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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국적 안목이 필요한 때|3당대표의 국회연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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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민정·신민·국민당은 14일 국회본회의에서 대표연설을 통해 각자의 시국관을 밝혔다.
연설의 초점은 물론 개헌문제에 맞추어졌다. 노태우 대표는 현재의 의석분포 상 개헌은 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논거를 내세워 호헌론을 폈으며, 이에 대해 이민우 총재는 개헌론이『10·26 사태 후 국민적 합의』로 추진되고 있다면서『이것은 지난번 총선에서 재확인 되었던 국민적 염원을 실현하자는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만섭 국민당총재는 어떤 문제건 힘으로 밀고 나가겠다는 여당의 생각이나, 장외의 힘을 빌어서라도 강경한 정치적 대응을 하겠다는 야당의 생각은 동시에 배격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각 당의 이와 같은 전혀 상반·대립되는 시국관은 익히 아는 사실이지만 저마다 자기 주장에만 얽매어 어떤 합일점을 찾을 기미는 도무지 보이지 않으니 안타깝다.
어느 쪽도 말로는 대화를 강조하고 타협이야말로 의회정치의 요체라고 말하면서도 실제 정치에선 그런 인상이 엿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정국은 어디로 가는가. 궁극적으로는 파국으로 가는 것 아닌가. 일각에서는 벌써 불길한 예측들을 하는 수군거림도 있다.
이번 대표연설은 한마디로 여야의 시국에 대한 견해차가 얼마나 큰가를 재확인해 주었다. 따라서 그 간격을 좁힐만한 정치력을 여하히 발휘하느냐를 놓고 이제부터 모든 정치인이 역량을 쏟을 때다.
이 상황에서 국민의 한결같은 바람은 파국은 없어야겠다는 것이다. 정치인은 그러한 여망에 응분의 책임을 느끼고 보답하지 않으면 안된다.
민정당 어떤 정치현안도 의회 내에서 처리되어야 하고 장외로 번지는 것을 원치 않는 입장이다. 그 점은 신민당 또한 마찬가지다.
신민당의 이민우 총재는 개헌투쟁방법에 대해『의회민주주의 신봉자들이 마땅히 취해야할 방법, 즉 국회 안에서의 토론과 대화를 택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모든 문제를 의회 안에서 다루겠다는 점에서 여야의 인식이 같다는 것에 안도하며, 이것은 또 앞으로의 정국전개에 희망을 안겨주는 유일한 실마리다.
특히 극한적인 대결상황이 그대로가면 파국이 오고 만다는 인식을 같이 하고있다면 이것이 경색정국을 푸는 탄력이 될 수 있지 않겠는가. 문제가 있는데 외면하고 묵살하거나 회피한다 해서 문제가 없어지지 않는다는 건 그 동안의 파란만장한 정치사가 잘 말해주고 있다.
한쪽엔 개헌에 대한 요구가 분명히 강렬하게 있고 다른 한쪽엔 호헌의 의지가 있는데 이것은 모두 없던 일로 하기는 어렵게 되었다.
정치력이 요구되는 대목도 여기에 있다.
야당이 요구하는 이른바 개헌특위구성문제의 정략적 득실은 우리로서 용서할바 아니다. 다만 모든 문제를 국회 안에서 다룬다는 의회주의의 전통확립이 이 순간 더없이 귀중하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서 여야 모든 정치인들이 도토리 키재기 식의 소아에 골몰할 것이 아니라 보다 대국적인 안목을 갖고 참다운 정치력을 발휘해주길 거듭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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