 충무공은 정유년 9월 보름날 이곳에 들어와 그 다음날 승리를 거두었다. 이곳에 전해오는 이야기는 여인들아 바닷가에 불을 피워 놓고 춤을 추어 왜병들이 병사가 많은 줄 알고 접근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확실하지 않다. 강강수월래는 삼한 때부터 있어 온 농경 사회의 군무였다. 임신난 이후 여인들도 이 춤을 추어 나라를 지켰다는 의미가 부여되었다.
강강수월래 축제는 25일 전야제로 시작됐다. 우수영의 충무동에 고유제를 올리고 울돌목 현장으로 군악대·농악대를 앞세운 축제 인파의 행진이 있었다. 울돌목 바닷가 언덕의 놀이 마당에서 국악 공연이 시작되고 곧이어 용잡이 놀이가 벌어졌다.
남녀노소가 모두 줄을 짊어지고 벌이는 일종의 고싸움으로 이곳에서는 고의머리에 등을 달았다. 이 놀이도 왜적에 겁을 주는 역할을 했다고 전해진다.
용잡이 놀이가 벌어지는 가운데 울돌목 바다에서는 야적 불놀이가 진행됐다. 짚섶으로 배를 만들고 섶의 가운데에 청죽을 꽂아 불을 붙여 떠내려보내는 이 놀이는 밤바다를 환하게 수놓아 환성을 자아냈다. 충무공은 이 불 배를 띄워 보내 왜군을 교란시켰다.
26일 계속된 축제는 강강수월래 한마당에 이어 부녀 농요의 차례가 되었다.
「가노라 간다네 내가 돌아서 어허 간다. 정든 님 따라서 얼싸 내가 돌아를 어허 간다. 아하 에헤야 어어얼싸 지화자 절싸 좋다.… 저 건너 갈매봉에 비가 따북 묻어온다. 빗장을 두르고 얼싸 김을 매세. 아하에헤야 어이얼싸 지화자 절싸 좋다…」
노래 가락에 부녀자들이 일어나 춤을 추었다. 흥겨운 농악 가락에 모두가 함께 어울려 덩실덩실 춤판이 벌어졌다.
김선이 할머니(72·해남읍)도 함께 춤을 추었다.
『읍내에서 놀이할 때보다 바닷가에서 놀이판을 벌이니 훨씬 좋아라우.』
강강수월래 축제는 지난해까지 해남읍에서 벌이다가 올해부터 우수영 울돌목 현장으로 욺겨 졌다.
수백, 수천년 유구한 세월을 이어온 역사 민족의 민속놀이를 다시 한번 확인한 한 마당이었다.

<임재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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