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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공사중단 인부 1200명 "일당벌이 끊겨 생계 막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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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16일 오전 전북 군산시 옥도면 비응도리 새만금 방조제 2공구 공사 현장.

하루 전까지만 해도 덤프트럭 등 중장비가 굉음을 쏟아내며 분주하게 움직였지만 이날 아침부터는 적막만 흐르고 있었다.

서울행정법원의 새만금 공사 중지 결정으로 각종 중장비가 한꺼번에 멈춰섰고, 인부들은 현장에서 공사가 재개되기를 기다리며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인부 金모(55.전북 전주시 덕진구 호성동)씨는 "마땅한 기술이 없어 새만금 공사장을 전전하며 생계를 이어왔는데 공사가 중단돼 먹고살 일이 막막해졌다"고 말했다.

16일 농업기반공사 새만금사업단에 따르면 새만금 방조제 공사에 하루 평균 1천5백여명의 인력과 중장비 5백여대가 투입되고 있다.

투입 인력의 80% 정도인 1천2백명은 하루 벌어 하루를 먹고 사는 일용직들이다. 이들이 받는 일당은 하루 평균 5만원선.

막노동으로 생계를 이어온 朴모(38.전남 목포시)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현장에 나와봤지만 일을 하기는 당분간 어려울 것 같다"며 "요즘엔 건설경기마저 좋지 않아 어디서 일거리를 구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덤프트럭.포클레인 등 대부분의 중장비 기사들 역시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트럭 운전기사인 李모(48.전북 군산시 나운동)씨는 "3년 전 3천5백만원을 주고 구입한 덤프트럭 할부값을 아직 갚지도 못했는데 공사가 중단돼 할부값은커녕 생계가 큰 걱정이 됐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현장에 모인 일부 인부와 중장비 기사들은 "안심하고 새만금에서 일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보장해 달라는 성명서를 발표하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현장 부근 식당 주인들도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이었다. 인부들이 현장을 떠나면 식당 문을 닫아야 하기 때문이다.

식당 주인 李모(54)씨는 "공사장 인부들과 관광객들을 상대로 영업을 해왔는데 맑은 날 벼락을 맞은 느낌"이라며 "빚을 내서 식당을 차렸는데 파산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농업기반공사 등 시공업체들은 물막이 공사는 중단하더라도 이미 건설된 방조제에 대한 보강공사는 계속할 수 있도록 법원과 협의에 나서기로 했다.

현대건설 이관복 새만금건설현장 부장은 "방조제 유실을 막고 인부들과 중장비 기사들의 생계를 위해서라도 법원이 보강공사만은 계속할 수 있도록 허가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군산=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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