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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으로 중국 뚫은 지방대 화장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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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한의대 내에 있는 제조시설에서 기린허브테크 직원들이 한방 화장품을 제조하는 모습. [사진 기린허브테크]

100만여 명의 회원을 가진 중국 대형 온라인 쇼핑몰에 경북의 한 대학 부설 학교기업이 화장품을 수출한다. LG생활건강·코스맥스 같은 대형 화장품 업체에서나 가능한 중국 수출길을 지방 대학이 뚫은 것이다.

대구한의대는 22일 대학 부설 학교기업인 기린허브테크와 중국 항저우완써전자상무유한공사(이하 완써)가 화장품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기린허브테크는 우선 병에 담긴 완제품 크림 1.5t(30mL짜리 5만개) 2억5000만원어치를 하반기 완써에 보낸다. 개발 중인 어린이용 로션·스킨 등 아토피 화장품도 추가로 수출한다. 내년까지 10억원 이상 수출이 목표다. 이를 위해 중국식약청(CFDA)에 위생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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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한의대 내에 있는 제조시설에서 기린허브테크 직원들이 한방 화장품을 제조하는 모습. [사진 기린허브테크]

교수와 연구원을 합해 직원이 11명 뿐인 학교기업의 중국 공략 성공 비법은 ‘한방(韓方)’이다. 감초와 미나리 과의 풀인 병풀에서 추출한 한방 원료를 화장품에 섞었다. 알로에 같은 천연 성분을 더했다. 인공적으로 만든 진한 화장품 냄새 대신 은은한 감초나 풀 향기가 나는 이른바 '순한' 화장품이다.

김우섭(38) 기린허브테크 품질담당은 “국내 유통업체를 통해 2014년과 지난해 한방 화장품 원료를 처음 완써에 팔았는데, 피부 자극 없이 순하다며 완제품 주문이 정식으로 와 수출 계약이 이뤄진 것”이라고 했다. 한방의 본국 중국에서 우리 한방 화장품 기술이 통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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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한의대 내에 있는 제조시설에서 기린허브테크 직원들이 한방 화장품을 제조하는 모습. [사진 기린허브테크]

2004년 설립된 기린허브테크는 10년 이상 한방 화장품 한 가지 분야만 연구해왔다. 한의학과 교수와 학생들의 도움을 받아 미백과 주름 개선 등 동의보감 처방에 맞춘 한방 원료를 섞어가며 실험했다. 앞서 교내에 174㎡짜리 제조시설을 차렸다. 인삼·꿀·지황·당귀·도화꽃 추출물 등을 넣은 크림·에센스 등을 개발해 여러차례 국내 시장에 내놨다. 화장품 업계에서 한방 화장품으로 이름 난 매향·자안 같은 브랜드가 바로 기린허브테크 제품들이다.

처음 한방 화장품을 만들어 출시했을 땐 '한방'에 대한 생소함 때문인지 매출이 4000만원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다 최근 웰빙 분위기를 타고 연 10억원 이상으로 늘었다. 올 1월엔 한방엑스포에서 인연을 맺은 태국 방콕의 화장품 유통업체 '비-블랜크(B-blanc)'에서 산삼 배양근으로 만든 크림 등을 7000만원어치 사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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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한의대 내에 있는 학교기업 기린허브테크. [사진 기린허브테크]

박찬익(48·향산업학과 교수) 대구 한의대 학교기업센터장은 "10여 년 노력의 결과물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단순히 대학 학교기업이 아니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명품 한방 화장품 기업으로 키워나가겠다"고 말했다.

대구=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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