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5위 선사 현대상선이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세계 1·2위 선사(머스크·MSC)와 함께 해운동맹을 체결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상선은 23일 “‘2M’과 해운동맹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상선이 해운동맹에 가입하면 채권단이 요구한 자율협약의 조건을 100% 충족하게 된다.
머스크·MSC서 먼저 러브콜
성사 땐 자율협약 조건 완전 충족
2M은 제3 해운동맹인 ‘디 얼라이언스’ 가입을 추진하던 현대상선에 먼저 논의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다. 황진회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실장은 “2M 동맹은 유럽 선사들로만 구성됐다. 해운동맹은 한 번 결성하면 5년 이상 장기 계약하는데, 아시아계 해운사 전원이 해운동맹 파트너를 결정하자, 2M이 현대상선에 러브콜을 보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오션동맹은 중국계(중국·대만·홍콩)가 주축이고, 디 얼라이언스에도 한국·일본·대만 선사가 참여했다. 하지만 2M은 유럽계 해운사로만 구성돼 있다.
머스크는 덴마크, MSC는 스위스·이탈리아 계열이다.
오션동맹과의 경쟁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해운 조사업체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4월 기준 2M의 선복량(배에 실을 수 있는 화물량)은 572만8698TEU(1TEU: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로 다른 경쟁 해운동맹보다 우월하다. 하지만 향후 변경되는 해운동맹사 구성을 고려하면, 조만간 2M동맹의 시장점유율(34.7%)은 오션동맹(39%)에 뒤처지게 된다.
현대상선의 경쟁력도 한몫했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현대상선의 미주항로 점유율은 3.7%(11만6059TEU·세계 14위)다. 현대상선이 참여하면 2M은 3개의 글로벌 해운동맹 중 가장 취약(점유율 18.9%)한 미주항로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 구주항로(37.1%) 독식 체제도 강화할 수 있다. 현대상선은 구주항로(2.7%)에서 세계 11위 선사다. 현대상선 고위 관계자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머스크 고위급 경영진과 친분을 유지해 온 것도 협상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환적화물이 3.3% 감소한 부산항도 다시 활성화가 기대된다. 통상 해운동맹은 동맹사의 국가 항구를 환적항구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2M 물동량의 경우 일본·중국 항구보다 부산항을 거쳐할 확률이 커졌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