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급도50%라도 주곡은 남아돈다| 올해식량사정 긴급점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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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올해 추곡의 수매가·수매량이 곧 확정된다.
정부는 경제기획원·농수산부협의를 거쳐 올 추곡 수매가를 지난해와 같은 수준인 3%인상에 8백50만섬 수매방안을 마련해 놓고있다. 민정당은 5· 5%인상에 작년수준인 9백50만섬 수매를 주장하고 있다. 농민들은 수매가를 많이 올려주고 통일계 다수확품종만큼은 농가희망대로 전량 사주도록 요망하고 있다.
추곡수매방침은 당정협의를 거쳐 고위층의 재가로 확정예정인데 수매가·수매량이 농민들의 기대를 만족시킬지는 미지수다.
올해는 쌀생산은 막바지 비피해에도 불구하고 평년작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주곡을 비롯하여 우리의 식량사정은 어느 정도인지를 점검해본다. <편집자주>

<자급도>
국내식량자급도는 지난해 48·9%에서 올해는 49·9%로 높아질 전망이다. 연간전체식량소비의 절반도 우리손으로 생산해내지 못하고 있다. 식량자급도는 지난 65년 93·9%에서 75년에 73%로 갈수록 떨어져 봤다. 이처럼 자급도가 감소한 주요원인은 농사지을 땅은 뻔한데 인구가 크게 는데다 최근에는 고기를 많이 먹으면서 사료수입이 대폭 는데있다.
올해의 경우 사료를 제외하면 식량자급도가 73·4%에 이른다.
주곡인 쌀·보리만큼은 자급수준에 이르렀다. 양곡정책을 주곡위주로 펴온 결과다.
정부는 60년대이후 쌀생산기반조성, 2중곡가제, 다수확품종개발권장 등 증산정책을 적극 시도해 왔다. 양곡정책이 주곡자급에 치중하다보니 콩·옥수수 등 다른 곡물은 뒷전에 밀렸다.

<올해 쌀 생산>
지난 9월이후 작은 태풍과 가을장마가 감산의 요인으로 작용했으나 현재로선 올해 쌀생산은 목표량인 3천8백만섬을 웃돌 전망. 이 수치가 맞아떨어지면 자급률은 1백%를 넘게 된다. 올해 추정 쌀자급율은 1백3%.
그러나 쌀자급으로 야기되는 문제점이 생기게 된다. 생산이 소비를 웃돌아 쌀재고가 누적되는 것이다.
정부미 재고는 작년이후 급속도로 쌓이는 추세다. 정부미 재고는 지난 9월20일 현재 1천75만섬으로 지난해 같은 때보다 87만섬이 많고 그 동안의 소비를 감안해도 10월말에는 9백89만섬에 이르러 작년 같은 때보다 1백만섬 이상이 더 많게 될 전망이다.
정부미 재고는 지난 81년 1천38만섬, 82년 9백54만섬, 83년 1천54만섬으로 줄곧 1천만섬 수준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최근의 정부미 재고증가는 83년 이전과 비교하여 요인이 다르다.
정부는 80년에 대흉작이 들자 대량의 외미도입계약을 체결, 83년까지 이를 들여왔다. 83년까지의 정부미재고증가가 쌀수입결과였다면 작년이후는 순전히 쌀생산증가와 정부미방출부진에 따른 것이다. 작년에 정부미재고가 그나마 9백만섬을 밑돌 수 있었던 것도 일본으로부터 꾸어다 먹은 쌀93만섬을 현물로 갚았기 때문이다.
올해 정부가 추곡수매가도 문제지만 수매량축소를 강력히 들고 나온 것도 이러한 배경이 깔려있다.

<수매량>
정부는 올 수매량을 작년9백50만섬(실제수매9백만섬)보다 1백만섬 줄이되 통일계다수확품종은 7백만섬으로 한정하고 대신 농협으로 하여금 일반미 1백50만섬을 사들여 일반미수매를 대폭 확대하겠다는 생각이다.
가격에 차이가 나는데도 정부미는 시장에서 인기가 없어 정부미 시중 방출량은 83년에 한
달평균 50만섬이상에서 작년에는 45만섬수준, 그리고 올해는 35만섬으로 해마다 줄고 있다. 농수산부로서는 작년 정부미수매량 8백43만섬(다수확품종)에 비해 올해 정부미방출량은 관수용을 합쳐도 7백20만섬을 넘기 어려워 그 차가 고스란히 재고로 추가될 판에 수매량을 계속 확대해서는 안 된다는 설명이다.
재고부담에 따른 양특적자 누적(84년말1조6천6백억)도 수매량을 늘릴 수 없다는 이유가운데 하나다.
예컨대 쌀1백만섬(약1천50억원)을 1년간 창고에 묵힐 경우 이에 따른 비용은 이자부담 (양곡증권금리 연12·3%)1백30억원, 보관료 35억원, 여기에 묵은 연도에 따른 정부미판매차등가격제실시와 감모율까지 합쳐 2백50억원이 나온다는 계산이다.
농수산부가 통일벼우선수매방침을 변경, 일반미수매를 확대하려는데도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쌀값은 매년 구정을 전후한 연초의 쌀성수기, 산지출하가 줄어드는 모내기철·장마철·추석직전에 큰 폭으로 뛴다. 이러한 쌀값상승을 주도하는 쪽은 경기특미를 중심으로 한 일반미로 통일계 벼인 정부미방출을 아무리 늘려도 쌀값조절에 도움이 안 된다. 정부가 막대한 양특적자를 안고 2중곡가제를 실시해도 쌀값조절을 못할 바에야 일반미를 사들였다가 쌀값이 오를 때 방출함으로써 쌀값조절기능을 회복하겠다는 것이다.
농수산부는 이와 함께 정부미가 적정재고량(3개월분 9백만섬)을 웃돌자 적정재고수준을 유지할 겸 오래된 고미를 식용이외에 주정원료나 라면·과자 등에 섞어 처리하는 방안도 조심스레 검토하고 있다.
정부가 수매량을 줄이게 되면 피해를 입는 쪽은 농민들이다.
정부가 그 동안 앞장서 다수확벼품종을 개발권장해 온 탓으로 올해도 전체 쌀면적의 27·5%가 다수확품종을 심어 생산량은 1천2백만섬이 넘을 전망이다. 다수확품종은 일반미와 찬적 차리로 시장성이 뒤떨어져 정부가 수매를 줄일 경우 가격폭락이 예상된다.

<기타양곡>
쌀이외에 보리· 밀·콩·옥수수 등 잡곡류도 당면한 어려움은 마찬가지.
뿌리깊은 쌀선호가 보리기피로 나타나 연간 1인당 보리소비는 지난 75년 39·7kg에서 올 해는 4·3kg(추정)으로 뚝 떨어졌다. 쌀이 남아도는 판국이어서 보리소비가 격감한 것이다.
농수산부는 이에 따라 정부의 보리재고를 축소하기 위해 83년부터 주정·사료용으로 보리를 대체하는 한편 작년에는 보리재배를 농민들의 자율에 맡겨 사실상의 감산정책을 취했다. 그 결과 올해 보리생산량은 사상최저인 2백80만섬.
정부가 수매하지 않는 한 판로가 없는데다 수매가도 생산비를 밑돌아 농민들은 재배의욕을 잃은 것이다.
정부는 다시 지난 9월 앞으로 보리는 전량 사들이겠다고 발표, 보리재배의욕을 되살리기로 했다.
밀·콩·옥수수 등 기타작물도 국내생산기반이 약한데 수요는 크게 늘어 해마다 엄청난 물량을 수입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양곡수요를 용도별로 보면 식량은 75년 7백33만t에서 올해(추정)는 6백92만t으로 오히려 줄어든 데 비해 가공용은 9만7천t에서 2백40만t, 사료용은 78만t에서 4백63만t으로 대폭 증가했다.
이처럼 수요가 증가되는데 반해 국내생산은 별로 안 늘어 자급도가 콩은 84년 24%(75년85·8%)에 그쳤고 밀(84년 0·8%) 옥수수(3·1%)는 거의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곡물수입>
전체 곡물수입도 증가추세를 보여 76년2백70만t (4억달러)에서 지난해에는 6백90만t (11억6천7백만달러)으로 대폭 증가했고 올 들어서도 7월말 현재 4백80만t (7억2천9백만달러)의 곡물을 외국으로부터 들여왔다.
정부가 예측하고 있는『주요농산물의 수요전망』에 따르면 곡물수요는 매년 3·7%씩 증가, 83년 1천3백78만t에서 오는 91년에는 1천8백44만t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생산은 이를 뒤따르지 못해 식량 자급도는 더 떨어질 것이 분명하다. 일본의 식량자급률 33% (82년)와 비슷해 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식량자급률은 곡물마다 차이가나 주곡인 쌀·보리는 계속적인 소비감소로 생산이 소비를 웃돌 전망인데 비해 기타 곡물은 소비가 대폭 확대, 자급도가 더 떨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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