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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분양권 거래 ‘해방구’ 오피스텔…정부도 다운 계약 팔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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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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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주
경제부문 기자

3월 말 경기도 고양시에서 한 오피스텔이 청약 접수를 받았다. 이 단지는 평균 1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1000실 가까운 물량은 일주일 만에 다 팔렸다. 그로부터 두 달 정도 지난 현재 전체 물량의 38%인 370실의 전매가 이뤄졌다.

청약 제한 없어 ‘꾼’들의 놀이터
편하게 돈 버는 수단으로 전락해
주택 분류 안돼 입주 쓰나미 복병
단독주택용지도 단속 사각지대

이 오피스텔 전용 65㎡형을 분양 받은 장모(32)씨는 부모와 동생까지 동원해 4건의 청약을 했고 이 중 1건이 당첨됐다. 계약(계약금 1000만원) 후 한 달 만에 웃돈 1000만원을 받고 팔았다. 거래 금액은 분양가 수준으로 썼고 당연히 양도소득세는 내지 않았다. 지난해부터 장씨는 오피스텔에 100회 이상 청약했다. 그는 세를 주거나 입주할 계획이 없다. 대개 500만~1000만원 정도인 웃돈을 노리고 인기 단지만 찾아 다녔다.

정부가 대대적인 아파트 분양권 단속에 나섰다. 이상 과열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분양권 시장을 바로잡기 위해서다. 그런데 손도 대지 못한 시장이 있다. 바로 오피스텔 분양권 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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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투자 경험이 많은 이른바 ‘고수’들 사이에서 오피스텔 분양권은 ‘편하게 푼돈 벌기 좋은’ 상품으로 꼽힌다. 덩치가 큰 아파트는 청약 통장도 있어야 하고 자칫 단속에 걸릴 수도 있어 여러 차례 시도하기는 부담스럽다. 오피스텔은 아파트와 달리 청약 자격 제한이 없다.

만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청약할 수 있다. 청약통장이 없어도 되고 거주 지역이나 우선 순위 등의 제약이 없다. 재당첨 제한도 없고 다시 청약 1순위가 될 때까지 6개월~1년을 기다릴 필요도 없다. 하루에 여러 단지에 청약해도 된다. 관련법상 주택이 아닌 업무시설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오피스텔이 ‘드러나지 않은 집’이라는 점이다. 요즘 나오는 오피스텔은 여러 개의 방부터 커뮤니티까지 아파트와 꼭 닮은 꼴이다. 전문가들은 오피스텔이 주택에 포함되면 주택보급률이 10~15%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본다. 이 때문에 곧 다가올 ‘입주 쓰나미’의 복병으로 불린다.

하지만 정부는 수수방관이다.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관리할 수 있는데도 그렇다. 오피스텔도 아파트처럼 거래 시 실거래가 신고를 해야 한다. 분양권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제대로 집계하지 않을 뿐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는 아파트 실거래가 현황과 함께 오피스텔 실거래가 현황이 나오지만 분양권 거래 현황은 아파트만 있다.

사실 오피스텔보다 더 큰 분양권 사각지대도 있다. 단독주택용지 분양권 시장이다. ‘아는 사람은 안다’는 이 시장은 웃돈 수 억원이 제재 없이 현금으로 오가는 블랙마켓이다. 단독주택용지는 소유권이전등기(대개 계약 후 1~2년 후)까지 분양가 이하에만 거래할 수 있다. 때문에 애초에 다운계약을 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웃돈은 현찰로 주고받는다.

관련 통계는 없고 당연히 단속도, 제재도 없다. 위례신도시(338필지)는 전체 필지의 57%가 전매됐고 경기도 하남시 미사강변도시(657필지)는 필지 60%가 주인이 바뀌었다. 위례신도시의 경우 웃돈이 7억~10억원이다. 이달 최고 920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인천 영종하늘도시는 벌써 웃돈 3억원이 붙었다.

자칫 편·불법으로 값이 오를 데로 오른 ‘폭탄’을 떠안게 되면 타격은 크다. 주택처럼 직접 들어가 살 수도 없고 고스란히 금융비용만 부담해 자칫 가계 파탄으로 이어질 수 있다. 더 늦기 전에 정부가 나서야 하는 이유다.

최현주 경제부문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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