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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뜩이나 힘든데…구조조정에 불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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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금융권에선 브렉시트 쇼크로 기업 구조조정 지연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실물시장이 위축되면 구조조정 기업의 자산 매각이나 자금 조달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조선 빅3, 자회사·자산 매각 차질
경기 침체에 제값 못 받을 가능성
당국 “최악 대비한 비상계획 점검”

가장 민감한 업종은 정부가 구조조정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조선·해운업이다. 이달 초 대형 조선 3사(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가 금융당국에 제출한 10조3000억원의 자구책 집행이 늦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큰 틀에서의 금액만 계산했을 뿐 자금집행 내역이 구체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브렉시트로 경기 침체가 심화되면 적극적인 구조조정이 어렵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하이투자증권을 비롯한 3개 금융사 매각 등을 통해 3조5000억원을 조달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안전자산 선호 심리로 증시에서 자금이 빠져나가고 인수합병(M&A) 수요가 줄어들 경우 자회사 매각이 지연되거나 매각하더라도 제 값을 못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삼성중공업 역시 4700억원 규모의 부동산 매각이 제때 제 가격에 이뤄지지 않으면 자구안(1조4500억원)이 계획대로 진행되기 어렵다. 총 3조5000억원의 현금을 조달하겠다고 한 대우조선해양 역시 경기가 더 나빠지면 도크 매각(9456억원), 자회사 정리(6400억원) 등이 늦어질 수도 있다.

해운업의 경우 브렉시트로 세계 교역량이 줄어들면 선박 운임료가 더 떨어질 수 있다. 특히 연체 용선료(선박을 빌린 비용) 등을 포함해 1조원의 운영자금이 필요한 한진해운은 추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반면 현대상선은 용선료와 회사채 채무 조정에 성공한 데 이어 주요 해운동맹 중 한 곳인 ‘2M’ 가입을 추진 중이어서 상대적으로 브렉시트 영향을 덜 받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조선·해운 경기가 이미 침체된 상태이기 때문에 브렉시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그럼에도 ‘수주절벽’ 같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컨틴전시플랜(비상계획)을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비상시 현대중공업은 3조6000억원, 대우조선은 2조원을 각각 추가로 마련하는 자구책을 세워 놓은 상태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브렉시트는 앞으로 몇 년간 경제에 영향을 줄 요인”이라며 “경기가 더 나빠지기 전에 산업경쟁력을 키우는 차원에서 정부가 구조조정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태경 기자 uni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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