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대응책은 뭔가|정부·업계·기업의 노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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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국의 대한무역압력은 날로 고조되고있다.
지금까지 컬러 TV와 섬유류·철강제품 앨범등 한국의 수출 주종품에 대한 잇단 수입규제가 있었고 곧이어 컴퓨터·쇠고기·포도주와 광고·영화·보험에 이르기까지 문호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그 위세가 위협적이라서 미국을 항상 친철하고 이해심 많은「엉클샘」으로 보아온 한국인들의 충격은 여간 크지 않다.
특히 24일 미상무성이 한국산앨범에 대해「64·81%의 덤핑」판정을 내림으로써 미국의 조처가 다분히 보복적인 것이란 사실을 깨닫고 국민들은「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속담을 되새기고 있다.
더우기 우리제품과 비슷한 크기와 품질을 가진 홍콩산 앨범은 우리보다 낮은 값으로 미국에 수출되고 있는데도 그들은 3%의 덤핑판정을 받았다.
합리성을 존중한다는 미국인들의 처사를 확인하는 것은 한국의 앨범업체들이 차별없이 일률적으로 덤핑적용을 받은 사실에서도 드러난다.
거인의 힘으로 한국의 영세업자들의 팔을 비트는것과 같은 미국의 조치를 보면서 한국인들은 당황망조한 가운데서도 미국의 진정한 저의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전국섬유노조는 서울의 한국노총강당에서 궐기대회를 가진데 이어「젱킨즈법안 결사반대」서명운동을 펴고있다.
그들은 미국의 조처가 7O만 섬유근로자는 물론 4백만가족의 목을 조르는 처사라고 흥분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순간에도 미국은 젱킨즈 법안의 내용일부를 다소 완화하면서 규제대상도 한국·대만·홍콩등 3개국으로 축소하는 움직임을 보이고있다.
무역흑자가 1년에 3백70억달러나 되는 일본이나 1백억달러나 되는 대만과는 달리 한국은 36억달러의 적자뿐이며 외채만도 4백30억달러가 넘는 나라라는 사실을 미국은 과연 도외시 할수 있는가.
그러나 그같은 미국의 조처에 다만 흥분과 분노로써만 대응할 수는 없다.
지금부터라도 냉정하고 합매적인 자구의 대처노력은 절실한 것이다.
정부가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자료제시를 통해 그들을 설득할 책임이 있다는 것은 물론이다.
구체적으로 미국측이 납득할 자료를 제시하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의 앨범업체가 모두 영세한 중소기업이기 때문에 그들은 실제 덤핑의 능력도 없을 뿐더러 미국기준의 회계처리능력이 없다는 점도 납득시켜야겠다.
그러려면 규모가 영세하다고 해도 업계단체들이 단결 해 교섭력을 높이는 작업을 충실히 해야 하겠고 전경련 무협등 관련단체들이 적극적으로 문제해소에 노력해야겠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사전에 아무 대비도 없다가 일만 생기면 떠들썩하고 또 그걸 해결하고나면 무사태평인 우리의 사태대응 태도도 이 기회에 고쳐져야겠다.
그점에서 정부의 대미무역정책과 외교노력은 더욱 절실하다. 1회적이고 현보호도적인 정책수행에 만족하지말고 국체개방무역 시대에 장기적으로 대응하는 전략의 수립집행 정신이 아쉽다.
오늘의 위기는 정부가 국내정치의 안정과 국민의 합의를 바탕으로 슬기롭게 헤쳐가야 할 것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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