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가리 독살도 게임 승부조작도 디지털로 잡아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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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5호 11면

#한모(46·여)씨는 지난해 1월 청산가리를 탄 소주로 내연남의 부인을 살해했다. 당초 수사기관은 피해자의 남편과 한씨의 공모관계를 의심했다. 하지만 검찰은 남편 유모씨가 부인의 죽음과 무관하다고 밝혔다. 한씨는 범행 직후 무죄를 주장하며 유치장에서 자살을 시도해 정신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검찰은 한씨의 단독 범행을 어떻게 밝혔을까.


지난해 9월 동부지검은 경찰에서 사건이 송치되자 한씨에게서 압수한 스마트폰 분석을 대검의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NDFC)에 의뢰했다. NDFC는 스마트폰의 기록 분석을 통해 사건 발생 6개월 전부터 한씨가 ‘청산가리’를 검색하고 ‘목장갑 준비, 복면 2개 사기’ ‘주사기에 청산가리와 소주 혼합법’ 등 살해를 준비한 정황을 밝혀냈다. 또e메일로 청산가리 판매자에게 구매방법을 문의하고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살해방법을 28회나 검색한 것도 찾아냈다. 한씨의 계획된 살인은 디지털 증거 분석을 통해 전모가 드러났다. 지난해 9월 재판에 넘겨진 한씨는 올해 2월 법원에서 징역 25년을 선고받았다.


#1998년 미국 벤처기업 블리자드에서 출시한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스타크래프트’가 한국에 소개되면서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은 일대 변혁을 맞게 된다. 스타크래프트는 PC방 열풍과 ‘프로게이머’라는 새로운 직업을 만들어 냈다. 국내 최정상급 프로게이머는 세계를 제패할 정도의 실력을 갖고 있었다. 팬들이 몰려들었고 정상급 게이머는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다. 급성장한 스타크래프트 리그가 지난해 e스포츠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2010년 출시된 ‘스타크래프트2’의 승부 조작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지난해 10월 창원지검 특수부가 수사에 착수했다. 승부 조작에는 최정상급 프로게이머 마재윤 등 전·현직 프로게이머 11명이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직 감독과 돈을 대주는 전주, 브로커가 끼어 있는 범죄였다.


하지만 이들의 공모관계 입증이 쉽지 않았다. 창원지검 특수부는 압수한 통화 내역과 계좌 내역을 함께 넣어 관계를 분석하는 통합디지털증거분석시스템으로 이들의 범행 일시와 장소를 특정해 실마리를 풀었다. 차명계좌를 찾아내고, 통화자 사이의 관계 분석을 통해 베일에 가려 있던 전주(錢主)를 찾아냈다. 검찰은 올해 4월까지 승부 조작에 가담한 17명을 구속 기소하고 5명은 불구속 기소하는 성과를 올렸다.


오이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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